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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Aug 26. 2016

방탄소년단의 소년이 아닌
Agust D의 음악을 듣다

Agust D 1st Mix Tape Review

Agust D 1st Mix tape



앨범 전체에 대한 이야기 



나는 편견 없는 사람이 되길 원하지만, 아무래도 적나라한 편견들이 가득한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보니 여전히 비뚤어진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는 생각을 간혹 하곤 한다. 이번 방탄소년단의 랩퍼 슈가가 Agust D라는 이름으로 낸 믹스테잎은 내가 여전히 편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확인시켜줌과 동시에 다시금 편견을 걷어내야겠구나 하고 다짐하게 만든 앨범이었다.


평소에 음악에 있어서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저 '좋다'라는 평이 있으면 죄다 찾아 듣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모든 장르에 깊이가 있는 것은 아니나, 아이돌 음악에 한해서는 나름 1n년간 마이너한 곡들까지 들어왔던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의 곡을 접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명 때문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긴 했으나, 자주 둘러보는 사이트에서 '아이돌 명곡'으로 추천 되어 올라오는 리스트에 방탄소년단의 'miss right'이라는 곡이 있었고, 이 후에는 동생과 친구의 추천으로 방탄소년단의 곡들을 접했으며, 결정적으로 'I NEED U'와 '쩔어'라는 두 곡으로, 이 그룹의 노래는 믿고 들어도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특히 '쩔어'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놀랬던 건 방탄소년단이라는 귀엽고 조금은 유치한 그룹명을 가진 아이돌들이 주로 힙합을 하는 그룹이며, 랩이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는 거였다. 처음 접한 곡들(miss right, I NEED U)은 독특한 멜로디라인과 보컬이 중심이 되는 곡이라 '랩' 부분에 집중을 해서 듣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쩔어'에서 랩 파트를 들을때 속사포처럼 쏟아지면서도 정확한 딕션으로 뱉는 랩들을 듣고 귀가 시원해지는 느낌과 동시에 이 그룹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러면서 이 그룹의 음악과 랩을 담당하는 멤버들의 실력이 상당하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 랩을 담당하면서 직접 프로듀싱에도 참가하고 있는 슈가의 랩과 곡은 기대 이상이었고, 솔직히 말하면 나의 취향에도 꽤 부합하고 있어서 믹스테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대가 되었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의심―워딩이 썩 좋지 않으나, 완벽하게 기대만 하고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로―하고 있었던 부분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믹스 테잎일까, 어떤 결과물을 과연 보여줄까, 온전히 자기 힘으로 만들어낸 슈가의 음악은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 역시 하고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Tomorrow, Rain, Whalien52, 흥탄소년단, 고엽, Ma city, RUN 등의 곡들에서 이미 그의 프로듀서적인 능력치도 꽤 높다고 생각했지만, 대중들에게 소개되는 아이돌 앨범 속의 수록곡이 아니라 랩퍼로써 자신의 음악을 보여줄 때는 또 다른 느낌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고, 동시에 작곡/작사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과연 그가 어느 정도의 퀄리티로 자신의 믹스테잎을 만들어낼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약간의 의심 섞인 기분으로.


그리고 공개된 믹스 테잎은 이런 내 생각을 무참히 깨는 결과물이었고, 그래서 이렇게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의 소년 '슈가'가 아닌 'Agust D'의 음악은 생각보다 강했고, 거침 없었으며, 있는 그대로의 인간 '민윤기'를 보여주고 담고 있었다. 


믹스 테잎을 플레이하면 24살의 그가 지금의 자리에 있기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눈 앞에 그려질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뱉어내고 있었다. 때로는 치열하게, 떄로는 한 없이 어린 18살의 목소리로, 떄로는 무기력하게 자신의 꿈과 삶을 의심하고 그러다 자신을 비웃던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성공을 이야기 하는 그가 믹스 테잎에 녹아 있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곡들을 전부 플레이한 후에 든 생각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다 보여줘도 되나?"였다.


