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케이노 - 마시고 토하고
이후에는 방에 30명 정도씩 나뉘어서 둥글게 앉아 술을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사실 신나는 분위기긴 했지만, 그렇게 막 재미가 있지는 않았다. 사람이 많아서 정신도 없었고, 그냥 방별로 나뉘어 술 마시고 게임하는 분위기라 너무 가볍다는 생각을 했다. 그 방에서 가장 진지했던 이야기가 음식 들어오기 전에 한 동기가 신고 온 도라에몽 양말 이야기였다. 어느 순간 휴대폰을 보니 고등학교 친구들끼리 단톡방이 생겨 있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고, 몇 시에 다들 운동장에서 만나자는 이야기. 약속한 시간에 맞춰 중간에 몰래 빠져나와 친구들이 모여있는 운동장으로 갔다. 조명이 없어 캄캄한 운동장에서 분명 방금 헤어지고 금방 또 보는데도 얼마나 반갑던지. 즐겁지도 않은데 흥이 나는 스탠스를 유지해야 했기에 다들 지쳐있었다.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의 하소연을 한 뒤에 끝까지 잘 버티자는 결의를 다지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다시 돌아오니 그야말로 술판 그 자체였다. FM이라는 것도 하느라 시끌시끌하고, 이미 지저분해질 대로 지저분해진 화장실은 만석이었다. 이런 새내기 행사에서는 흑역사가 한가득 생기기 마련이다. 대학교 MT짤 그런 것들 전부 다 실화라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누가 바닥에 토사물을 밟고 미끄러지면서 그대로 '볼케이노'가 된 이야기는 동기들 사이에서 꽤 유명하다. 아직 그 시끌시끌하던 분위기와 좀비 영화를 방불케 하는 풍경은 인상 깊게 남아있다. 물론 그다음 날 또 놀아야 했기에 이후에 잘 치워뒀다는 점을 밝힌다.
여하튼, 이제 다시 MT나 축제 등을 비롯한 대학가 행사가 시작되는 모양새다. 사실 대학생활 대부분의 행사에 참여는 하였으나, 그때는 학교에 크게 정을 안 줘서 별로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와서 그때 좀 더 즐길걸 하는 건 지금 위축된 행사 분위기 때문에 생긴 마음일까? 모든 걸 내려놓고 놀지 않아서 괜히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그런 게 막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레는 마음에 신나게 즐기는 행동이 나쁘다고 하기도 어려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때의 기억으로 교훈을 얻든 친구를 얻든, 아니면 적어도 미련 없이 놀았기에 추억에 후회가 없게 되든 무엇 하나는 얻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니.
단대 새내기 배움터 이야기에 이어 다음에는 학부 MT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새터보다는 아주 조금 더 에피소드들이 구체적으로 잘 기억나서 이야기 끄집어내기가 조금은 수월할 것이라 생각이 든다.
[글 쓰면서 들은 노래]
Feel My Rhythm - 레드벨벳
Dun Dun Dance - 오마이걸
Heart Attack (츄) - 이달의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