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여름 Jan 01. 2021

2020년을 겪어낸 소회를 풀자면

와. 2021년이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이건 비단 나뿐만은 아니겠지. 모두에게 2020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어쩌면 정말 존재하기는 했던 거니? 하고 되묻고 싶은 심정이 드는 그런 한 해, 2020년..너란 ...


평소의 연말은 보통 가족과 MBC 가요대제전을 시청하다가 (항상 12월 31일엔 가요대제전이 하더라.) 중계로 보여주는 타종 행사를 보며 나름대로 소원을 빌고 했는데, 올해는 타종 행사도 없어서인지 그냥 와~~~~ 하고 그대로 끝이었다. 그저 핸드폰으로 날짜가 바뀐 걸 보고, 아 정말 2021년이 오긴 왔구나 하는 그런 느낌. 


아무튼 티비를 보며 나름대로 2020년을 되돌아보고 2021년은 또 어떻게 살 것인가! 를 생각하며 브런치에도 감상을 정리해 보아야지 싶었는데, 2020년은 참 생경하고 새로운 것들의 투성이었더라. 비단 이러한 사회적 상황뿐 아니라 나에게는 정말 새로운 것들이 천지였다.


1월부터 5월까지는 4년 반을 다닌 회사에서 퇴사를 하고 충실하게 백수의 삶과 작가 지망생의 삶을 살며, 단막극 2편과 미니시리즈 시놉시스와 대본 2편을 완성했다. 물론 다듬어지지 않은 초고였긴 하지만 몇 군데의 공모전에 제출했고, 놀랍게도 미니시리즈의 경우 본선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연락을 받았을 때의 짜릿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이었다!!)


그 사이에 여러 회사에 면접을 봤고, 지금의 회사를 만나 6월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기존에 하던 마케팅 직무이지만 타겟으로 하는 국가가 달라지고, 기업의 포지션도 다르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훨씬 자유롭고 재밌게 새로운 일들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해봤던 일들 사이에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해보는 재미라고 할까? 


7월부터는 방송작가협회 교육원의 드라마반 과정을 수강했다. 오히려 이직을 위한 면접은 내가 했던 것들을 이야기하는 자리이니 많이 떨리지 않았는데, 작가교육원 면접 때 평소 좋아하던 작가님과 면접하는 그 1분이 얼마나 떨렸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아무튼 10월까지 무사히 수업을 들었고, 처음 해본 합평과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아 단막극을 더욱 완성된 형태로 만들 수 있었다.

사실 10월까지는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면서 교육원 수업을 듣고, 대본과 시놉시스를 완성시키느라 정말 정신없이 살았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곧장 대본을 쓰고 고치면서 오랜만에 시험 기간을 맛보는 기분으로 그렇게.


무사히 기초반을 수료하고 나서는 한 차례 공모전이 더 있어서 미니시리즈를 조금 더 다듬어서 제출했고, 그 후부턴 그나마 조금씩 짬이 나서 새로운 단막극 시놉과 대본을 써보는 한편, 하반기에는 영상 편집을 배우고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 집에서 기타 독학을 다시 시작했다. 


이렇게 써보니 생각보다도 내 2020년은 무언가로 꽉꽉 들어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코로나가 악화되면서 하반기에는 거의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고 집-회사를 반복하다 보니 조금 더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덕도 있겠다. 덕이라고 해야 하나 탓이라고 해야 하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리고 이직 후 얼마 안돼서 꿈에도 그리던 조건의 집으로 이사를 해서, 더더욱 집순이가 되어버린 덕도 있겠지.


아무튼 그래서 2020년의 소회라 함은, 
새로운 것들을 원 없이 경험해봤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나만의 규칙과 루틴을 만들어 냈고,
앞으로의 길로 가기 위한 땅을 다졌다는 것. 정도겠다.


돌이켜보면 한 해 동안 정말 건강히 잘 살았다. 


매달 골골거리며 안 좋았던 감기도 올해는 한 번도!!! 걸리지 않았고, 목 디스크도 공모전 마감 때 무리를 할 때마다 몇 번 찾아오긴 했지만, 만성처럼 달고 살진 않았다. 

내 마음의 여유가 없어 누군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비뚤게 왜곡해서 듣고 상처 받던 내 모습도 자취를 감추었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난 것 역시 올해가 나에게 준 선물일 것이다. 작은 것에 흔들리지 않고 떡하니 버텨낼 수 있는 뚝심도 2020년에서야 만들어진 것 같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은 않았다. 마음먹고 시작은 했지만 완벽하게 하나에만 집중하지 못해서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한 것들도 있고, 앞으로 이것들을 어떻게 더 잘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젠 어느 정도 믿음이 있어서인지 엄청나게 무섭거나 두렵진 않다. 무조건적인 믿음보다는 어떻게 나에게 동기부여를 더 잘할 수 있을지, 그런 것들을 2021년에 더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작년 12월을 생각하면 퇴사를 앞두고 정말 내가 제대로 선택한 건가, 바보 같은 선택을 한 건 아닌가. 너무 낙관적이었나. 그런 생각들로 가득했던 것 같다. 익숙함에서 벗어난 궤도를 새롭게 걷는다는 불안함과 친숙했던 것에서 멀어지는 아쉬움 같은 것들이 분명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존재했던 것도 같다. 그렇지만 참 시간이라는 것은 고맙게도 모든 것을 비워내주고, 흘려보내 준다. 그 덕에 지금도 이런 감상을 써 내려갈 수 있겠지.


아무튼 이제 끝나버렸다, 설레고 떨렸던 2020년이.

부디 2021년은 성과를 만들고 더 새로운 것들을 능숙하게 익혀갈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길. 그리고 더 행복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는 2021년이길! 


이전 16화 사소한 걸 좋아하는데 그게 왜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