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라넌큘러스
나는 금요일에 항상 카페에 간다.
매번 같은 카페에 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항상 일정하지도 않다. 2주 전에는 아침시간의 집 앞 카페였고, 저번 주에는 새벽 2시 정도에 거리가 좀 되는 24시간 카페였다. 늘 같은 규칙도 존재한다.
우선 금요일마다 카페에 간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구석에 위치한 자리, 하지만 들어오는 사람들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는다.
새벽 4시 2분.
큰 키 한눈에 190은 돼 보이는,
큰 키가 아깝지 않게 좋아 보이는 몸,
해병대 돌격형 머리스타일의 짧은 헤어,
크진 않지만 부리부리한 눈,
남성적인 매부리코 밑에 짧게 자란듯한 촘촘한 수염,
살짝 그을린 붉은 피부,
짧게 자라 귀 밑부터 턱까지 이어지는 수염,
검은색 아웃도어 패딩,
한 손에 양켤레의 끈을 서로 묶은 운동화,
넓은 한쪽어깨에 메고 있는 백팩..
들어올 때부터 시선을 빼앗는 아우라가 있다.
남자는 큼직한 보폭으로 계산대로 걸어간다.
대기하는 줄이 없어, 곧바로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자신의 커피가 나올 때까지 계산대 앞에 서있다가, 주문한 커피가 나오자 집어 들고는, 나를 향해 걸어와 마주한 자리에 앉는다.
남자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 남자는 무덤덤하지만 말투로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남자는 머쓱해한 듯 턱을 검지손가락으로 긁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양손을 깍지를 껴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꽃을 좋아했어요. ”
나는 좀 의아해했지만, 이것 또한 어느 정도 사회적 편견이므로,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공원이나 식물원을 가곤 했었죠. 그래도 꽃을 제일 자주 접한 장소는 동네 꽃집이에요. 어머니가 꽃집을 하셨거든요.”
그때 약간 그의 부리부리한 눈꼬리가 살짝 처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슬픈 이야기일까? 아니면 그저 어머니와의 추억에 좀 아련해졌을 뿐일까?
나는 그의 추억에 질문을 보탰다.
“그렇다면 꽃에 대해 잘 아시겠네요? 그래서 꽃을 좋아하시나요? “
남자는 시선을 위로 올렸다 아래로 내리며 뭔가 잠시 생각하는가 하더니 대답했다.
“ 어렸을 때는 제법 많이 알았죠. 아마 그 당시 또래 아이들이 자동차나 공룡의 이름을 줄지어 나열하며 말할 때, 저는 꽃이름을 나열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지금은 잘 기억 안 납니다. 그래도 보통 남자들보다는 많이 알 것 같습니다. “
나는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도 어릴 적엔 공룡이름으로 노트의 왼쪽페이지에서 오른쪽 페이지까지 줄줄 써 내려갔지만, 나 역시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 그럼 제일 좋아하는 꽃은 무엇인가요?”
나의 물음에 남자는 미간에 고민하는가 싶은 주름이 잡히더니 다시 두껍고 커다란 손을 자신의 턱으로 가져가며 수염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음.. 글쎄요. 당장 생각나는 것은 라넌큘러스라고 아십니까? “
처음 들어보는 꽃이다. 이름만 들으면 꽃인지 뭔지도 모를 이름이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남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듯한 뉘앙스를 몸으로 내비치듯이 몸을 의자등받이에 기대고서는 자신의 커피를 한 모금들이 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 개구리왕자라는 동화를 아십니까? 마법의 걸려 개구리가 된 왕자가 사랑하는 사람에 키스를 받아 다시 왕자로 돌아온다는 동화입니다. 개구리왕자처럼 볼품없는 미나리 같은 줄기에 장미처럼 화려한 꽃이 피는 식물이죠. 이름도 개구리를 뜻하는 ‘라이나에서 유래 됐다더군요. “
나는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의 설명은 꽃집을 하는 어머니의 밑에서 자란 아들의 대답보다는 거의 식물학자에 가까웠다.
내가 당황하며, 놀라워하는 기색에 남자는 조금 뿌듯해 보였다. 나는 남자의 이야기를 더 이끌어내려고 질문을 이어갔다.
“ 그 꽃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 라넌큘러스는 마치 인간 같아요. 매우 까다로운 꽃이죠. 화려함은 극단적인데, 생존 조건은 까다롭고, 계절이 조금만 어긋나도 무너지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매우 짧죠. 인간의 일생처럼요. “
“ 그런 재배조건이 복잡한 꽃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가요? 특별히 그 꽃이 인간 같다고 느끼는 이유가 있을까요?”
“ 글쎄요. 아무래도 꽃이니까 재배자의 어느 정도의 통제가 필요하지만 통제할수록 망하는 꽃이지요.
심기 전에는 뿌리를 8시간에서 12시간 불린 뒤 심어야 하는데, 너무 젖어있으면 뿌리가 썩고, 너무 말라있어도 재배율이 급락하죠.
