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졸업을 한다고?
지난 2월, 나는 지방 거점 국립대 컴퓨터 전공 학사 졸업생이 되었다. 사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컴퓨터 전공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의 꿈은 수학 교사였고, 학년이 오르면서 공학계열을 선택해야 취업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막연히 전자공학 전공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였다.
수능 당일, 아빠와 함께 버스를 타고 시험장으로 향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국어 시간을 마치고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친구들과 답안 맞춰보기도 해 보고,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수학 문제 브리핑을 하면서 서로의 멘탈을 박살 내버리던 기억도 이제는 추억이다.
나름대로 무난하게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가채점을 하다 보니, 귀가 너무 고요하면 나는 소음으로 가득했다. 이게 아닌데.. 그다음 날, 부반장이라고 시험장을 정리하기 위해 나름 2등으로 등교를 했었다. 아직도 그 적막한 교실에서 내 성적을 듣고 분노로 가득 찬 담임 선생님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네가 그러면 안 되지. 부반장이라는 녀석이. 지금까지는 잘해놓고는."
이제 탈출이다! 고3 우리 반 졸업여행
뭐 그래서 적당히 성적 맞춰서 그나마 제일 관심이 갔던 컴퓨터를 전공으로 선택했더라는 이야기. 정보 시간에 배웠던 C언어가 적성에 잘 맞는 것 같기도 했고, 찬찬히 돌이켜보면 항상 주변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고장 나면 나를 찾아왔던 것 같기도 하고. 성적은 그럭저럭 준수하게 받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방 거점 국립대에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었다. 뒤늦게 들은 이야기지만, 부모님은 혹시나 내가 서울로 가면 어떻게 비용을 마련해야 하나 걱정했었다고 한다. 어쩌다 보니 효도까지 해 버린 모양이다.
그렇지만 처음에는 아무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공무원 시험도 준비해보고, 반수를 해볼까 고민도 하는 등 나름의 탈출을 위한 노력을 이래저래 했던 것 같다. 성격도 많이 조용하고 어두워졌었다. 군대도 소리 소문 없이 대학 동기들 중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다녀왔다. 그런데 지금은 좀 다르다.
특히 과외를 하면서 반수가 해볼 만할 것 같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지긴 했었다.
복학 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학교생활에 임했다. 그리하여, 다양한 해외 프로그램, 세미나, 박람회, 산학협력 프로젝트와 논문 대회 출전, 소프트웨어 교육 봉사 동아리 활동, 학부 연구생 참여, 교직이수, 그리고 장학생 선정 등등. 이 전공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누리지 못했을 수많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속에서 좋은 사람들을 매우 많이 만나고, 성격도 다시 밝아질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부끄럽지만,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에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이제는 많이 바래버린 추억 - 수능 이후 대학 탐방에서
처음 쓰는 글이다 보니 빠르게 예고편의 느낌으로 작성하였다. 왜 마음이 변했는지, 어떤 계기와 기회가 있었는지, 그래서 과정이 어떠했는지 이야기는 조심스레 아껴두었다. 앞으로 이 공간을 통해 2016년부터 2022년까지의 대학생활이라는 여정을 세세하게 다루어보고자 한다. 그 속에서 연결될 수 있는 과거의 모습들이 있다면 쉬어가는 코너로 끄집어낼 요량이다. 초반의 틀을 잡는 과정에서는 틈틈이 쓰겠지만, 이후 패턴이 어느 정도 잡히면 매주 목요일마다 규칙적으로 새로운 글을 발행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글을 통해서 누군가가 조금이나마 나아갈 길을 선택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나름의 목표랄까.
[글 쓰면서 들은 노래]
Loving You Girl(ft. Hkeem) - Peder Elias
어제 드디어 심사를 통과해서 첫 글을 발행한다. 목요일마다 쓰기로 했지만 아직 '초반의 틀'이 안 잡혔으므로 행복한 금요일에 발행하기. 모쪼록 내 글들이 오래오래 사랑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