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으면 어떠한가.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 후 내게 자신의 삶을 주었다. 내겐 처음 있는 일이라 우선은 기분이 우쭐했지만 곧 어깨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벼운 삶이란 없다. 모든 삶은 다 지니고 다니기 어렵다. 유약하고 순종적이었던 나는 어깨 위에 무거운 짐을 지고도 흔들림 없이 산으로 나아갔다.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사람들은 흔히 말하곤 한다.
“나 드디어 결혼할 사람을 만난 것 같아”
그들은 과연 평생 사랑할 누군가를 찾은 것일까?
결혼이라는 제도가 이별을 막는다고 말하는 어른들 밑에서 자라왔고, ‘정’ 혹은 ‘자식’이라는 핑계로 그 결혼이 유지된다는 기성세대를 겪어온 우리는 분명 결혼과 사랑의 연결고리를 의심하는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필자가 상상해온 결혼은 오히려 사랑을 배제한 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사랑은 분명 한정적인데 평생을 함께한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 사랑이 과연 시간을 이겨낼 수 있을까. 과연 어떤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수없이 던졌다.
‘사랑’이란 결국 누군가의 어깨에 조그마한 손을 얹는 것과 같다. 누군가는 그 무게감을 공유하는 것에 사랑을 확인하기도 하는데, 물론 사랑이라는 묘한 호르몬의 조화는 ‘타인의 무게감’을 마약처럼 달콤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사랑과 설렘은 한계적이고, 타인의 무게감은 그에 반비례하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이별하는 순간은 바로 이 무게를 견딜 수 없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을 시작함과 동시에, 이별을 상상한다. 결국 우리는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은 탈진하기 직전의 나로 다가가는 잠깐 동안의 쾌락과도 같은 것임을.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결혼을 상상하고 결혼을 갈망하며, 그 결혼을 위해 젊은 날의 삶을 영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부재한 상황을 가정하고, 함께할 누군가를 찾는 것은 아닐까.
더 이상 그 이를 사랑하지 않게 되는 순간에도 함께할 누군가.
사랑하지 않으면 어떠한가.
함께 살아가는 것에서 얻는 수많은 행복과 편안함은 무거운 삶의 무게 속에서 사랑보다 가치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Best regards
N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