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란히 걸을 때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 - 1
*표지 이미지 에피소드
카페에서 우연히 고개를 들어 천장을 봤는데, 웃고 있는 목재와 눈이 마주쳤어요 :) 방긋
바지에 왼쪽 다리를 넣으며 ‘퇴사하고 싶다’, 오른쪽 다리를 넣으며 ‘퇴사하고 싶다.’를 생각하는 요즘. 3년 차의 고비가 다가왔다. 3, 6, 9년 차마다 퇴사 충동이 돌아온다는 직장인의 농담을 그저 우스갯소리로만 받아들였는데, 이게 농담이 아니라는 걸 겪어보고서야 알았다.
일이 재미있어서 주말에도 출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는 과연 어디로 갔는가. 그때 왜 사람들이 내게 미쳤다고 했는지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알 것 같다. 주말에도 출근하고 싶다고? 돌은 거 아냐? 아, 퇴사하고 싶다.
이럴 땐 사무실 출근이 위험하다. 재택근무라면 한 달에 한 번 있는 출근까지 기다렸다가 퇴사를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을 텐데. 신입 교육으로 인해 매일 출근하는 지금 같은 때, 혹시나 회사에서 팀장님이나 파트장님을 만나 인사라도 하게 되면 큰일이다.
‘안녕하세요! 저 퇴사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를 것만 같다. 툭 치면 입에서 주르륵 ‘퇴사하겠습니다.’라는 말이 쏟아질 것 같은 나날. 정말. 진심으로. 퇴사하고 싶다.
하지만 갚아야 할 대출이자며, 매달의 생활비를 생각하면 ‘퇴!’를 뱉었다가 ‘쓰읍….’하고 다시 들이마시게 된다. 독립한 지 4년 차, 당장 다음 달 월급 없이는 생활이 위태롭다. 그렇다면 내게 남은 선택지는 환승 이직뿐. 그러나 채용 공고를 뒤지면 뒤질수록 늘어나는 건 한숨이요, 불어나는 건 고민뿐이라.
나는 구인 시장의 비선호 모음집 같은 인간이다. 지방 출신. 사립대. 국어교육과. 자격증? 없음. 대외활동? 없음. 경력? 없는 거나 다름없음. 내가 회사 입장이었어도 나를 뽑을 것 같지 않다. 주눅이 든다.
고향을 떠나오며 거기에 ‘너 같은 게’라는 단어는 두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신발을 벗으니 그 속에 여전히 ‘너 같은 게’라는 단어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 그래도 그때에는 너 같은 걸 어느 회사가 받아주겠느냐는 말에 당당하게 웃으며 ‘어디든!’이라고 대답했던 것 같은데. 그때의 용기는 몇 년을 구르고 구르는 사이 깎이고 닳아버린 모양이다.
내가 이겨냈다고 생각했던 과거들이 어느새 내 뒤를 따라와 발치에 가만히 기댄다. ‘잘’ 살아보자는 욕심을 버리고 그냥 살아만 보자는 마음으로 떠나온 길. 근데 또 어디선가 ‘잘’이 굴러와 ‘남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야지! 자랑스럽게 살아야지! 성공한 인생을 살아야지! 지금처럼은 안돼! 실패자!’하고 헛된 잔소리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마음속에 오기인지 용기인지 모를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나는 잘 살고 싶지 않아. 적당히 살아가기만 하면 돼. 그게 내 행복인걸.
모두가 내게 틀렸다고 하지만. 틀리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선호할 수는 없지. 하지만 분명히 이런 나를 원하는 곳이 있어. 세상에 깊은 우물을 파는 사람이 있다면, 그 옆에서 흙을 나를 사람도 필요한 법.
이직? 그까짓 거 뭐 하면 되지.
실패하면 거기서부터 또다시 시작하면 돼!
출판 스튜디오 '쓰는 하루'에서 <남김없이 응원해>로 출판했던 글을
브런치에서도 같이 읽고 싶어 업로드합니다:)
책쓰게 9기 출간 도서 <남김없이 응원해>
-출판사 : 키효북스
-저자 : 이상은, 신나윤, ㅅㅅㄱ, 신성희, 황지영, 정진이, 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