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이 뿌옇다. 아이들이 말해준 후에야 눈이 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바람에 춤추는 눈송이들을 보며 아이들이 좋아한다. '눈꽃축제 보러 대관령까지 안 가도 되겠구나' 좋아했더니, 오후가 되자 다 녹아 사라져 버리고 없다. '대관령까지 가야 하나?' 싶은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공원에서 눈을 만지고 놀려던 계획이 무산되자 그냥 잔디밭에서라도 놀겠다고 덤비는 아이들을 간신히 말렸다. 잔디 위에 쌓여있던 눈이 다 어디로 갔겠는가, 지금 저 잔디밭은 초여름의 논처럼 찰박할 게 분명하다. 비가 눈으로 변할락 말락 한 날씨에 젖은 신발과 옷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아이들의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아주 오랜만에 근처 대형마트에 갔다. 이곳에 처음 이사 왔을 때만 해도 갈 곳이 없어 2층 장난감 코너에서 오락을 하며 놀았더랬다. 그 겨울 이곳의 죽순이, 죽돌이였던 우리가 이제는 다른 곳에 다니기 바빠 자주 오지 않는다니, 새삼 우리 가족이 이곳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 김에 장을 봐야 할 텐데, 아침에 이미 한 차례 인터넷으로 장을 본 터라 살 만한 게 없다. 며칠 안 남았다는 5천 원 할인쿠폰을 쓰려면 7만 원을 채워야 하는데 말이다. 언제라도 필요하고 가격 채우기에 가장 좋은 것은 역시 고기이다. "손이 많이 가는 육전은 만들지 말고 사 먹자"라는 신랑의 당부를 뒤로 하고 정육코너에 갔더니 하필 또 육전용 고기가 20프로 할인 중이다. 한 번 더 먹는 수밖에 없겠다.
달달한 디저트를 살 때마다 눈치를 주는 신랑이 오늘은 웬일로 케이크를 사자고 한다(오늘까지인 기프티콘이 있었단다).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러 케이크를 포장해 오는 사이 아이들이 차 안에서 잠들었다. 보통은 아이들이 잠들면 안고 들어가 집안에 눕히지만, 우리는 그냥 차에서 기다린다. 세 명을 옮기려면 최소 두 번은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체력 소모도 심하고 아이들이 깨어나는 위험을 감수하느니 기다리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아이들이 잠든 사이 엄마는 먼저 집에 올라가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갰다.
아침에는 간단하게 시리얼(우유가 별로 안 남아있어 균일하게 3등분 해주었다)을 먹고, 점심은 오징어삼겹살 구이(간장으로 온 가족용을 먼저 만든 다음, 신랑용은 고춧가루를 팍팍 넣어 한 번 더 볶아주었다)를 먹었다. 마지막으로 저녁은 반찬집에서 사 온 반찬을 아이용, 어른용 각각 두 개씩 꺼내어 차려 먹었다. 디저트로 케이크랑 우유까지 먹은 후 아이들 잘 준비(목욕, 양치, 손톱발톱 깎기, 약 먹기, 다리 마사지)를 마치고,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동안 엄마도 씻으러 갔다.
화장실 청소까지 마치고 나와보니 둘째가 문 앞에 앉아있다. "엄마가 있어야만 잘 수 있어요"라며 머리 말리는 데까지 따라온다. 첫째는 조용하길래 자는 줄 알았더니, 엄마가 침실에 들어오자 조용히 이동해 곁에 와 안긴다. 사랑스럽다. 막내는 잘 자는가 싶었는데 숨소리가 거칠기에 이마를 짚어보니 열이 오르는 것 같다. 정말 그러기 싫었지만, 깨워서 해열제를 먹이고 나니 숨소리가 고르게 변한다. 편안한 밤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