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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열타자기 Jun 17. 2024

묵묵히 궂은 일 하는 사람 홀대하지 말 것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실수를 반복하지마


축구에서 한 선수를 평가할 때 가장 우선하는 부분이 경기상의 기록, 소위 ‘스탯’을 먼저 본다. 몇 경기를 뛰었는지 몇 개의 득점과 도움을 기록했는지 숫자로 측정된 정확한 기록이다. 축구 좋아하시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이런 ‘스탯’에 관계없이 경기를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선수가 있다. 대체로 뒤에서 온갖 궂은일 다 하면서 다른 선수가 포인트를 올리고 승리할 수 있게 묵묵히 돕는 역할이다.


평소 보이지 않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위치인 데다 포인트를 직접 쌓는 위치가 아니다 보니 주목받기도 힘들거니와 단지 눈에 보이는 ‘숫자상의’ 이유만으로 과소평가 되거나 홀대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런 선수들이 없으면 승리는 고사하고 경기 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빠져야 그 진가가 드러나는 참 아이러니한 자리다.


사진은 경기장에서 묵묵하게 헌신하는 역할을 했던,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마이클 캐릭 前 맨유 선수


어느 곳이나 이런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있지만 우리가 속한 대부분 조직과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역할과 진가를 알아볼 줄 모르고 알아줄 마음도 없어 보인다. 열심히 일한 티를 내고 성과를 부풀리고 결정권자의 장단에 맞춰야 간신히 존재감이 드러날 정도다. 이런 거 못 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헌신했음에도 아첨꾼들에 밀려 평가절하당하고 어느새 자리를 잃는다.


살면서 다닌 모든 직장과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끝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토대를 만들어서 돌아가게 만들어 놓으면 눈에 보이는 ‘스탯’을 운운하고 이제는 본인들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동안의 노력과 결과를 평가절하하며 재고 처리하듯 내쳐버린다. 그리고 화려하지만 좋지 않은 방법에 손을 대고 예상대로 그동안 쌓아온 자산들은 다시 물거품이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창규 (THINK TANK, Brand & Marketing Director, thinktank_cc@naver.com)

 litt.ly/thinktank_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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