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에미레이트 항공 면접 이야기
그 과정과 실제 면접 후기 (2014년 여름 ver)
때는 에미레이트 항공이 4년 만에 한국에서 채용을 재개했던 2014년 여름, 학원에서의 1차 스크리닝 면접(3천여 명 중 300여 명 선발했다고 들은), 이후 이틀에 걸쳐 진행된 에미레이트 파견 면접관과의 CV Drop(여기서 100여 명 정도로 선발) 후 Assessment Day, 그리고 또 별도의 날에 실시된 면접관과 Final Interview(80여 명)를 거쳐 골든콜을 받게 되었다.
각 절차와 받은 질문, 생각 같은 것들을 별도로 정리한 내용이다.
1. 학원 면접
학원 면접은 사전에 공지된 시간대에 방문하여 이루어졌다. 일종의 리포팅 절차를 거치면서 기본적인 스크리닝을 한다.
- 사진 묘사
한 번에 8명 정도가 입실하여 각자 봉투에 담긴 사진을 받아서 장면에 대해 묘사를 하고, 꼬리 질문 등에 답하는 형태였다.
사진의 내용은
① 컴퓨터가 놓인 강의실에 앉아있는 대학생들
② 기숙사 공용 부엌으로 보이는 장소에 앉아있거나 한 사람들
③ 냇가(?)에 앉은 뒷모습의 남녀
④ 겨울이고 시장처럼 매대가 놓여 있고 물건을 파는 사람이 있는 풍경
⑤ 어느 나이 많은 여성이 굵은 뿔테에 턱을 괸 마치 책 표지 같은 상반신 사진
⑥ 남녀가 싸운 것 같은 모습
⑦ 의사와 면담하고 있는 환자가 있는 병원 풍경
모두 다른 사진을 받아 들었다. 나는 당시 불행(?)하게도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⑧ 바다 위 떠가는 여객선 사진을 뽑았다.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던 때라, 그 사진을 보고 다른 생각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부정적이고 우울하게 분위기가 흘러 전반적인 인상에도 영향을 끼칠까 걱정됐다. 무엇이 떠오르냐? 는 말에 최근 우리나라에 떠올리기도 마음 아픈 세월호 침몰이라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고 언급하게 됐다.
이에 대해서 꼬리 질문은
- 왜 그런 일이 생겼고,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 당신이 그 배에 승선한 승무원이라면 어떻게 했겠는가?
- 지시를 따랐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고를 당했다. 앞으로 어떻게 지시를 신뢰하게 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승조원의 대처가 안일하였고 당시 선장 일행이 제일 먼저 탈출했다는 점을 짚었다. 처음에는 횡설수설한 부분이 있지만,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아시아나 여객기가 충돌 시 승무원의 대응으로 참사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며 대조한 후, 매뉴얼에 따라 잘 훈련된 승무원이, 단순히 안내 지침을 방송으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하는 모습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날 스스로와 다른 참가자들 답변에서 전반적으로 느낀 부분은 다들 생각보다 당황하여 충분히 참신하게 해석할 수 있는 부분에서 막힌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남녀가 사진 속에 있으면 대부분 애정관계로만 해석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때문에 당시 면접관은 이미 그 사진을 연인으로 해석한 사람이 앞에도 너무 많았다, 참신한 것 없냐는 코멘트가 날아가기도 했다.
2. CV Drop
공지된 날짜에 오전 8시까지 면접 장소인 역삼 르네상스 호텔에 집합하였다. CV와 여권사진, 전신사진을 준비했고 기타 요구하는 서류들을 챙겼다.
원래 샵에서 메이크업이랑 헤어를 잘 받지 않는데 이 날은 친구와 함께 받았다. 톤 다운된 오렌지 원피스에 남색 쟈켓을 덧입고 갔다. 면접 의상은 대체로 화사한 차림이 많았다. 원피스 차림, 투피스 차림도 있었다. 국내 면접에서 많이들 입는 하얀 블라우스와 H라인 검정 스커트는 외항사 면접에서는 비중이 적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어울리지는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때문에 자신의 피부톤과 이미지를 보완하고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의상을 자유롭게 선택한다.
현지 면접관은 9시에 모습을 나타냈고, 크리스티니와 미라라는 두 면접관이었다. 크리스티니는 그리스 출신에 승무원에서 전직한 케이스였고, 미라는 전직 승무원 여부는 알 수 없고 불가리아인이었다. 나는 앞에서 1/3쯤 되는 지점에 앉아 있었고, 두 면접관은 회사 안내에 해당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게 된다. 정확히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1시간 반으로 추정한다.