이건 우리가 태어날 때 정하지 못하는 부모의 사랑 같아요. 시작부터 적당함을 요구하죠. 어떤 아이는 과보호 속에서, 무관심 속에서 각각 다르게 자라게 되죠. 중요한 건 사랑이 너무 과해도, 모자라도 성장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
나는 솔직히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알지도 모르는 꽃에 대해 설명하더니, 이내 그것을 인간의 일생에 비유하는 그의 통찰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나에게 물었다.
“ 뭐라고 불러야 할지….”
그의 이야기에 홀려있던 나는 그가 꽃에 대해 말하려는 줄 알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내 나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대답했다.
“ 그냥.. 서로 선생님이라고 부를까요?”
“네.”
“ 모든 식물은 대부분 정성이 들어가지 않나요? 특별히 그 꽃을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내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대답했다.
“ 라넌쿨러스를 키우려면 차가운 환경이 필요하죠.
아마 10도에서 15도 정도가 되겠네요.
18도 정도가 넘어가면 꽃잎이 떨어져 수가 줄어들고, 줄기가 줄어들어요. 색도 탁해지죠.
따뜻한 위로보다 차가운 환경에서 단단해지는 녀석입니다. 밤 기온이 떨어져야 꽃이 단단해져서 꽃잎이 잘 떨어지지 않게 됩니다. “
그의 두 번째 설명은 순간 좀 의아했다. 인간은 따뜻한 애정과 보살핌 속에서 잘 자라지 않을까?
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이것을 그대로 남자에게 반문했다. 남자는 살짝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는데, 윗입술 위에 있는 그의 콧수염이 들썩이며 눈썹처럼, 나를 비웃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묘하게 언짢았다.
남자는 입꼬리가 돌아오자 나에게 당연한 걸 착각하고 있다는 듯 물었다.
“ 선생님은 스스로 단단해지기 위해 어려움을 극복한 적이 있습니까? 보통 사람은 따뜻한 애정과 보살핌을 좋아하지만, 정신적 성장이나 성숙이 일어나는 것은 그와 반대의 경우죠.
이 라넌큘러스 하는 꽃도 마찬가지예요.
재배의 실패요인이 따뜻한 실내재배를 지속하거나, 예쁘니까 물을 더 준다면 완전히 실패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개화했다고 잎을 빨리 정리한다면, 그다음 해에 꽃을 보기 힘들어지죠. 이미 개화했거나, 져버렸다고 누렇게 변하는 잎들을 잘라내면 안 됩니다. 잎이 양분을 충분히 회수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말하자면 사후관리까지 필요한 녀석이죠. “
나는 듣다 보니 그가 왜 이름도 재배하기도 까다로운 식물을 인간에 비유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보통 인간이 무엇을 투영할 때는 자신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라넌큘러스라는 꽃을 설명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선생님도 인간으로서 라넌큘러스와 본인이 비슷하다고 느끼시나요?”
남자는 대답하기를 주저했다. 한참을 우리는 테이블 위에 놓인 각자의 커피잔만 만지작거리며 침묵을 통과했다. 그리고 남자가 입을 열었다.
“네. 저도 라넌큘러스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재배에 실패했어요.”
순간 남자의 진한 검은색 눈동자가 너무나 또렷하고 크게 다가와서 나도 모르게 한 순간 그의 알 수 없는 심연 속으로 진입하는 기분이 들어 오싹했다.
나는 그 기분을 덜어내려 어깨를 터는 행위를 하며 질문했다.
“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 저는 뿌리를 심는 데까지는 성공했습니다. 성장과정도 나쁘지 않았죠. 뿌리는 적당히 불린 것처럼 적당히 촉촉한 상태로 부모님의 사랑을 받았고, 성장하면서 따뜻한 해와 찬 공기 그리고 때로는 추운 밤의 냉랭함 겪었습니다. 아, 물론 세상을 살아오면서 겪는 차가움을 말한 겁니다. 그렇지만 꽃을 피우는 데는 실패했아요. “
“잎을 너무 빨리 제거했기 때문인가요?”
“ 네 사후관리에 실패한셈입니다.”
나는 그에게 꽃이 핀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지, 잎을 제거한 것은 어떤 상실을 말하는 것인지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그의 말에 호응하며 그가 스스로 말해 주길 기다럈다. 솔직히 딱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냥 어물쩍 반응하는 소리만 내어 대답했다.
“아.. 사후관리.. 음 뭐.. 그렇군요?”
밝은 느낌은 아니지만, 묵직하고 단단한 남성적 에너지가 느껴졌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표정이 급작스럽게 매우 고통을 머금은 듯한 표정으로 변해갔다.
그리고는 이내 당당히 피고 있던 어깨도 좁은 앞으로 말리더니, 깍지를 껴 테이블에 위에 올려놓았던 여유로운 손도 테이블로 밑으로 툭 떨어졌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좀 전까지만 해도 기개 있고, 당당하던 느낌은 온 데 간 데 없고, 수갑을 찬 손을 테이블 아래로 숨기고 억울하다는 듯이 기가 죽어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조금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다.
