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어느 외항사 승무원으로서
처음 외항사를 지망하기 시작한 주요한 동기가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집에도 자주 올 수 있고 심지어 장거리 중인 미국의 짝꿍도 자주 볼 수 있겠지 하는.
현실은 호주,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등 전 세계 방방곡곡을 레이오버로 다녔지만, 정작 한국은 휴가 이외에 비행으로는 아예 갈 수가 없었던 2년이었고,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1년에서야 마침내 한국도, 미국도 비행으로 갈 수 있게 되자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 가장 큰 동기가 채워지지 않아 꽤 허무했는데 이후 심적으로 훨씬 평안한 상태가 되었음을 고백해 본다. 물론 같은 시기에 입사했지만 한국도 미국도 비행이 가능했던 동료들도 있었다. 이는 순전히 내 선택으로 조절 가능한 영역이 아니었다.
나는 왜 한국 비행을 할 수 없었나?
두 가지 요인 때문이었는데, 회사에서의 운영 방침이 개개인에 미친 영향이 첫째요, 둘째는 해당 비행 편 수와 그 수요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일어난 일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지금은 B777과 A380 두 기종만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입사 시점에는 크게 세 기종을 보유하고 있었다. 작은 것부터 큰 순으로 A330/340, B777, A380. 캐빈 크루는 최대 두 종에 한해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당시 회사는 A330/340 기종을 완전히 밀어내는 중이었다. 그러니 B777은 공통으로 타고, A330/340을 타는 크루와 A380을 타는 크루로 그룹이 나뉠 수밖에 없었다. A380은 장거리 위주의 비행들이 많았고 여기에는 내가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던 서울과 LA가 포함되었다. A330/340으로 배정되어 버린 나는 서울과 LA 비행을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주로 단거리 노선이 많아 어느 달은 턴어라운드만 했던 달도 있었다. 그렇게 첫 1년 여는 만족스럽지 못하게 보냈지만 종국에는 A380으로 트레이닝 되는 수순을 밟았고,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승진이 훨씬 빨랐기에 한편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긴 했다.
이처럼 회사의 운영 방침이 개개인에게 좋게 혹은 나쁘게 작용하는데 이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뭐 어느 회사나 다 그렇긴 하지만. 한국인 크루들에게 꽤 중요한 한국 비행 여부가 여기에 달릴 수 있다. 비단 이뿐만 아니라, 로스터(roster, 비행 스케줄) 전체적인 영향, 승진까지의 기간 등등 모두 그렇다. 물론 이 단계로 가기 전 리크루팅 때부터 이미 영향력 아래 있다. 국적에 따라 크루 수를 조정함에 따라 국가별 채용 여부가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은가.
둘째, 해당 비행 편수와 그 수요의 변화는 거의 모든 한국인 크루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어떤 외항사는 한국 노선을 운영하기 위해 한국인 승무원을 뽑기도 하지만, 중동의 항공사들은 전 세계 전 노선에 다 투입된다. 훨씬 자유롭고 훨씬 여러 곳을 다니며 다이내믹한 비행이 펼쳐져 장점이 많지만 만약 한국이나 특정 노선을 자주 가길 원한다면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두바이-서울을 EK322/323편이 매일 운항하고 있다. 한동안 매주 금요일/토요일에 두바이-서울을 오가는 EK328/329편이 추가로 운항되기도 했다. 정기 운항은 EK322/323이라고 할 때, 일주일에 7번 출발을 하고, 비행 당 같은 국적은 최대 8명으로 제한(로스터로 배정시 최대 10명), 한 달이면 224-280명(8명 또는 10명*7번*4주) 정도가 서울로 비행을 갈 수 있는 셈이다. 퇴사 즈음에 본 한국인 승무원 수가 대략 900명에 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아마 퇴사 인원이 발생했을 테니 조금 줄어들었을 것이라 예상되고, 올해 뽑는 인원이 투입되면 아마 그 수가 다시 늘어날 것이다. 이 900명이 매달 280명(그나마 최대치..) 정도가 할 수 있는 서울 비행을 하고자 할 때, 경쟁은 당연히 치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게다가 로스터 배정은 캐빈 순서대로 이루어진다. 퍼서(1명), CSV(3명), 퍼스트(3명), 비즈니스(8명), 이코노미(8명). 위에서 한국인 크루가 배정되어 버리면 당연히 아래 클래스에 한국인 크루 자리가 적어지는 셈이다.
