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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 LEE Mar 21. 2021

기브 앤 기브

언젠가부터 인간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배경에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고,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상대방도 나에게 원하는 게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 기브 앤 테이크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새삼스럽지만, 이 기브 앤 테이크가 사람을 참 피곤하게 한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상대방에게 준 것들을 따지게 되고 돌아올 것들을 계산하게 되면서 내가 준 만큼 돌려받지 못했을 때 스트레스가 생겼다. 왜 나는 '기브'의 가치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걸까, 왜 나의 '테이크' 몫은 겨우 이 정도일까 등등.


그래서 마음을 비웠다. 인간관계에서 기브 앤 테이크의 가치를 따지지 말자고, 좀 바보 같아도 내가 주고 싶은 것까지만 생각하자고. 


마음이 가는대로 좋은 사람들만 챙겼더니 자연스럽게 내 주변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남았다. 의식적으로 안부를 묻거나 먼저 연락했던 사람이 줄어들면서 연락 빈도로 스트레스 받는 일은 줄었다. 예전만큼 발이 넓다는 소리는 못 듣게 됐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연락하는 사람들은 줄었는데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연락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혼자 지내고 계신 할머니,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척들, 명절에나 겨우 보던 사촌들까지. 지금은 할머니께 종종 연락드리고 있는데 매번 고마워하신다. 전화 한 통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고마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여태까지 왜 먼저 연락드리지 못했나 죄송스럽기도 하고, 이렇게라도 기쁨을 드렸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또, 계산이 없는 순수한 마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오로지 너를 좀 더 챙겨주고, 아껴주고 싶었던 마음에서 비롯된 호의가 상대방에게서 다시금 느껴질 때면 꽤나 큰 감동으로 돌아온다.


많은 수의 인맥은 아니지만 아무렴 어떤가.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헤아릴 수 없이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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