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눈을 뜨니 7시, 나는 첫째를 안고 자고 있다. 잠들 때는 셋째를 안고 있었는데, 새벽에 첫째가 깨길래 안아주다 아침까지 왔나 보다. 바로 일어나기 아쉬워 둘째를 안고 조금 더 누웠다. 애들 아빠는 일하다가 잠들었는지 또 컴퓨터 방에서 자고 있다. 깨워서 침대로 옮긴다. 아이들 같으면 내가 옮겨주겠지만, 성인 남성을 들어서 옮길 정도의 힘은 내게 없다. 나의 힘은 그렇게, 나 자신과 아이들에게만 약간의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집안을 환기하는 동안 세수를 하고, 아침식사와 아이들 등원을 준비한다. 물통을 조립하여 미지근한 물을 담아 닫고, 젓가락과 젓가락통을 준비하고, 사과 껍질을 깎아 먹기 좋게 자른다. 계란을 굽는 동안 모닝빵을 반으로 갈라 데우며 딸기잼과 버터나이프를 준비한다. 혼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소리도 없이 셋째가 나타났다. 꼭 안고 토닥토닥해주면서 아침인사를 나눈다. 치약 묻힌 칫솔과 갈아입을 옷을 주었더니 엄마가 입혀달란다. 혼자서도 잘하면서 엄마한테 어리광 부리고 싶은가 보다. 셋째가 옷을 갈아입는 소리에 둘째도 부스스 일어난다. "저 몇 번째예요?" "너 두 번째야,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 꼴찌가 아니라는 말에 웃는다. 순서가 왜 중요한 건지 이해할 수 없지만, 너에게 중요하다니 존중해 줘야지.
첫째까지 옷을 다 입히고 나서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사과와 우유를 곁들인 모닝빵 계란 샌드위치를 먹는다. 사과는 너무 일찍 깎아 변색되어 버린 게 마음에 안 드는지 한 조각씩만 먹고 안 먹는다. 딸기잼만 바른 모닝빵을 하나씩만 더 먹고 손을 씻으면, 엄마가 입가를 닦아준 후 로션을 발라주고 머리를 빗어준다. 외투를 입고 신발까지 신으면 나갈 준비 완료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갑자기 둘째가 주저앉는다. 왜 저러지 싶어서 일으켰는데 표정이 안 좋다. 배가 아프다고 한다. 아마도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 같은데, 다시 올라갔다 돌아올 시간은 부족하다. 잠깐 지나면 나아질 수도 있으니 일단 아이를 업고, 버스를 타러 나간다. 가방 세 개를 들고 아이까지 업으려니 힘이 부쳐 가방은 각자 메도록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버스가 도착했지만 아이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일단 유치원에 가서 조금 있어보고, 계속 아프면 선생님께 말씀드려 전화하라고 했지만 못 가겠다고 한다. 울상이 된 아이를 태워 보내면 오히려 유치원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생길까 싶어 둘째만 집으로 데리고 왔다.
걸어오는 길에 방귀를 뀌더니 속이 편안해졌는지, 기분이 아주 좋다. 집에 와서 모닝빵 계란 샌드위치를 하나 더 먹겠다고 하기에 나란히 앉아 하나씩 먹고 다시 나간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 타자 둘째의 표정이 다시 안 좋아진다. 화장실이 급하다고 한다. 내려가고 있는 엘리베이터를 중간에 멈추는 것에 실패하고, 1층에서 다시 집으로 올라오는데 아이의 움직임이 얼어붙는다. 관심을 분산시키려 노력해 보았으나 이미 늦었다. 얼른 집으로 들어와 바지를 내려보니 작은 똥덩어리 하나가 팬티에 걸려있다. 다행히 많이 나오지는 않아서 팬티만 갈아입히면 되겠다. 볼일을 다 본 후에 엉덩이를 닦이고 옷을 갈아입힌 뒤 유치원으로 간다. 오늘은 체육활동이 있는 날이라 체력이 부족할 것 같아, 걸어서 가지 않고 트라이크를 타고 갔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아주 오랜만에 선크림을 발랐는데, 이러려고 그랬나 싶다.
시장에 다녀오시는 할머니들의 핸드카트처럼, 트라이크를 끌고 돌아오는 길이 멀게 느껴진다. 집에 오니 신랑은 외출하고 없다. 어디냐고 전화하면서, 한 마디 얹는다. "어차피 금방 일어날 거였으면 둘째 좀 데려다 주지, 나 걸어갔다 왔더니 힘들어." 신랑은 아침 10시에 일정이 있었다고 한다. 혼자 집에 앉아서 마트 주문을 마치고 공과금을 수납하고, 설거지와 빨래, 청소를 시작한다. 유튜브를 틀어놓고 하는데,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등장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세상은 너무 넓고 재밌는 것 같다.
집에 온 신랑은 점심만 먹고 다시 운동하러 나갔다. 제시간에 못 돌아올 것 같기에 엄마는 남았다. 하원시각에 맞추어 아이들을 픽업해 와 딸기를 내어준다. 저녁으로 뭘 하면 좋을지 물었더니, 냉장고에 파스타(면)가 있는 걸 봤다며 파스타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러마 하고 요리를 시작한다. 냉동실에 얼려둔 분쇄육 소고기를 꺼내어 녹이고, 양파 하나를 다진 다음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담아 볶는다. 그 위에 병째 파는 파스타 소스를 부어 끓이고, 별도로 삶은 면도 넣어 조금 더 볶아주면 완성이다. 매콤한 걸 좋아하는 신랑을 위해 소스를 조금 덜어 고춧가루와 페퍼론치노를 섞어 볶아주었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디저트로 딸기를 한 번 더 내어주고, 마카다미아 넛도 덜어주었다. 껍질이 없는 걸로 샀더니 훨씬 편하다.
아이들을 재운 후에 다시 나와 신랑이랑 치킨 한 마리를 시켜 먹었다. 신랑은 조금밖에 안 먹고, 라면이 먹고 싶다면서 라면을 끓인다. 나도 치킨을 먹고 싶거나 배가 고팠던 건 아니고 그냥 신랑이랑 야식을 같이 먹고 싶었던 건데, 호응이 별로라 아쉽다. 내일은 외출할 계획이라 밤에 미리 빨래를 돌려놓고, 옷장 정리도 조금 하고 설거지를 정리한 다음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