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2월 15일

by 란님


글쓰기 모임 동료들과 옆 동네로 소풍 가는 날이다. 이 지역 출신 시인의 발자취를 찾으러 간다. 그와 관련된 글을 작성하기 위함이다. 시는 언제 읽어도 좋다. 아주 유명한 시인의 시이든 무명의 일반인이 쓴 시이든, 모든 시는 언제나 크고 작은 울림을 준다. 그런데 시에 대한 취향이 없다는 것을 바꾸어 말하면 좋아하는 시나 시인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연히 찾아서 읽거나 깊이 공부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혼자였다면 갈 리가 없을 길을 글쓰기 모임 덕분에 찾아간다.


예술이든 여행이든 미리 알아보고 감상을 준비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 편이라, 무턱대고 그냥 갔다. 먼저 다녀간 누군가의 여행기 하나만을 들고 갔다. 오래전에 쓰인 여행기 속 사진과 달리 시인의 기념 시비(詩碑)가 있는 장소는 번듯하게 꾸며져 있었다. 시인을 아는 사람만 찾는 장소가 아니라 지나던 사람 누구라도 들러 시인의 작품을 알게 될 수 있도록 시비를 둘러싼 담벼락에 시인의 시도 여러 편 적어놓았다.


볕이 아주 잘 드는 포근한 언덕을 다져 시비와 시인에 대한 소개판을 친절하게 세워두었는데, 시인의 생가라는 건물은 보이지 않아 왜 이곳을 선택했을지가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은 오래 지나지 않아 풀렸는데, 이곳은 시인 생가터의 바로 뒤편 언덕이었다. 이 근방 지역(바다와 설악산을 바라보는 모든 지역)의 풍광에 젖은 채로 평생을 살게 되면 없던 시심(詩心)도 생길 것 같은 느낌이다. 시인의 시는 가벼운 듯 심오하고 아주 서정적이었다. 문학보다 지역사회에 관심이 더 많은 나는, 막국수를 먹을 때나 지나다니던 이 동네가 어떤 곳인지를 깊이 알게 된 것이 더 반가웠다.


탐방을 마친 후 동네 이름을 달고 있는 식당에 가서 막국수와 수육, 전병을 먹고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서 디저트도 먹었다. 아이들은 어쩌고 있나 궁금해 신랑에게 전화하니, 아주 쌀쌀맞게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다 끊어버린다. 시무룩해졌지만 오랜만에 만난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조금 더 이어가다 집에 돌아왔다. 흡연하고 돌아오던 신랑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는데, 전화로는 그렇게 쌀쌀하던 사람이 기분 좋아 보여 왜 저러나 싶었다. 집에 들어와 깔끔하게 정돈된 거실에서 유튜브를 는 아이들을 보니 신랑 기분 변화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4시간 동안 청소를 했다고 한다(통화 당시 스트레스 받으며 한창 청소중). 나는 행복감을 감추는 사람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정리된 상태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아이들이 있어 불가능하겠지만).


신랑이 운동하러 간다기에 다 같이 따라 나섰다. 태블릿 영상을 너무 오래 본 아이들이 피곤해하는 것 같았기에 차에 태워 낮잠을 재울 참이었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출발한 지 5분 만에 깊은 잠에 빠졌다. 아이들을 재워두고 글을 쓰려던 나도 같이 잠들었다. 낮시간 내내 나갔다 온 데다 신랑이 청소까지 해두었으니 괜히 눈치가 보여 집에 가서 저녁밥 차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신랑이 돈가스나 사 먹고 들어가자고 말한다. 아이들과 다니면서 너무 자주 먹어 질려버렸던 돈가스가 오늘은 왜 이리 맛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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