직후 CV Drop이 진행됐다. 당시 의자가 크게 두 그룹으로 정렬되어 있었는데, 왼쪽 그룹은 크리스티니에게, 오른쪽 그룹은 미라에게 제출하게 되었다. 앞에서부터 앉은 순서대로 걸어나가 면접관에게 준비해 온 서류를 제출한다. 그리고 간단한 스몰토크 개념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면접관은 사진을 보여주고 설명하도록 시킨다. 이것이 CV Drop의 모든 절차로 비교적 앞자리였던 나는 12시 전에 끝내고 나오게 되었다. 전체는 아마 3시 정도까지도 진행됐다고 전해 들었다. (약 300명 인원)
최대한 상냥하고 좋은 인상을 전달하기 위해서 앉아서 계속 무슨 말을 할지 되뇌었다. 앞에 서면, 밝게 인사 나누고 바로 "The presentation was so inspiring!"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막상 서류를 들고 섰을 때 그녀의 카리스마에 상당히 긴장했다. 바로 미라가 "How are you?"라고 해서, 너무나 자동적으로 "I'm very good, you?...."라고 했지만 쳐다보지도 않는 냉랭한 태도라 내 목소리만 메아리처럼 울렸다.
조금 위축되었지만 "What are you doing now?"라는 질문에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설명을 곧잘 장황하게 했다. 이런이런 일을 하는데 이게 승무원을 하고 싶은 열정에 더욱 불지폈고, 이 경험들이 EK의 승무원이 된다면 꼭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사족까지 달았다.
여전히 미라는 거의 쳐다보지 않고, 혼자 말하는 듯 되었다. (EK는 진실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아부? 또는 오바?성 발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카더라가 있다.) 어쩐지 더 작아지고, 긴장도 더 되고 떨리기 시작했다.
미라는 덤덤하게 A4에 총 3컷의 사진이 담긴 종이를 건네며, 그중 2컷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설명해 보라고 했다. 앞에 몇 분 하면서 코멘트 받는걸 보니, 개인감정이나 사연을 사진 설명에 보태지 말라고 주의를 준 참이다.
앉아서 앞에 사람들이 하는 것을 관찰하면서 느낀 것이
- 어떤 사람은 면접관 앞에 아주 바른 정자세로 서서 약간 내려다보듯 대화를 하였고,
- 어떤 사람은 상체를 숙여 면접관과 눈높이를 어느 정도 맞추려는 상태에서 대화를 하였다.
각각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뒤에서 봐도 신체의 제스처도 중요해 보였다.
아무래도 친근한 모습, 낮춘 자세가 내 눈에도 좋아 보였기에 자세를 낮춰 눈높이를 맞추고, 받은 사진도 내 시선 기준이 아니라 면접관에게 바로 보일 수 있도록 들었다.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펼친 손으로(기상캐스터처럼) 짚으며 이야기했다.
사실 지금도 그 사진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3컷 모두 사막 근처의 관광지역이라고 생각했다. 붉은 흙 느낌으로 된. 첫 번째 사진은 사람 키의 두 배는 될듯한 큰 두 개의 기둥이 서있는 장면에 관광객들이 보이는 풍경이었고, 두 번째 사진은 관람대가 가로로 놓여 있고 관람대 너머에 붉은 흙벽....을 바라보도록 된? 역시 관광지 같았다.
"음.. 첫 번째는 지금 여기 큰 기둥처럼 된 부분, 이것은 어떤 신전 같은 곳 같아. 관광지인 것처럼 보인다. 관광객들이 이것을 보기 위해서 찾아간 것 같네.. 여기 관광객들이 여러 명 있어. 두 번째 그림도 역시.. 관광지 같아. 여기 가로로 된 곳에서 뭔가를 바라볼 수 있도록 되어 있네. 뒤쪽에 있는 이 절벽 부분을 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자 미라는 "That's it?"이냐 물었고 더 이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 같아 "Yes"라 하고 그것이 끝이었다.
떨기도 너무 떨었고, 설명도 짧으면서도 장황하기까지 했기에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130번. 내 뒤로 135번까지 있었으니 총 300여 명 중 CV Drop에서 걸러진 인원이었다.
