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주말이라 알람을 꺼놓고 잤다. 아이들 소리에 여유롭게 일어나 사과와 시리얼을 먹이고, 소아과 접수를 위해 앱을 켜고 대기한다. 긴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라 혼잡할 게 분명하니 일찌감치 대기를 걸어야 한다. 9시에 문을 열면 미리 현장접수한 사람들을 먼저 등록해 주고, 이후부터는 앱으로 줄을 세운다. 신랑이 피곤해서 아직 자는 만큼 천천히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5분쯤 기다렸다 대기를 걸었더니 58번째이다. 11시쯤 가면 되겠다, 딱 좋다.
소아과 진료를 보고 나오는데, 약국 앞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다음 일정이 있어 오래 이야기는 못했지만 너무 반가워 꺅꺅 소리를 지르며 좋아하고 말았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한 다음, 오늘까지인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6.9만 원어치 국산 해산물을 사면 2만 원 상품권을 준다)에 참여할 겸 수산시장에 회 먹으러 갔다. 평소 붐비던 지하주차장이 오늘은 널널하여 운 좋게 주차를 완료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고 했던가, 주차를 쉽게 한 대신 상품권 환급은 못 받았다. 먹고 가는 건 환급대상이 아니란다. 건어물이라도 좀 사서 받아가고 싶었으나, 이미 의욕을 잃은 신랑은 그냥 가자고 했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라 민속놀이 행사가 있어 가보기로 했다. 동네에서 열리는 행사라, 아이들이 소속감을 느끼기에도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인생네컷으로 가족사진을 남기고, 팥떡과 순대를 먹으며 민속놀이도 했다. 방문의 주된 이유는 사자놀이를 보는 것이었는데, 창과 무용, 가면극과 인형극이 결합된 종합예술 공연이었다. 혹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아이들도 바람 부는 바닷가에 앉아 40분 내내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연장에서 또 다른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는데, 다니면서 마주치는 지인이 많아질수록 이 동네가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 뿌듯하다.
집에 와 민속놀이터에서 받아온 연 만들기 키트를 색칠하고 조립했다. 연을 날리러 다시 나가야 하는데, 애아빠가 잠들어 버렸다. 주말이라 인파가 많을 바닷가에서 연을 날리겠다 덤벼드는 아이 셋을 혼자 감당할 자신이 없다. 게다가 나는 연을 날려본 적도 없다. 그렇다고 방바닥에 엎드린 채 잠이 들 정도로 피곤해하는 신랑을 깨우고 싶지도 않았다.
베개와 담요를 가져다 신랑의 잠자리를 보강해 주고,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뽀로로 피자 만들기 키트를 꺼냈다. 아이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던 뽀로로에 쿠킹 체험과 피자 먹기의 결합이라니!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연을 포기했다. 아이들 손바닥만 한 피자를 각자 4판씩 만들어 먹었는데(막내가 하나 양보해 줘서 엄마도 맛은 볼 수 있었다), 1시간쯤 지나니 또 배가 고프다고 한다. 제대로 된 식사를 안 하면 배가 안 차는 건 엄마를 닮았나 보다.
피자를 잔뜩 먹은 터라 밥맛이 별로 없을 것 같아 짭조름한 메뉴를 준비하기로 한다. 냉동 떡갈비를 꺼내어 굽고 어묵탕도 끓였다. 회심의 미소와 함께 밥을 곁들여 차려 주었더니 조금만 떠먹고 먹지를 않는다.
배고프다며..?
긴 낮잠을 마치고 일어난 아빠가 저녁식사를 한 후 아이들을 씻기는 동안, 나는 오늘까지 완성하기로 결심한 글 한 편을 열심히 적었다. 쓰면서 감정이 격해지는 구간을 지나는 동안, 옆에서 말을 걸면 짜증스럽게 반응했던 것 같아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내일은 나들이 가는 날이라, 졸음을 참아낸 채 집안일을 조금 처리해 둔 다음에야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