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2월 26일

by 란님


가장 먼저 일어나 준비하고 아이들을 하나 둘 깨운다. 친구네가 기차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가 쓴 이불과 수건을 챙겨 돌려주고, 신랑을 깨우고 짐을 챙겨 퇴실다. 이미 분리해 둔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힘든 일은 아니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라 여행 중에는 하고 싶지 않다.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하지만.


배고프다 성화인 아이들 입에 소금빵을 하나씩 물려주고 나는 밀크티, 신랑은 커피를 사서 출발했다. 고속도로까지 나오는데 차가 꽤 막혀 마음이 불안했지만, 일단 고속도로에 오르니 잘 흘러가서 다행다. 하지만 중간에 사고지점을 한 번 지났고, 서울에 들어올 때 막히게 되면서 출발할 때의 예상보다 30분이 더 걸렸다.

오늘은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국항공대학교를 방문한다. 11시에 시작하는 <수도SONG 세계여행> 뮤지컬 늦을까 봐 마음 졸였는데 다행히 5분 정도만 놓치고 다 볼 수 있었다. 뮤지컬 관람 후에는 야외전시장에 있는 A300 비행기의 외부와 내부를 관람하며 비행기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공항에 가고 비행기에 탑승할 때는 자세히 보기 힘든 곳을 살펴보고, 내부 이모저모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촘촘한 일정 때문에 박물관 관람은 다음으로 미루고, 일산 시내 백화점에 가서 점심 먹었다. 경기도 신도시의 백화점은 대부분 키즈 프렌들리라 방문할 때마다 마음이 편안하다. 이곳 중식당도 미취학 아동 방문 시 테이블당 하나씩 짜장밥을 제공한다고 하여 고마웠다. 식사 후에는 이벤트홀에 마련된 실내 놀이시설에 가서 40분 정도 놀았는데, 그곳도 직원분들이 친절해서 고맙고 안심 됐다.


다음 일정으로는 '현대모터스튜디오'에 방문했다. 예전에는 상설전시 관람이 유일하게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이었는데, 6살이 되니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생겼다. 방문일에 열리는 체험 프로그램인 <아틀라스 로봇 퍼즐 크샵>을 신청해 뒀는데, 신장 110cm가 또 발목을 잡아 막내는 4D 라이드 탑승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래도 이번엔 라이드 탑승은 못해도, 선생님 옆에 안전하게 앉아서 영상은 볼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놀이기구 같은 4D 라이드를 잠시 타고난 후 강의실로 이동하여 로봇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고,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틀라스의 퍼즐을 만드는 체험이었다. "로봇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떤 로봇을 만들고 싶어요?"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대신 출근, 일, 가사노동을 대신해줄 로봇을 만들고 싶다 하셨는데, 사람 마음이 다 비슷한가 보다. 아이들이 대답을 하지 않은 이유는 자기 삶에 꽤 만족하고 있어서였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상설전시도 보고 싶었지만 이제 슬슬 퇴근시간이라 통체증이 심해지기 전에 빠져나왔다. 래는 하루 더 머물며 자동차도 더 보고 아쿠아리움에도 가려고 했지만, 여행일정을 하루 단축하면서 일산에서의 일정이 짧아졌다. 다시 서울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아빠만 믿고 다들 낮잠을 잤다. '노원기차마을' 7시까지라고 해서 서둘러 왔는데 입장마감은 6시라 이미 문이 닫혀 있었다.


너무나도 가보고 싶었던 기차 안의 레스토랑 '노원익스프레스 바이미라쥬'에 갔더니 대기마감이란다. 라스트오더 시각이 되기 전에 대기가 다 빠지면 입장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하셔서 '화랑대 철도공원'을 구경하며 기다렸다. 놀다 보니 좀 쌀쌀해지는 것 같아 '기차가 있는 풍경'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우유도 사주었다. 미니기차가 음료를 배달해 주는 모습에 깔깔대며 좋아하는 걸 보니 마음이 흐뭇하다.


마감 직전에 저녁식사 장소에도 안착할 수 있어 만족스러운 하루가 되었다. 예쁘게 꾸며진 기차 안에서 밥을 먹으니 여행하며 먹는 것 같아 그냥 그랬을 음식도 맛있게 느껴진다. 낮잠을 못 자 힘들어서 그런지 신랑이 자꾸 틱틱거리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꽤 흡족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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