3. Assessment Day
CV Drop 할 때 받은 메이크업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하고 가게 됐다. 옷은 그대로 똑같은 것을 입었고, 오전 11시까지 현장에 도착했다. 135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상태였다. 8시와 11시 그룹. 8시 그룹 분들이 첫 번째 관문을 넘고 대기 중인 상태였다. 약간의 딜레이가 있었고 11시 그룹이 면접 장소에 입장했다.
1) 암리치&스몰그룹 토크
70명 정도의 지원자들은 큰 원 2개로 앉아, 즉 30명 정도가 한 원을 이뤘다.
암리치는 발레리나 토가 허용되지 않는다. 보통 가장 많이 하는 높게 닿도록 왼쪽 발부터 오른쪽 손끝까지 이어지는 대각선으로 몸을 기울여 팔을 뻗는 것도 인정되지 않는다. 양쪽 어깨 수평 상태에서, 그대로 엄지발가락은 바닥에 지탱한 채로 까치발을 들어 팔을 그대로 뻗어야 한다. 아깝게 되지 않는 분들은 옷을 갈아입고 와서도 재셨고, 스트레칭을 해서도 다시 도전하셨다.
한 사람씩 불려 가 암리치를 잴 동안에 3명씩 그룹 지어 사진을 한 장씩 받았다.
사진은 사물과 도시였다. 사물의 경우 보편적으로 그 사물이 쓰이는 것이 아닌 창의적 다른 쓰임을 고민하는 것이었고, 도시의 경우 내 친구에게 이 곳을 여행지로 추천하고 어트랙션을 설명하라는 상황을 주었다. 암리치를 한 사람씩 재기 때문에 함께 이야기하고, 할 말을 연습까지 할 충분한 시간이 된다.
암리치가 모두 끝나고, 각 조는 순서대로 일어나 자신의 사진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우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를 설명하는 조였고, 도시 사진이 크게 하나 있으면 귀퉁이에 추가적인 이미지가 2개 정도 삽입되어 있어 참고할 수 있었다. 비록 탱고를 살사라고 설명하긴 했지만 무난하게 잘 설명한 것 같았다. 발화하는 태도에서 주는 전체적인 느낌을 판단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특히, 디렉션을 제대로 따르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친구에게 설명하듯 여행지를 추천하라는 지시였는데 어떤 팀은 아예 면접관을 인식하며 면접관에게 사진 자체를 설명하는 형태로 프레젠테이션을 해서 중간에 지적을 당하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면접 전반을 통틀어 면접관의 지시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부분은 삼가는 것이 좋아 보였다.
2) 필기시험&아티클 요약
긴 지문에 딸린 여러 객관식 질문으로 내용 확인, 단어의 쓰임 등을 묻는 것이 2개 지문 정도 나왔다. 문법에 맞게 단어를 선택하는 질문들이 여럿 나왔다. 표지판을 보고 가장 알맞게 상황을 기술한 답을 고르는 것도 나왔다. 시간은 1시간 조금 넘게 준 것 같은데, 문제 풀기에 그리 부족한 시간은 아니었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문제를 풀고 있는 동안, 자기 번호가 불리면 앞으로 따로 나와 면접관 앞에 앉고 A4 종이에 적힌 아티클을 받게 된다. 이것을 소리 내어서 읽은 연후에, 면접관에게 읽은 내용을 요약해서 설명해야 한다.
내용은 중동 문화와 관련한 내용이라고 주워들은 상태에서, 받아 든 내용은 라마단이었다. 이미 어느 정도 이해도가 있어 자신이 있었다. 다만, 실제 아티클을 읽을 때에는 어려운 단어들이 중간중간 섞여 있다. 읽기 어렵고, 잘 모르는 단어들. 그래서 생각 없이 읽는 데에만 집중하면 내용이 머리에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한참 읽다가 요약할 생각에, 끝 부분에 나왔던 단어를 기억해서 요약하며 언급해 주는 방법을 썼다.
탈락하신 분들을 보니, 영어실력이 출중하신 분들이 많았단 얘기도 들렸다. 이 아티클 요약 부분에서 어떤 다른 기준이 적용되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보지만 추측일 뿐이다. 빛이 잘 드는 가까운 곳에서 피부 상태를 체크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혹은 말하고 설명하는 태도를 보는 것도 크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3) 그룹 디스커션
평소에 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대략 15명 안팎의 인원이 하는 대형 그룹 디스커션이다. 6-8명 안팎이 가장 무난한 인원 구성인데 인원 수가 많아지면 아무래도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또 말할 틈을 찾는 것도.