크루들은 입사 때 7개의 그룹으로 나뉘는데 이 그룹이 번갈아가며 로스터 배정 우선순위를 갖는다. 만약 내 그룹이 다음 달 7순위라면 요청한 비행은 거의 못 받고 주는 대로 가야 한다고 봐야 한다. 반년에 한 번 돌아오는 1순위여야만 서울 비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비교적 현실에 가까웠다. 단순 산수로 전체 캐빈 크루 2만여 명을 7그룹으로 나누면 한 그룹당 3천 여명(...), 한국 크루 900여 명을 7그룹으로 나눠도 130여 명이이니까. 특정 노선을 신청한 1, 2순위 그룹에서 마감되어 버릴 공산이 큰 것이다. 게다가 시스템이 어떤지 몰라도 이 1순위 때 첫 번째로 요청하는 비행은 뭐 실컷 하라고 그러는지 꼭 두 개 정도가 나온다. 한 사람에게 그렇게 배정되면 다른 사람에게 기회는 더 줄어들게 마련이다.
현재 한국인 승무원 다수가 이코노미 승무원으로 알고 있다. 또한 한류 등의 영향으로 서울 비행을 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 크루들도 많다. 그들과도 나름의 경쟁이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코노미 한국인 승무원들은 반년에 한 번 서울 비행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그마저도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탑승 인원 절대 수 자체가 작은 퍼서, CSV, 퍼스트 클래스 역시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그래서 한국 비행을 자주 하려고 비즈니스 클래스에 머물며 일부러 퍼스트 승진을 하지 않는 선배님들도 보았다. 중간에 채용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즈니스에는 한국인 크루가 적은 편인데 비행마다 8명을 필요로 해 경쟁 없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에서 일할 때, 서울 비행을 첫 번째로 요청하면 내 그룹 우선순위와 관계없이 달마다 하나 정도는 서울 비행이 나왔다. 지금은 추가 승진된 인력이 있어 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매우 공격적으로 한국 취항을 요청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거의 몇 년째 들려오고 있다. 인천 노선이 늘어난다느니, 부산 노선을 신규 취항할 수도 있다느니 하지만, 실제로 정부에서 허가를 내주고 있지는 않은지 늘 소문만 무성하다. 만약 한국으로 가는 노선이 증편이나 신규 취항으로 늘어난다면 아마 한국인 크루들이 비행을 따내기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물론 집으로 가는 티켓 구하기도 훨씬 쉽겠지.
크루가 승객으로 한국에 가려할 때는 어떨까
위와 같은 맥락에서 서울에 승객으로 가려고 할 때도 경쟁이 있을 수 있다. 회사에 한국인 크루의 수가 많아질수록 그럴 수밖에 없다. 휴가(1년에 30일/앞뒤로 day-off를 요령껏 붙이면 기간이 더 늘어날 수도)나 5일 연속 오프에 집에 가려고 할 때가 있는데 그 티켓은 알아서 구해야 한다. 여분의 좌석이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만약 시기가 성수기와 겹쳐 오버북이거나, 집에 가려는 크루들이 많아서 대기가 길면 당연히 탑승 순위가 낮은 크루들은 밀려난다. 크루 티켓은 여분 좌석이 있을 때만 확약이거나(ID50), 무조건 스탠바이(ID90)이기 때문이다. 자리는 입사 순으로 먼저 가져간다. 다섯 명이 대기 중이었는데 자리가 딱 하나가 나서 가장 사번이 빠른 딱 한 명만 태운 경우도 있었다. 애초에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이거나, 간절함에도 탑승에 실패하게 되면 일단 운항 편수가 비교적 많은 홍콩으로 가서 타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가거나, 때로는 싱가포르, 타이베이, 베이징, 도쿄, 오사카, 아부다비, 도하 등등 어디든 가서 역시 타 항공사 연결편을 찾아 꾸역꾸역 들어가는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 비행은 스태프(와 그 가족)가 다른 노선보다 늘 많이 탑승하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쉬는 날 집에 간다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이냐며 티켓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 때면 매우 고통스러웠다.
