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덕분에 다양한 분야의 제품, 공간, 서비스, 브랜드를 접할 기회가 많은 게 점점 자신이 되어가고 있다. 다양한 데이터와 경험이 쌓이면서 어떤 분야를 맡더라도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고 결과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종류는 달라도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나 소비 성향은 대체로 비슷하다 보니 통용되고 접목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문제는 디지털이라는 이름 아래 분야를 막론하고 유행과 주기가 너무 짧고 빠르게 소비되는 휘발의 연속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신박했던 제품이 하루 아침에 다른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생산자들도 살아남기 위해 완성도보다는 빠르고 가볍게 소비될 수 있는 것들을 ‘자주’ 내놓게 되니 누적은 없고 치킨 게임만 계속되는 악순환의 반복이랄까.
더 이상 오랜 시간 준비해 잘 만들고 오래갈 만한 것들을 추구해서는 사실상 살아남기 불가능한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남의 일 해주는 본업에서는 이런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도록 누구보다 빠르고 기민하게 대응하지만 정작 내 것을 할 때만큼은 (위험한 건 알지만) 이런 흐름을 따라가는 게 벅차고 영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효율과 유행에서 벗어나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가진 것들에 더 눈이 간다.
여전히 과정과 효율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 어느덧 나도 중년이고 내 사업체와 브랜드를 꽤 오랜 시간 운영해 온 만큼 이제는 효율과 실속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한 시점이니까. 그럼에도 그동안의 과정과 행보를 현재의 돈과 매출, 효율과 실속의 기준만으로 판단하기엔 너무 절망적이고 앞으로의 미래 가능성조차 부정하는 꼴이 아닐까.
결국 좋은 결과가 목표지만 과정 역시 계속 누적되는 자산이기 때문에 과정 역시 의미 있고 멋있게 하는 게 내게는 더 중요하다. 그래서 비즈니스를 아트라고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실속 차리겠다고 후지고 치사하게 하는 건 여전히 내키지 않고 아직 배가 덜 고파서 그럴 수도 있겠다.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지만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면서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 어느 시대에도 적용되고, 크게 좋을 때도 없지만 그렇다고 최악도 없는 그런 중립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