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치와와를 닮은 노인
오전 5:45분이다.
금요일이라서 번화가의 카페였으면 술을 마셨을 사람들이 북적거렸을지도 모르는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의 난 도시 외곽으로 빠지는 고속도로변에 있는 카페에 있다.
청소시간인지 직원이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와 카페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만이 들린다.
적막하면서도 적막하지 않은 소리가 제법 어느 명절의 가정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새벽을 일찍 여는 손님들이 하나둘씩 카페로 들어온다. 나는 출입구가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에 앉아 마치 집주인처럼 그들을 맞이한다. 물론 인사를 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나도 손님이니까.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기도 했고 새벽이기 때문에 밖의 공기는 매우 차갑다.
들어오는 손님들은 모두 얼굴이 제법 빨개진 채로 외투의 깃을 움켜잡고 들어오거나, 턱밑까지 끌어올린 외투카라에 고개를 파묻고 들어온다.
카페에 앉아 있어서 독서를 하거나,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나에게는 매우 흥미 있는 일이다. 어떤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눈썹을 몇 번 만지는지, 다리를 대략 몇 분 주기로 떠는지, 뜨거운 음료를 마시기 전에 입김으로 몇 번 식히는지 그리고 그들이 패션스타일이나, 생김새를 관찰하며 왠지 이름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는 등의 상상을 하는 것들이 재미있다. 누군가를 구경하는 것이 불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조롱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 사람은 이런 얼굴을 가지고 있네? 저 사람의 걸음걸이가 이렇구나? 하는 것들이 매우 흥미롭다.
사람들이 타국으로 여행을 떠나 각 나라의 다양한 건축물들을 구경하고, 다른 풍경을 보듯, 나에게는 이 행위가 다양한 인간을 관광하는 일종의 혼자만의 여행이다.
혼자만의 여행을 하고 있는 와중에 내가 눈앞으로 늙은 치와와의 얼굴을 한 노인이 지나갔다. 하마터면 애견동반카페인줄 착각할뻔했다. 이 늙은 치와와는 내 눈앞에 멈춰 나를 한번 쓱 보더니 지나갔다. 나는 개를 좋아하지만 이 치와와의 얼굴은 한 노인은 고난을 많이 겪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어, 어쩐지 안쓰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일그러진 얼굴이 묘하게 불편했다. 못생겼다고 표현하긴 싫지만, 개를 닮은 이 남자는 늙고 못생겼다. 이 노인이 실제 개라면, 주인의 애정이 각별한지 옷은 제법 부티나는 듯한 스웨터를 입고 있다. 나는 그의 일행을 찾아보려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어느 누구도 이 늙은 치와와를 신경 쓰는 기척이 없었다.
" 뭐 찾으세요? "
가늘고 힘없는 음성이 들려왔다.
주변에는 나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고, 다른 손님들은 카페 오른편에 뭉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나는 테이블 밑으로 고개를 넣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대며, 치와와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나는 머리와 함께 반 이상 테이블 밑으로 들어간 몸을 일으켜 원래대로 앉았다. 그럴 정도로 그 노인의 외모와 체구는 치와와를 연상시켰다. 남들이 봐도 치와와로 보일 것이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글을 써보려던 찰나, 랩톱 모니터 화면 뒤로 맞은편 의자에 무엇인가 있었다.
너무 작은 체구여서 누군가 물건으로 맡아둔 자리를 내가 모르고 앉았나 싶기도 했다.
" 안녕하세요. " 아까의 노인이 내게 인사한다.
" 어.. 안녕.. 하세요 " 물론 나는 당혹스러웠지만, 이 말하는 늙은 치와와의 인사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 늙은 치와와는 분명 나와 마주한 자리에 앉아있었고, 정확히 나를 응시하며 인사를 건넸기 때문에.
또 말까지 하니 앞서 말했든 묘하게 늙은 얼굴이 내게 존댓말을 하라는 듯 느껴졌다.
나는 치와와의 인사를 받으면서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카페 안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는지를 살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군가 나를 본다면, 치와와와 대화하는 미친 인간으로 볼게 뻔하기 때문에.
체면을 중시한다기보다는 일반적인 사람이고 싶은 그런 평범한 방어행위였다.
" 조금 당황스러우시죠? 제 생김새 때문에요. 놀라셨다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
' 과하게 예의 바른 치와와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솔직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고, 늙은 치와와의 얼굴을 한 노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 시각적으로 이질감을 준다는 대한 생각 때문에 이 흥미로울 수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 저는 선생님보다 두 시간 정도 먼저 카페에 와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도 혼자 오신 것 같으신데, 괜찮으시다면 저랑 잠시 말벗을 하시겠습니까? "
정중하다 못해 말에서 기품까지 느껴지는 그(?)의 제안에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 저는 최근에 사별을 했습니다. 속으로는 사무치게 슬프지만, 겉으로는 덤덤하게 지내는 중입니다.
잠을 자도 자는 것 같지 않고, 마음이 적적하고 고독해서 혼자 카페에 왔습니다. "
' 다짜고짜 사별이라니? '라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 저런, 유감이네요. 상실감이 크시겠어요. 주인분과는 함께 하신 지 얼마나 되셨을까요? "
나는 사별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 늙은 치와와에게 주인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아차 싶어서 말끝을 흐렸다.