아마도 이 믹스 테잎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7번 트랙인 마지막(The Last)에서 멈칫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1번 트랙부터 6번 트랙까지 이어져온 비트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웅장하고 어두운 멜로디로 시작하는 7번 트랙에서는 '잘나가는 아이돌 래퍼'인 슈가의 이면에 가려져 있던 그의 모습, 대인기피증, 우울증과 강박에 시달리던 과거,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았다는 이야기와 거기에서 나눈 가려진 이야기까지 모두 드러내놓고 있다. 4분 남짓한 이 트랙에서 그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모두 이야기한다. 아마 이 곡을 듣는 순간, 다들 멍해지지 않았을까? 그만큼 이 곡은 어쩌면 충격적일 정도로 가감없이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어,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동시에 그가 얼마나 절박한 심정으로 음악을 해왔는지가 여실히 드러나, 그에게 이 믹스 테잎이 얼마나 큰 의미를 담고 있을지도 어느정도 짐작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트랙만으로도 이 믹스 테잎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체적인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바로 마지막에 위치한 10번 트랙 때문이다. 내가 선호하는 분위기의 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곡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어쩌면 지금의 그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이 마지막 곡인 10번 트랙의 so far away에 담겨있는 게 아닐까라고 감히 추측했기 때문. 그 간의 많은 시련들을 그는 '첫' 믹스 테잎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생을 모두 이야기하고, 마지막 트랙에서 자기가 느껴온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무력함, 괴로움을 지금도 겪고 있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격려함으로써 함께 나아가자고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한 의도가 존재하느냐의 여부는 확인 할 수 없지만, 개인적 감상으로는 이러한 트랙 리스트의 배치를 통해 완벽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한 것으로 보이고, 또한 앞으로의 그를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7번 트랙에서 10번 트랙으로 이어지는 곡들이 그의 과거, 그리고 현재도 비슷한 모습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와 같았다면, 전반부의 곡들은 결국엔 '잘나가는 아이돌 래퍼'가 된 그가 세상과 자신을 비웃던 이들을 향해 통쾌하게 한 방 먹이면서, 그간의 한 풀이를 하고 그 비웃음을 그대로 되돌려 주는 곡들이다. 그게 '나는 여자가 많아, 나는 인기가 많아, 돈이 많아서 명품을 이만큼 가지고 있어.' 류의 보여주기식 자기자랑이 아니라 자기가 쌓아온 성과로 '잘 봐라, 너넨 놀 동안 난 이만큼 했어, 그래서 여기까지 왔어.' 하는 근거있는 잘난 척이라 거슬리지 않는다. 또한 전반부에 있는 곡들이 대개 비트가 빠르고, 악기 소리가 풍성한데, 랩 역시 정확한 딕션으로 쏘아주는 스타일이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전반적으로 믹스 테잎에 있는 곡들 하나 하나를 리뷰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트랙리스트의 흐름이나 전반적인 감상을 쓰게 되서 정작 내가 가장 즐겨듣고 있는 타이틀곡 Agust D나 intro, give it to me, 치리사일사팔 (724148)에 대한 리뷰는 아직 쓰지 못했다. 

개별곡들의 가사나 랩 스타일에 대한 감상을 쓰고 싶었는데, 이야기가 딴 길로 새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져서 개별적인 곡의 리뷰는 다시 다른 포스팅에서 작성하는 것으로 하고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Agust D의 첫 믹스 테잎을 들으면서 아이돌에 대해 편견이 없다고 자부했던 나는, '아이돌은 어느 정도 선까지만 적당히 노출해야 하지 않나?' 라는 편견을 여전히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지금은 가감없이 자신을 모두 내 보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준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어두웠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약점이 되어 돌아오기도 하니까. 대중들에게 하나하나 평가를 받으며 사는 연예인이 이렇게 숨겨놓았던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는 건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그의 진정성이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그의 노래를 들으며 수만가지의 감정을 느끼고 공감한 것 처럼.


이 앨범은 나에게 방탄소년단의 성장을 기대하게 만듦과 동시에 아이돌 래퍼 Agust D, 민윤기에 대한 성장 역시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앞으로의 행보와 성장이 기대된다. 나는 방탄소년단의 소년 '슈가'와 Agust D의 이름을 한 민윤기의 음악을 지켜보며 응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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