그런데 마지막 관문인 이 그룹 디스커션은 거의 20명 정도의 인원이 진행하게 되었다. 두 그룹으로 나뉘었으니 대략 마지막까지 40여 명이 남았다고 봤다.
옆의 그룹은 배관이 터진 건지, water가 flooded 된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우리 그룹이 받은 내용은 여객선이 overbooking 되어서 accommodation을 2명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일 때, 보기에 주어진 후보군(?)들 중 어떤 사람에게 혜택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처음 5분여의 시간 동안 2명 당 하나씩의 상황 설명지를 제공을 하고, 준비를 하게 한다.
그리고 다 같이 디스커션을 하는 시간을 대략 10분 정도 준 것으로 기억한다.
후보는, 아들이 효도여행 보내준 할머니, 신혼부부, 충성고객, 비즈니스상 관계가 있는 여행사 에이전트의 휴가, 도로교통부 장관, 여행 잡지 기자.. 뭐 그런 것들이었다.
중간중간 디렉션 주는 역할을 하려고 약간 오바스러운 노력도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욕심이 나다 보니, 평소 하던 것보다 정말로 많이 오바해서 디커에 참여했다. 의견을 피력하기보다는 디렉션 주고 정리하는 역할 위주로 하려고 발언을 많이 했다. Assesement Day 전에 이 그룹 디커 스터디를 하면서 받은 코멘트가, 너무 involve 되어 있지 않은듯한 태도,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태도 등을 지적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단계에서는 면접관들 두 사람 다 디커 자체에 집중한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거의 우리가 어떤 말을 하거나, 어떻게 말을 하거나의 형태를 체크한다기보다는..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한 상태에서 서로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의견 조율을 한다는 느낌? 누군가를 보며 귓속말을 나누기도 하면서 사실 디커 자체는 전혀 듣고 있지 않은듯한.
스터디할 때 그룹 디커를 시켜놓고 면접관이 되어보는 경험도 중요하다. 막상 해 보면, 아 얘가 이런 말을 했네? 쟤는 저런 말을 했구나.. 이런 내용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분명한 톤으로 이야기해야 하고, 말하는 태도에 신경을 써야 되는 것이다. 그리고 눈에 띌 만한 '역할'을 디커 안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
디커가 끝난 다음에도, 각 그룹에서 요약할 사람을 자원받아 요약을 들은 것이 질문의 전부였다. 우리는 2명을 선택하고 그 이유는 달았는데, 몇몇 후보에 대해 아닌 이유들을 다 정하지 못해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내용을 자세히 파고들지 않아 다행이긴 했다.
이 그룹 디커 자체가 당락에 영향을 크게 미친 부분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각 프로세스마다 어떤 점수화를 한다고 보였고(엑셀 작업 등), 그런 부분들이 각 스테이지마다 누적적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을 떨어뜨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데려가려고 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4. Final Interview
매를 먼저 맞는 것이 차라리 나았을까. 번호 자체가 뒤에 위치하다 보니 1차 채용 파이널 스케쥴링에서도 가장 마지막 날에 잡혔다. 크리스티니랑 이틀 그렇게 보면서 나름 감정적으로 가까워졌다 여긴지라, 후반부 파견된 다른 면접관에게 파이널을 봐야 한다는 것이 아쉽기도 했다. 면접관은 본 시기에 따라 파견된 사람이 다른 부분도 있었다.
이 날도 그냥 똑같이 오렌지색 원피스에 남색 쟈켓을 입었다. 다만 오렌지색 원피스는 이전에 입던 것이 톤 다운된 가을 느낌 옷인지라 쨍한 오렌지색의 여름 원피스로 입고 가게 되었다. 메이크업도 직접 했다.
요구한 서류 등과 함께, 파이널에서 EK는 캐주얼 사진(전신/반신)을 가져가야 한다.
약속된 시간이 되었고, 아르헨티나 국적이라고 알려진 로라가 나를 부른다.
"Hello, how are you?"
"I'm good, you?"
그렇게 면접실의 문을 함께 열고 들어갔고, 자리에 앉았다.
"So what did you bring for me?"