한국을 비행으로는 절대 가지 않을 거야
하지만 한국 비행을 할 수 있었던 주변 한국인 친구들 중에는 한 번 서울 비행을 한 뒤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혹은 어쩔 수 없이 하는 애증의 비행이 되었다고 할까. 그 이유는 직접 서울 비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원래 모든 비행이 해당 국적 승무원들이 활약해야 하는 부분이 조금씩 더 있게 마련이다. 특히 이코노미는 승객의 절대 수가 많기 때문에, 캐빈 크루가 살펴야 할 인원도 많고 당연히 다뤄야 할 각종 사건사고가 더 높은 확률로 일어난다고도 볼 수 있다. 1% 확률로 돌i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100명일 때는 1명이지만 400명이면 4명인 것처럼, 실제 출현 빈도수가 훨씬 높아지는 셈이다. 물론 비즈니스나 퍼스트는 서비스 자체가 고도화되고, 문제가 생기면 더 예민할 수밖에 없는 프리미엄 캐빈이라 하나의 가중치가 좀 더 무겁지만 말이다.
서울 비행에서 신기(?)했던 점은 50, 60대 어르신들 단체 관광객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어른들 살펴드리기에 여념이 없을 수밖에 없고, 메디컬도 잦은 편이라 한다. 많은 경우 민원이 발생하면 한국어 스피커가 나서야 하므로 혹자는 욕받이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게다가 더러 진상이라 부를만한 손님들도 있기 때문에 비행이 끝나면 진이 쏙 빠진다고 했다. 내가 승객으로 다닐 때는 콜벨 누르거나, 어디 갤리 근처 가서 이런저런 요구를 한다거나, 승무원을 하대하거나 그런 것은 상상조차 한 적이 없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정말 오히려 필요한 게 있어도 미안해서 말 못 하고 그러신다는 것을 안다. 그중 손에 꼽는 사람들이 다수의 승무원들을 괴롭게 한다.
내가 사랑한 한국 비행
그럼에도 서울 비행이 늘 간절했다. 다른 도시를 비행하면서 한국 손님들을 만나면 오히려 내가 먼저 아는 척을 할 정도였다. 몰타로 어학연수를 가던 여대생도 기억나고, 로마 가시는 아주머니가 면세품 구입하다 문제가 생겨 통역이 필요했던 때도 있었고, 우연히 전 직장 상사분의 지인까지도 만났었다. 신기하고 뿌듯하고 그랬다.
비즈니스 크루로서 처음 서울 비행을 갔을 때 어찌나 설레던지. 비즈니스 클래스에는 사실 한국인보다 외국인 비중이 훨씬 높아 비행이 그렇게까지 까다롭진 않다. 1/3 정도가 한국인이면 많다고 하는 정도다. 다만 이코노미 오버북이 잦은 편이라 업그레이드 되는 승객이 많으면 한국분들이 많아진다. 퍼스트도 한국인 비중이 사실 낮은 편이라 비행 강도가 이코노미만큼 힘들지 않다고 한다. 비즈니스 크루 중에는 나 혼자 한국인일 때는 양쪽 구역을 다 넘나 들면서 엄청 신이 나서 손님들을 응대했었다. 처음에는 한국말로 서비스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부터 매우 혼란스러웠다. Window shades가 뭔지, Tray table이 뭔지, Overhead locker가 뭔지 너무나 어색했다. 손님이라고 간단히 부르면 되는데 호칭이 안 떠올라 선생님, 선생님 한 적이 많았고, 질문은 한국말로 해놓고 답변은 영어로 한 적도 있었다. 기존에 하던 서비스 표현들을 어색한 한국말로 직역한 적도 부지기수다. 대부분 손님들은 긍정적으로 우리를 봐주셨고 항상 예의 바르고 친절한 모습이셨다. 한 번은 어머니, 남편, 아이 둘을 데리고 타신 손님이 있어 좀더 신경 써드리려고 했는데 너무 고마웠다며 칭찬 레터를 받은 좋은 기억도 있다. 마지막 1년 동안 한국 비행을 거의 10번 가깝게 했는데 매번 무척이나 즐겁게 비행을 했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대하는 손님들도 있고, 까탈스럽게 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나눠드리는 것 중에 그 손님께 굳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갔더니, '뭔데? 아, 그냥 줘. 주라고.' 두 눈까지 부라리며 버럭버럭 소리쳤던 손님은 그 이후로도 모든 크루들에게 굉장히 무례하셔서 지금도 얼굴이 기억에 난다. 사실 식사하라고 깨웠다고 화내시는 분들은 굉장히 많다. 국적기에서는 손님이 주무시면 깨우지 않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에미레이트는 기본적으로 미리 손님이 깨우지 말라는 의사를 밝히거나 'Do not disturb'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으면 꼭 깨워서 식사 의향을 묻는다. Dine on demand가 아니기 때문에 식사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서비스 인력을 볼 때, 하나의 인격이 아니라 나보다 낮은 사람이라고 기본적으로 깔고 보는 분들이 아직도 소위 선진국에 비해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우리야 서울 비행을 안 하려고 하면 그만이지만(대신 우리에게는 인도와 사우디, 카사블랑카, 카이로, 베이루트가 있다.) 피할 수 없는 분들은 참 힘들겠다 싶을 정도다.
