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한 프레임 낭비하는 시간
‘있잖아. 사실 너에게 실망했어.
내가 어떻게 다시 마음을 먹었는데,
왜 하필 그 타이밍에 또 그러는 거야?
꼭 그렇게 했어야 했어?
또 마음이 닫히게 했어야 했냐고.
분노와 원망을 한가득 쏟아내고 싶었다.
네가 울어도, 그것이 아물지 못한 상처로 인해
삐져나온 가시였어도 그러고 싶었다.
당연하게도 너의 상처가 안쓰러웠다.
보듬어주고 안아주고 싶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랬다.
너에게는 어쩌다 가끔 이었겠지만,
나는 가능하면 매번, 그리고 자주 보듬어주었다.
동시에 자신이 없었기도 했다.
내가 메울 수 있는 구멍인지 의심스러웠다.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 때마다,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냈다.
“ 내가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줘?.”
그리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 때마다
내가 품은 의심을 자책했다.
“ 넌 남을 상처 주는 사람이야.”
뭐가 맞는 것인지 몰랐다:
어느 순간 알려고도 포기했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지만, 시도할 의지를 잃었다.
관계를 끝내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그 어떤 것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죄인으로 만들고,
서로를 안쓰러워하며,
그런 자신의 모습에 안도하고,
서로를 미워하며 책망했다.
결국 우린 서로는 물론 자기 자신도
사랑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서로 미워하는 거울이 되어,
너의 미운모습이 내 모습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사랑 없는 순간에 우리 시간을 한 프레임 낭비했다.
사랑을 하다 보면, 그다지 넓지 않은 마음을,
아니 생각보다 좁은 마음을 가진 나를 마주한다.
그 모습이 스스로 창피하고 민망해서,
단단한 갑옷으로 만들고 오히려 상대에게 있는
힘껏 상처 내기도 한다.
상대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나에게
있는 힘껏 상처를 낸다.
그리고 각자가 스스로에게도
상처를 만들어 흉을 지게 한다.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많은 이유들로 우리는 사랑할 시간들을
낭비하는 순간들이 있다.
자존심, 순간의 감정, 고집, 상처,
굳어버린 가치관, 타인의 시선,
자기 연민, 충동, 불안.
우린
처음 사랑하던 순간의 마음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왔나
당신은 무슨 이유로 도착했나요?
사랑이 없는 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