구비해야 하는 서류들을 꺼내 로라에게 전달을 했다. 캐주얼 사진 찍느라 정말 스트레스가 컸는데, 전신 3장, 반신 3장 정도를 가져가서 보여주고 마음에 드는 것을 직접 골라가 달라 말했다.
그리고 작성해 간 Pre-joining form에 기재한 History를 체크한다.
(각자 레쥬메와 별도로 이력과 정보 등을 기재하는 EK form, 이것만 보고 면접은 진행된다.)
대학 졸업 후에 학교를 반수한 내용이 있다 보니 1년여 공백이 있는데 이에 대해 로라가 질문한다.
"After graduation, what did you do for this one year?"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설명하겠다는 욕심과 달리 그녀는 전혀 이해를 못했다. 왜 굳이 전공도 같은데 학교를 옮긴 건지, 전에 다닌 학교의 학점도 인정해주지 않는데 왜.. "한국에는 대학 내 서열이 분명하고 나는 내가 목표한 학교를 가기 위해서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가 요지인데 그런 행위 자체가 굉장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두 번 정도 비슷한 말을 반복했다.
"That doesn't make any sense to me."
여기서부터 사실 좀 꼬이기 시작했다고 느꼈다. 최대한 다시 설명을 차근차근해서, "Okay"로 끝나는 대화를 마무리 짓긴 했지만 시작이 영 찝찝했다. 로라가 이때부터 나와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을까 걱정됐다. 이후 거의 면접 상황에서 서로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꾸 발생해서 동문서답도 좀 했다. 로라는 설명하는 경험에 대해 '사실' 검증을 하는 꼬리 질문을 많이 던졌다.
질의응답 이전에는, 현재 하는 일의 Duties는 뭔지, 고객은 누구로 정의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몇 가지 이력서에 있는 경험에 대해서 좀 더 상술하기를 원하는 질문도 있었다.
"So from now on, I'm going to ask you few questions. You just need to answer it based on your past and work experiences and please give me as much details as possible. Do not generalize. And I'm going to type while you are talking, but doesn't mean that I'm not listening. Okay?"
답변에 대해 구체적으로 내가 어떻게 말을 했는지, 상황이 어땠는지 약간 취조하듯이 묻는다. 보통 면접 시간이 긴 게 좋은지 짧은 게 좋은지들도 궁금해하는데 잘 못 알아들어서 말이 길어지게 되면 면접이 길고, 원하는 답을 딱딱 주면 짧단 말도 있었다. 혹은 면접관이 호감을 가지고 길게 면접을 하기도 한다고 하니 뭐가 맞는지는 잘 모른다. 정답이 없는 셈. 그래도 당시 분위기는 전자가 좀 더 맞았던 것 같다.
이후 받은 일반적인 질문들은 아래와 같다. 그밖에 이력서에 준한 질문이 2, 3개 정도 있었다.
그리고 인터뷰 전에 Psychological test 같은 것을 보게 되는데, 여기에 기반한 질문도 있다고 한다.
- Tell me about your experience that you go extra miles to make your customer satisfied.
- Any time that you correct your coworkers mistake.
- Have you ever spotted your collegues mistake?
- Do you have any experience that you need to work in.....(under pressure? rushed? something difficult sitaution?)
- Have you ever made any actual action to respect cultural difference?
- What was the biggest change in your life?
인생 다 뒤져서 좋은 에피소드도 많이 찾아놓고, 답변 연습도 정말 많이 했는데 다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면접이었다.
끝으로 로라는, 한두 달 정도 걸려야 결과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을 해줬다. 추가적으로 질문 없냐고 하여, 로라가 아르헨티나 사람이라는 얘기를 바로 직전에 들어서(당시 아르헨이 네덜란드와 4강전을 마치고 결승에 올라간 상황) 사실 축구에 대해 잘 몰랐지만 그 이야기를 꺼내면서 친한 척을 마구 했다.
그렇게 긴 면접 일정은 끝을 맺었다.
결과받기까지 약 3주 동안 수없이 파이널 면접을 리플레이했다. 좀 더 잘할걸 싶은 생각도 들고, 골든콜 받는 사람들 소식 들으면 가슴이 철렁하고.. 잘 못 봤다는 생각에 기대는 접어야겠다고 생각할 때쯤 골든콜을 받게 되었다.
아무쪼록 이 글이 에미레이트 면접은 대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을 잡고 향후 면접 준비하시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