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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열타자기 Feb 14. 2016

도망칠 곳은 없다 : 영화 <매드맥스>의 교훈

THINK TANK THINK (4)


외주업을 하는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결국 비즈니스이자 경영의 연장선이기에 그 부담과 무게가 만만치 않다. 주변 선배 사업가들의 고충과 경험을 나누며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으면서도 저 분들은 나보다 능력과 멘탈이 뛰어나니 어려운 상황에서도 저렇게 잘 버티고 성장하고 있겠지, 라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요즘 내 비즈니스의 상황과 고충을 은유해줄 수 있는 영화를 꼽는다면 <매드맥스>를 들고 싶다. 달리고 때려 부수는 영화에 무슨 사업적 은유를 찾을 수 있고 물을 수 있지만 내 입장에서 맞닿아 있는 어떤 맥락을 읽을 수 있었다. (이래뵈도 나름 스토리텔링학 석사......) 그것은 우리가 닥친 현실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목숨을 건 현실로부터 탈출 시도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의 강인한 여전사 퓨리오사의 여정을 보면 요즘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복잡한 감정에 묘하게 오버랩 된다. 핵전쟁으로 환경이 오염되고 자원이 고갈된 피폐한 22세기 아주 소수의 자원과 인프라를 거머쥐어 절대 군주로 군림하고 있는‘임모탄’의 제국 시타텔의 유능하고 충실한 사령관 퓨리오사는 위험을 무릎 쓰고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건강한 여자들을 태우고 탈출을 감행한다.     

 

임모탄 제국에 대한 염증도 있었지만 궁극적 이유는 그녀의 머릿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유토피아 ‘고향’에 대한 동경 때문이다. 그녀의 고향은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공간이자 폭력과 전쟁이 없는 이상적인 곳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찾아 인류의 마지막 남은 희망과 함께 목숨을 걸고 시타텔로부터 탈출을 감행한다.     



2. 꿈꾸던 이상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임모탄 군대의 거센 추격과 공격을 버텨가며 퓨리오사는 마침내 원하는 유토피아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기억 속 아름다운 고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임모탄 제국보다 열악한 사막과 폐허로 가득한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오랜 시간 꿈꿔왔던 고향에 대한 이상, 그녀를 지탱해온 마지막 희망이 무너지면서 강인한 그녀라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그럼에도 그녀는 임모탄으로부터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었고 그녀 탈출로 인한 대가로 목숨을 부지해야 했다. 이 순간 오랜 꿈에서 벗어나 다시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3. 도망칠 곳은 없다



철저하게 현실을 깨달은 그녀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다가온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산전수전 끝에 생존한 동료들과 힘을 합쳐 임모탄의 군대와 정면으로 대적한다. 두려움과 위험을 이겨내고 마침내 퓨리오사는 절대 군주 임모탄을 처형한다. 그리고는 오랜 시간 갇혀있던 공간이자 처절한 현실로 가득한 공간 임모탄 제국으로 다시 돌아온다.       


퓨리오사는 목숨을 걸고 이상을 향해 몸을 던졌지만 오히려 현실로부터 도피에 가까웠고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잃을 뻔했다. (임모탄의 체제에서 충성하고 적응했다면 특권을 누리며 살 수도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이 오히려 신기루같던 이상을 뒤엎고 현실을 마주하게 만들면서 불가능에 가까운 혁명을 이뤄냈다. 저 멀리 실체없는 유토피아가 아닌 마주한 현실을 올바르게 바라보았을 때 해답을 찾은 것이다.   

  



규모가 어찌됐든 사업을 하면서 암울한 경기 상황, 살아 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 책임감의 무게 속에서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도피처를 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 이상이 가끔은 팍팍한 현실을 이겨낼 원동력 되 줄 수 있지만 자칫 현실을 똑바로 보지 않고 끝없이 도망치게 하는 겁쟁이로 만들 수 있다. 지금 마주한 이 순간을 정확히 바라보고 가장 나다운 실천과 태도로 어려운 현실에 하나씩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결국 도망칠 곳은 없다. 내가 마주한 이 곳을 똑바로 쳐다보고 넘어서는 것 외에는.


ps 현실은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것.


최창규 (THINK TANK Contents Director & Founder) : https://www.facebook.com/cckculture

THINK TANK Contents : http://blog.naver.com/thinktank_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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