” 저는 사후관리에 실패했어요. 꽃이 피자마자 잎을 제거했거든요. 저는 이제 다시 피지 못하는 꽃이 된 겁니다. “
나는 오묘하게 비탄에 빠진듯한 그의 모습과 나와 대면해 있지만, 어느 순간 어디를 응시하는지 모를 그의 새까만 눈동자가 두렵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두려움이 증폭될수록, 나는 그의 이야기를 결말까지 듣는 것에 집착했다.
그 남자가 들려준 이후의 이야기는 정리하자면 이러했다.
적당한 사랑과 훈육을 받으며 자라난 그는 성장해 오면서 개인적인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비교적 훌륭한 어른으로 자랐다. 그리고 30대 중반을 이제 막 넘겨 곧 사십 대를 바라보고 있는 시점이었다.
남자는 이때 어머니의 꽃집을 물려받아 운영을 했으며, 그 작은 꽃집을 매우 사랑했다. 그 꽃집을 마치 자기 자신처럼 정성스럽게 운영하면서 심지어는 동네 꽃집이 아닌 전국적으로 가맹점들이 있는 커다란 규모의 기업이 되는 것을 목전에 두고 투자자와 경영진을 스카우트를 시도하여, 자신의 꽃집의 기업화를 추진했다.
남자는 자신처럼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식물과 꽃의 특성, 재배방법과 식물의 유통까지 담당했다, 그리고 자신이 교육한 그들을 가맹점주들로 키워냈다. 남자는 자신처럼 꽃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점주들을 좋아했다. 점주들 역시 진심이 느껴지는 그를 좋아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업이 규모를 불리면 불릴수록 상황이 복잡해지고, 주변에 해충 같은 인간들도 꼬인다.
주변의 투자자 속에서도 이 해충들은 존재했을 것이다. 남자는 자신이 어머니가 오랫동안 지켜 낸 꽃집을 너무도 사랑해서, 이 조그만 꽃집을 기업으로 만드는 것에 집착했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과 상의 끝에 매출이 좋지 못하거나, 위치 상 좋지 못한 상권에 있는 불필요한 가맹점들을 잘라냈다. 그 결과로 남자에게 배신감을 느낀 다른 점주들까지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투자자들이나 스카우트하기로 했던 경영팀 역시 재빠르게 발을 뺐다. 이후 경제적 상황도 어려워져, 어머니가 운영하던 작은 꽃집마저도 남자의 소유로 둘 수 없었다고 한다.
나는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 남자가 자신에게 소중한 사업이 실패해서 상심이 너무 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을 사후관리에 실패했다는 둥, 재기불가라는 것을 말한 것인가?
“ 잎을 빠르게 잘라 낸 결과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된 거죠. 꽃집도 저 역시도. “ 남자가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신기할 정도로 주눅이 들어, 어느새 말라비틀어진 식물이 된 것 같은 남자를 보며, 나는 기괴함을 느꼈지만, 숨을 한번 고른 뒤, 위로의 말을 시도했다.
“ 정말.. 어느 정도의 참담한 심정인지 감히 짐작도 안됩니다만.. 그 정도까지 해 낸 경험이 있으니, 다시 할 수 있을 겁니다.. 기운 내세요. 다시 시작하면 되죠! “
나는 스스로 어떤 위로의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횡설수설하였지만, 기운 내라는 말과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말에는 힘을 주어 말했다.
“ 아뇨. 말씀드렸잖아요. 꽃집도 그렇고.. 저 역시도 다시는 꽃을 피우지 못한다고.”
남자는 아까보다 더 말라비틀어진 식물의 아니, 이제 식물로도 비유할 수 없는 삭막하고 쪼그라든 모습으로
숨을 쌔액 쌔액 내쉬었다. 뭔가 알맞은 비유대상을 찾지 못하겠으나, 그럼에도 비유하자면, ‘ 오래된 벽에 붙은 채로 죽아 갈색으로도 회색으로도 볼 수 없는 바스락 하고 부서질 것만 같은 담쟁이덩굴‘ 같이 보였다.
“ 꽃을 피우지 못한다는 그 무슨..”
나는 목소리를 아끼며 질문했다.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고, 남자의 모습이랄까 처음과는 너무도 다른 그의 상태가 신경 쓰였기에.
나는 이제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대화와 남자의 모습이 기괴하게 느껴졌다.
말을 이어가지도 질문을 명확히 못하던 찰나였다.
남자는 갑자기 일어서서 좌석이 바처럼 되어있는 밖이 보이는 카페 유리창 쪽으로 걸어가더니 그대로 통과했다. 그러고는 유리창 너머 보이는 군중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아무 소리도 반응도 하지 못했지만, 믿을 수 없이 놀랍고 두려워서 심장이 빠르게 팜프질 하는 것 외에는 모든 몸의 기능이 정지당한 것 같이 느껴졌다.
누가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건장한 남자가 대화를 하며 할수록, 쪼그라들고 말라비틀어지다가, 유리창을 통과해서 사라졌는데.
나는 두려웠지만,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그가 군중 속으로 파묻혀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는 꽤 얼마동안 멍하니 넋이 나가버렸다.
바리스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107번 손님,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나는 일어나서 내가 주문한 커피를 가지러 갔다.
새벽 4시 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