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2월 25일

by 란님


아침 8시에 깨어보니 다들 아직 한밤중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체력이 부족해지는 건 당연지사인데, 나는 어째서 여행을 할수록 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이 드는 걸까. 먼저 일어나 준비하다 보니 막내를 필두로 아이들이 하나 둘 깨어난다. 친구네와 9시에 빵집에서 만나는 게 목표였는데, 아파트 주차장에서 9시에 만나 출발하게 되었다.


오늘의 첫 일정은 천안의 명물 '뚜쥬루 빵돌가마마을'에 가서 피자빵 만들기 체험을 하는 것이다. 군산에 이성당, 대전에 성심당이 있다면 천안에는 뚜쥬루가 있다. 히 이곳 매장은 밀밭 옆에 여러 동의 건물을 지어 다양한 테마를 선보이는 곳으로, 그중 한 동은 어린이 베이커리로 운영되는 점이 극호감이다.


10시가 되어 문이 열리자 신이 나서 들어가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둘째는 안 하겠다며 울먹거린다. 씩씩한 우리 아들은 엄마와 붙어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기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몹시 사랑스운 동시에 걱정이 된다. 엄마가 뒤에서 지켜주겠다며 의자에 앉히고 안아주었다. 불안해하던 것도 잠시, 요리 선생님이 반죽을 아이 앞에 놓아주시고 손이 반죽에 닿자 엄마는 뒷전다. 아이들이 열심히 피자를 만드는 동안 엄마들은 갓 진열된 따끈한 피자를 사 먹었다. 피자전문점에 비해 우가 도톰하고 폭신한 느낌이라 그런지 좀 다게 맛있다.


어린이베이커리답게 캐릭터 모양의 크림빵이 가득길래 하나 사봤는데, 아이용이라 빵이 찐득한 편이었다. 피자가 구워지는 동안 본관 건물에서 은 빵은 어른 입맛에 잘 맞았다. 빵과 음료를 먹으며 저만치 지나다니는 기차를 구경했다. 화물 기차가 아주 많이 다니는 걸 보니 천안은 역시 교통의 요지이다. 다시 어린이베이커리로 돌아와 <빵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전시를 체험하고 야외에 설치된 미끄럼틀을 무한 반복으로 타다 보니 혼이 쏙 빠져, 방문한 이유였던 피자빵을 놓고 올 뻔했다. 근처 샤브샤브집에 가서 점심을 먹을 때도 그곳 놀이방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았다. 아이들의 에너지는 정말 대단하다.



사 후 '천안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 갔다. 입구에 <나는야 꼬마 왕건>이라고 되어 있길래 직원분께 여쭤보니 고려의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할 때 이곳을 거점으로 하며 '천안(天安: 하늘 아래 평안한 곳)'이라는 이름을 내렸다고 한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새롭게 배우는 게 많다. 어른이 되면 모든 걸 아는 양 거들먹거리지만, 사실은 머릿속과 마음 속에 빈 공간이 많다는 걸 아이들을 키우면서 알게 된다.


크지 않은 공간이라 1시간 정도 놀고 가기 딱 좋은 곳이었지만, 프로그램이 꽤 알찼다. 메인은 여의주와 카드 뽑기이다. 학습형 게임을 완수 후에 여의주(빈 캡슐)를 뽑아 그 안에 소원을 적고 소원바구니에 담는다. 입장할 때 받은 코인으로 카드도 뽑는데 학습형 게임 화면서 본 카드의 실사판이라 좋아한다. 우리집 아이들은 아직 한글을 모기에 소원을 적을 때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 뭐라고 적어줄지 물어보니 소원이 각양각색이.

첫째 "수영 잘하게 해 주세요".

둘째 "엄마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엄마를 나누지 않고 자기 혼자 갖고 싶은 마음)

셋째 "장난감 많이 받게 해 주세요".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천안어린이꿈누리터'의 흥놀이터에 가는 것이다. 지난가을 천안에 방문했을 때 둘째가 아주 좋아했던 곳이다. 특히 드론 날리기 체험과 호두나무 오르기 놀이는 다시 하고 싶다고 몇 번씩 말할 정도였다. 호두나무 오르기는 2층 건물 높이의 커다란 정글짐(그물로 보호)인데 위험할 수 있기에 키 제한이 있다. 110cm의 허들을 넘지 못한 막내는 롯데월드에 이어 이곳에서도 혼자만 놀이시설을 이용하지 못해 울상이 되었다.

"속상해하지 마. 키가 작아서 못 들어가는 것뿐이지, 우리 딸이 잘하는 거 엄마는 알아. 우리 밥 잘 먹고 잠 잘 자서 110cm 넘으면 보여주러 다시 오자. 롯데월드랑 에버랜드도 가서 보여주자. 엄마가 데리고 갈게."


모두가 놀 수 있는 공간으로 옮겨오니 아이들 자기들끼리 재밌게 논다. 이때다 싶어 엄마는 자리를 잡고 앉아 을 썼다. 글을 다 쓴 후에는 자동차 운전하는 걸 도와주고 퇴장시간에 맞추어 나왔다.


태국요리점에 들러 쌀국수를 먹고 숙소로 돌아와 아침에 만 피자빵을 데워주니 신이 나서 먹는다. 한참 놀다 헤어지면서, 아이들을 씻기고 재운 후에 다시 만나기로 친구와 약속했는데 이들을 재우면서 나도 깜빡 어 버렸다. 정 즈음에야 친구와 재회하였는데, 낮에 KTX를 타고 대구에 다녀온 신랑도 돌아왔기에 안심하고 외출했다. 애엄마 둘이서 야밤에 갈 곳이 없어 편의점에 가려다 건너편 무인가게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1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 이틀이나 같이 있었는데 친구와 단둘이 이야기한 시간은 고작 2시간 남짓이라는 사실이 어이 없지만, 그 정도라도 누릴 수 있는 것에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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