2월 8일
어제 종일 외출하여 집안일을 못했기에 아이들이 잠든 늦은 밤 혼자서 집안일을 시작한다. 요새 계속 시간이 부족하여 빨래 개는 걸 미뤘더니 부부침대 위에 4일 치가 쌓여 산을 이루고 있었다. 이제 슬슬 아이들과 따로 자려고 연말에 낑낑대며 침실을 분리했는데, 자기들끼리 자면 무섭다고 거부하는 바람에 두 달 넘게 좁은 공간에서 다섯 식구가 끼어 자고 있다. 아이들은 퍼즐 맞추기를 하는 것 같다며 재밌어 하지만, 엄마는 날마다 몸이 찌뿌둥하다. 덕분에 부부침실은 창고로 쓰이고 있어 집안일을 미룰 때 침대 위에 쌓아둔다.
집안일을 대충 마치니 새벽 3시가 훌쩍 지나 얼른 잠자리에 들었지만 늦잠을 잤다. 아이들은 일찍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들끼리 놀다가 9시가 되어서야 배가 고프다며 엄마를 깨운다. 다 같이 앉아 시리얼로 배를 채우고, 나누어 앉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동안 김을 너무 아껴 먹었더니 유통기한이 며칠 남지 않았다. 점심 메뉴로 따끈한 밥을 지은 다음 참치를 넣어 비벼 김에 싸서 먹기로 했다. 저녁에도 먹을 수 있게 밥을 넉넉하게 지었다. 김에 밥을 싸 먹는 건 맛있지만 아무리 먹어도 배가 안 찬다. 단백질이 어느 정도 있어야 배가 부른데, 참치캔 하나로는 할당량을 채울 수가 없다.
무언가 더 먹어야겠는데 마트에서 주문한 식재료가 오질 않는다. 10~13시 사이에 배송된다더니 오후 1시가 지나도 소식이 없어 의아하던 중, 창밖을 내다보던 막내가 소리친다.
"엄마. 마트 문 닫았나 봐요."
"아직 대낮이라 안 닫았을 걸? 어두워져야 문 닫아."
"그런데 마트가 깜깜하고 차도 없어요."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일요일이고, 마트는 2주에 한 번씩 일요일 휴무다. 주문내역을 다시 확인해 보니 배송예정시각이 월요일 10시라고 되어 있다. 어제 외출에만 신경 쓰느라 식재료를 보충해두지 못한 나의 불찰이다. 먹을 게 없는데 어떡하지, 냉장고를 털어봐야겠다.
채소칸에 있는 감자를 꺼내어 삶았다. 삶은 감자에 설탕을 뿌려 먹고 나니 혈당스파이크 때문인지 졸음이 쏟아진다. 아주 좋아하는 메뉴이지만 자주 못 먹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런 식습관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설탕을 조금만 뿌렸더니 아이들은 맛이 없다며 먹지 않았다. 쏟아지는 졸음을 거부하려 애쓰지 않고 침대로 가서 누웠다. 아이들도 같이 자겠다며 쫓아와서 눕는다. 세 명이 달라붙으니 온몸이 빈틈없이 감싸지는 느낌이라 포근해 잠이 솔솔 왔다. 엄마는 깊이 잠들었지만 아이들은 한참을 더 놀다가 잔 것 같다. 휴대폰 사진첩에 아이들의 다양한 표정이 잔뜩 담겨있는 걸 보니 말이다.
책장을 하나 더 들이고 싶어서 고민하던 중 마침 당근마켓에 적당한 게 떠서 구매했다. 신랑이 책장을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진한 핫쵸코를 사다 줘서 달콤했다. 냉장고에 있던 소고기 한 팩과 메추리알, 양파를 활용해 저녁메뉴를 만들었다. 잘 준비를 끝내고 누우니 오늘 하루 나름 알찼던 느낌이라 만족스럽다. 일주일에 하루쯤은 집순이, 집돌이 생활을 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