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2월 13일

by 란님


오랜만에 친목모임이 있는 날이라 기분이 들뜬다. 11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등원 후 집안일을 조금 하다가 준비해도 넉넉할 것이다. 그런데 설렁설렁하다 시계를 보니 갑자기 약속시간 1시간 전이 되어 있었다. 서둘러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준비하여 나간 덕에 11시 정각 도착에 성공했다.


11시 반 점심식사 모임이지만, 근처 공원에서 30분 일찍 만나 걷기 운동을 15분 하고 가기로 정했다. 사방이 트인 공원에서 세 사람이 만나는데 각각 다른 지점에서 나타나 만나는 게 재밌다 느껴졌다. 햇살은 따스한데 바람이 불어 추운 날씨라 시작할 때는 옷깃을 여미며 걸었으나, 겨우 반 바퀴 만에 더워져 겉옷은 들고 걸었다.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샐러드 하나를 먼저 먹어주고, 이어 파스타와 피자까지 먹으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다 먹고 난 후에는 근처 새로 생긴 카페에 들어가 다시 무한수다를 떨었다. 마음씨 예쁜 주인분이 홍보 차원으로 먹어보라고 빵도 주셔서 감사했다. 앞으로 종종 가야겠다.


오늘 만난 세 사람은 나이도 배경도 다르지만, 사는 동네가 같고 아이들 연배도 비슷해서인지 어딘가 비슷한 점이 많다. 셋이서 와구와구 이야기하다 보니 4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려 다들 하원하는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해서 흩어졌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되는 느낌이다.


운동하러 나간 신랑이 전화로 자기는 늦을 것 같으니 애들 픽업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서둘러 귀가 후 얼른 청소기를 한 번 돌려놓고 마중을 나갔다. 아빠는 저녁을 먹고 온다니 오늘은 아빠에 대한 배려 없이 우리가 좋아하는 메뉴를 먹을 수 있는 날이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며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식재료가 전부 신랑을 염두에 두고 구매한 것들 뿐이라 우리끼리 먹기엔 조금 아깝다. 아이들에게 "뭐 먹을래?" 물어봤더니 "유부초밥이요."라고 대답하길래 속으로 앗싸를 외쳤다. 냉동실에 있는 소고기 다짐육을 조금만 볶아서 밥에 섞고 유부초밥을 만들어 먹였다. 간편한 요리라 설거지가 거의 없다, 너무 좋다. 가끔은 그냥 이렇게 편하게 먹여야겠다.


혼자 놀다 오니 괜히 미안한 건지, 신랑이 먼저 욕조에 물을 받아줘서 반신욕을 즐겼다. 신랑이 막내를 보내며 "엄마 살아있나 확인해 보고 와" 재촉하는 것이 얄미워서 일부러 좀 더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나왔다. 잘 준비를 마치고 누우니 조잘거림을 시작한 아이들이 오늘은 다행히 10분 만에 곯아떨어졌다. 재워놓고 나오려던 나도 덩달아 잠들어 버렸다. 잠들기 직전 방학계획에 새로운 변수가 생긴 것을 알게 되어 계획을 수정하려 했는데 내일로 미루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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