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사랑의 결과
“연애란 이 사람한테 받은 걸 저 사람한테 주는 이어달리기와도 같은 것이어서 전에 사람한테 주지 못한 걸 이번 사람한테 주고 전에 사람한테 당한 걸 죄 없는 이번 사람한테 푸는 이상한 게임이다.”
-이석원[보통의 존재中]
필자가 중학교 1학년 때 읽었던 만화의 짤막한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주인공 A에게 여자 친구 B는 매번 만날 때마다 손에 핸드크림을 발라주었다. A는 핸드크림을 발라주는 B의 행동이 좋았다. 그래서 A는 새로운 여자 친구 C를 만날 때 B가 해주었던 것처럼 손에 핸드크림을 발라주었다. C는 A에게 그가 핸드크림을 발라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때 주인공은 생각한다.
"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중이 이 아이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핸드크림을 발라줄 수도 있겠구나."
누군가 연애는 이어달리기와 같다고 이야기했다. 과거의 연애가 미래의 연애에 영향을 주고, 미래의 연애가 더 미래의 연애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간은 같은 환경에서 성장한다 해도 절대로 같을 수 없다. 우리 집만 해도 그렇다. 나와 언니는 같은 집안 환경에서 같은 학교에 다녔음에도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고, 각각 다른 상황에 처해있다.
게다가 나 또한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가 같을 거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와 가장 비슷한 상태의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것. 그게 바로 타이밍이다.
늘 “연애는 타이밍이다.”라는 말에 동의해왔다. 서로 사랑함에도 맺어지지 못하는 관계는 생각보다 많다. 누군가의 마음이 조금 더 빨라서, 혹은 조금 더 느려서 만나지 못했거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음에도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서 성사시키지 못했다거나. 전혀 다른 두 사람의 마음이 한 곳으로 가는 것조차 어려운 일인데, 타이밍마저 맞아야 할 수 있는 것이 연애고 결혼이다.
하지만 그런 연애와 결혼마저도 확실한 선이 있다. 연애의 경우 간혹 타이밍을 이겨내는 예외적인 사랑도 있겠지만, 결혼으로 가는 길에는 사랑만으론 버틸 수 없는 수많은 타이밍의 벽이 존재한다.
애틋함이 없는 관계에 금방 실증을 느낄 수도, 서로 다른 가치관에 부딪힐 수도, 아니면 제3의 누군가의 방해가 될 수도 있고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방면의 문제들이 그들을 가로막을 것이다. 그들의 사랑을 실험이라도 하듯이.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정현종[방문객中]
상대의 현재에만 존재하는 인연이 아니라, 끊임없이 사랑하고 대화하며 그의 과거와 미래에도 함께할 누군가.
그래서 결국 한 사람의 일생에 평생 존재하게 될 누군가.
사랑의 결실이 연애라면, 타이밍의 반복이 만들어낸 완벽한 사랑의 결과가 결혼이지 않을까?
그래서 필자는 결혼이라는 단어를 허락하고 싶은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사랑의 결과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Best Regards,
H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