승무원을 향한 이중적인 시선
한국 비행을 하면서, 승무원에 특정한 고정관념을 갖지 않고 인간적으로 대우하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어떤 분들은 아직도 전통적인 승무원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본다. 외국 항공사는 승무원들이 우리나라처럼 예쁘지 않다던가, 승무원 그거 뭐 단지 하늘에 있다 뿐이지 식모 아니냐든가, 그런 밥 주는 일 하려고 그동안 그렇게 공부한 거냐는 등의 이야기는 바로 내가 들은 이야기다. 그 집 딸이 외모가 그 정도 됐나? 라고 건너 말을 들었을 때는 참 기분이 그랬다. 사실 줄줄이 탈락탈락 고배를 마실 때마다 나 자신조차 속으로 위와 같은 생각들을 하며 달랬던 적이 있음을 고백해 본다. 그때의 나는 부러움과 질투를 섞어 열심히 깎아내렸던 것이다. 사람들도 그런 걸까. 왜 남의 인생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걸까.
어느 날은 집에서 출근하느라 유니폼을 갖춰 입고 택시를 탄 적이 있었다. 택시 기사 아저씨가 어느 항공사냐, 우리나라 승무원들은 쭉쭉빵빵 애인 삼고 싶을 정도로 예쁜데 외국 항공사들은 다 펑퍼짐한 아줌마더라, 일이 엄청 고되다지, 그럼 돈은 많이 주나? 얼마 버나? 내가 딸이 OOO 차장이라 미국 본사에 가족 초청으로 다녀오면서 보니까 승무원 그거 사람이 할 일 아닌 것 같더라 등등. 어찌나 모욕적이던지. 그런데도 유니폼 차림인데다가 나보다 어른이니, 속으로 분을 삭이며 웃으며 내렸다.
누가 그렇게 승무원 일을 고되게 만들까. 바로 그런 고정관념을 기반으로 기내에서 펼쳐지는 각종 갑질과 진상 행각들일 것이다. 이런 것들로부터 대체로 자유로운 외국 항공사는 감정 노동의 강도가 훨씬 낮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영어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국어의 반말/존댓말 문제나 감정이 지나치게 섞이는 부분을 배제할 수 있어서도 이유일 듯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갈등에 부딪힌다고 무조건적으로 저자세를 할 필요가 없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일반적으로 전체 크루가 함께 대처하고, 크루가 전적으로 잘못한 것이 아닌 이상 최대한 든든하게 지지를 받는다.
일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주식 담당 업무를 맡아 전화 응대도 했는데 그때가 정말이지 끔찍했다. 그중 블랙리스트로 걸어둔 주주가 있었다. 전화를 피하자 전사의 모든 부서마다 연결해서 집요하게 나를 찾았다.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상대방 화가 풀릴 때까지 전화를 들고 있으면, 자기가 알아내려면 집 주소 못 알아낼 것 같냐며, 죽여버린다느니, 밤길 조심하라고 협박하고, 도대체 그 자리에 앉아서 하는 일이 뭐냐며 비꼬고, 쪽팔리지도 않냐며 사표를 쓰라는 등 온갖 비속어를 쏟아내는 언사를 다 들어야 했다. 끊으면 네까짓 게 지금 감히 내 전화를 끊냐며 또 걸고 또 걸고. 너무 화가 나 결국, 저희도 선생님 같은 주주 원하지 않는다고 다 파시라고 겨우 소심하게 외치며 전화를 끊고 화장실로 가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감정 노동에 비하면 캐빈 크루로 일하면서는 감정 노동이라 부를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이런 분들이 손님이라면 정말 힘들겠지 싶다.
한국 비행이 모두에게 더 즐거워지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으며 맺는다. 참, 그리고 아직 일하고 있는 우리 친구들을 위해 부디 증편이나 부산 취항 등이 현실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