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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재영 Sep 08. 2024

수습부터 점장까지 : 피티샵 트레이너 회고 2

데이터와 함께 하는 5년 8개월의 여정 두 번째 : 매니저

이 글은 2015년 8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서울의 한 피티샵에서 5년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근무하고 퇴사한 

트레이너의 회고록이다. 


1편은 수습사원부터 팀원까지의 내용을 다루었다.

https://brunch.co.kr/@thinkontrainer/52


2017년


매니저라는 직함을 받아들이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아직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는 부분이 가장 컸다.


'난 아직 매니징(?)을 당해야 하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

대표님께 더 훌륭하신 분을 모셔보자는 건의까지 드렸었다.


물론 기각되었고 그렇게 매니저 직함을 달게 되었고

매니저로써 무엇을 관리(management)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였다.

원래 해오던 자기 관리 위에

우리 조직과 클라이언트, 주변 환경을 점검하는 일이 추가되었다.


대표님과 운영에 대해 고민하고

1명 혹은 2명 정도였던 팀원분들과 소통한다.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견적을 알아보고 구매한다.

주변 환경을 먼저 살피고 청결하게 유지한다.

일을 조금 더 해야 하니 시간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한 페이지에 일 년이라는 시간을 담을 수 있겠냐만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에 체감하는 한 해였다.


특히, 사업을 하시는 중년 남성 회원님들께 많은 것을 배웠다.


눈앞의 손익만 보지 말기, 손익에는 돈이 전부가 아닌 점, 

능동적으로 부딪혀 보기의 중요성,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할 것,

살아있는 삶을 살기 위한 고민 등등..


여전히 미숙하지만 점점 더 일에 욕심이 생겨났다.

제품 주기가 반복되며,

내가 판매하는 서비스에 대하여

호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구매해 주시는 고객분들이 증가했다.


이는 개인 매출과 재등록률의 변화로 판단할 수 있었고,

내가 1이라는 급여를 가져가는 동안

회사에는 2.68배의 매출을 기여했다. 


매니저가 된 시점부터는 팀원의 성과도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작은 피티샵이었기 때문에 구성원이 많진 않았다.


한 분, 혹은 두 분 정도가 2017년에 함께 했고

상대적으로 저 연차 선생님들이셨기 때문에

수업 지도, 수업 계획, 매출 관리, 사소한 일상 등에 대하여 소통했다.


그 와중에 잠깐 우리와 함께 하고 다른 길을 찾아 떠나신 선생님들도 계신다.


다들 좋은 분들이셨는데 그렇게 떠나는 분들을 보면

내게 모자람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했다.


같이 일을 하지 않지만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연락을 하며 각자의 길을 응원하며 지낸다.


그리고 그들은 더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신다.

덕분에 가슴 한편에 진 죄책감을 씻어 내릴 수 있는 것 같다.




2018년


2018년을 한 문장으로로 정의하자면

좋은 팀의 시작이었다.

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이유는 내부적/외부적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내부적으로 팀과 매니징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생각한 것들을 나누고, 행동해서, 각자가 낼 수 있는 성과 이상으로

성과를 내며 함께 희열을 느껴보며,

매니저라는 역할에 대해 보다 명확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둘째, 외부적으로 기존 선생님이 우리 시스템에 적응을 완료하셨고

예전에 근무하셨던 선생님께서 우리 스튜디오에 다시 복귀하시며

팀 다운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조건들이 상호작용하며 

수용가능한 회원의 카파가 증가하였다.

다양한 사람을 접하는 업무 특성상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확장시키려는 노력은 필수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


제품 주기가 반복되다 보면

결국 나와 맞는 고객만이 쌓이게 된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나와 애초에 맞지 않는 고객분들은 제품주기가 짧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

우리 팀은 각자의 특징이 뚜렷하였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의지가 약해서 강하게 이끌어야 하는 분들은 대표님이 잘 리드하셨고,

어디가 아프거나, 매우 섬세하고 공감이 필요하신 분들은 나와 잘 맞았다.

멋진 몸을 만들고 싶거나 가볍고 유쾌한 분들은 A 선생님과 잘 맞았고,

여자 선생님을 원하는 여자 회원님이나 롤모델이 필요한 회원님들은 B 선생님과 잘 맞았다.


물론 각자가 언급한 장점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각자의 색깔을 기준으로 수용가능한 영역을 확장시키려 노력하셨다.


결과적으로 우리 팀의 총매출이 1.8배 정도 증가하였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내 개인 매출이 작년 대비 27%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팀 매출이 더 많았다는 점이다.


이 시점부터 개인 매출로 회사에 기여하는 양보다

매니저로써 회원, 팀, 환경에 신경을 쓰며 회사에 기여한 것 같다.


재등록율도 입사 이래 꾸준히 우상향 하는 경향을 보였다.


나를, 그리고 우리를, 그리고 우리 스튜디오를,

좋게 봐주시는 회원님들이 늘어나고

덕분에 급여도 오르고 조직도 성장했다.


그리고 대표님과 나는 예전부터 생각하던

2호점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난 매니저 2년 만에

관리하고 있던 본점의 점장이 되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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