그는 내 말을 듣더니 씁쓸한 표정인지 모를 표정을 짓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 아 제가 그런 오해를 많이 사긴 합니다. 보통 제 생김새 때문에 그렇게 오해하곤 하시죠. 익숙한 반응이라 괜찮습니다. 저를 개와 닮았다고 생각하시죠? 솔직히 개라고 오해해도 될 법한 외모죠. "
나는 말문이 막혔다. 너무 오래 침묵을 유지하는 것도 그의 눈치가 보여서 나는 질문을 했다.
" 아 제가 착각했네요. 죄송합니다. 약간 선생님이 좀... 닮으셔서, 아 물론 칭찬입니다. 귀여우신 외모랄까요?
" 괜찮습니다. 대부분 치와와 닮았다고 하니까요. 저도 제 외모에 관한 것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외모라는 것은 천차만별이라서 때로는 내면의 아름다움 따위는 극강의 아름다운 외모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니까요. 선생님은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십니까? "
" 네 좋아합니다. 저는 글을 쓰거든요. 타인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는 것이 다양한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글을 쓸 때 때때로 들었던 이야기를 참고하기도 합니다. "
" 그것 참 다행이네요. 제 이야기를 좀 들어 보시겠습니까? 이왕이면 제 이야기도 선생님께서 글을 쓰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
" 좋습니다. 선생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기왕이면 저도 선생님의 좋은 말벗이었으면 좋겠네요. "
나는 이 늙은 치와와의 힘없는 목소리와 그의 말투가 더해져서 그가 여태껏 만난 어떤 사람보다도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늙은 개에게 어느샌가 호감 같은 것이 생겨서 나 역시 그에게 나긋한 말투로 호의적으로 대답했다. 그는 나의 대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늙은 치와와의 촉촉한 눈망울 아래로 자글자글한 주름이 그가 짓는 미소를 더 깊이 있게 보이게 했다.
" 외모로 꽤나 고생 좀 했죠. 어딜 가나 오해를 많이 샀거든요. 체구도 작고 보통 사람에 비하면 한참 작으니까요. 저는 병이라고 생각하고 여태 살았지만, 어떤 병인지는 검사도 안 해봤습니다. 일반적으로 왜소증보다도
더 작은 체구니까요. 고단한 삶을 살아오게 된 것은 제 얼굴 역시 한몫했죠. 어쨌든 사람의 외모가 치와와를 닮았으니까요. "
" 태어날 때부터 그러셨군요. 아무래도 사람들은 표면적인걸 꽤나 중요하게 생각하니까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로 든요. 저 역시 처음에 무례를 범했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상처가 많은 삶을 살아오셨을 것 같네요. "
늙은 치와와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 아뇨, 저는 불행이라면 불행일 수 있는 외모에 비해 꽤나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안 사람과 사별하기 전 까지는 말이죠. 안 사람은 저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세상은 먼저 떠났네요. 저는 그 사실에 매우 비통합니다.
아직도 처음 만난 날이 기억에 납니다. 비 오는 날이었죠. 우리는 같은 동네에 살았어요. 서로의 존재는 몰랐지지만, 운명이 우리를 이어준 셈이죠. "
" 아내분과 사별하신 건 정말 유감이네요. 그래도 선생님이 행복하신 만큼 아내분도 행복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분명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예요. "
"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도 될까요? "
" 네. "
" 우리는 비 오는 날 가로등 밑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녀는 술에 취해서 가로등 밑에서 속을 게워 내고 있었어요. 저도 마침 가로등 옆에 있는 정류장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처음 보는 그녀가 걱정되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동안의 저의 다사다난 한 삶이 그녀에게 투영되었던 것 같아요. 그녀는 한바탕 속을 게워내더니, 저와 눈이 마주쳤어요. 저는 그녀가 무서워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옷자락을 당겨 정류장 지붕 밑으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비를 계속 맞고 있는 것이 신경 쓰였거든요. 그녀는 술에 취해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발견했어요. 그녀는 나를 꽉 끌어안았죠. 술에 취해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포옹은 저에게 구원이 되었어요. 그날부터 우리는 그 골목을 오며 가며 마주쳤죠. 쑥스럽습니다만, 사실 그녀가 오는 시간에 그 골목에서 기다린 적이 많았어요. 그녀 역시 마주칠 때마다 환하게 웃어주고 말 한두 마디 건네줬죠. 그러다 우리는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행복했죠. "
" 굉장히 낭만적인 이야기네요, 대부분 그런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니까요. 선생님은 불행이라고 하셨던 외모이야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오히려 선생님이 운이 좋은 분처럼 느껴집니다. "
" 맞습니다. 그녀를 만나 함께 한 뒤로 그동안의 고단한 삶이 있었난 싶을 정도로 행복했죠. 아무래도 이런 외모로는 일반적이거나 정상적인 인간생활을 하기가 힘들거든요. 직장을 잡거나, 일상적인 생활도 마찬가지예요. 떠돌이 생활을 주로 하고 자급자족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저를 써주는 곳도 거의 없으니까요. "
" 그렇겠네요. 죄송하지만 선생님께서는 그럼 자급자족을 하며 떠돌이 생활만 해오신 건가요? 직장이나 어디에 속해서 일하신 적은 없고요? "
" 보통은 그랬습니다. 한두 번 정도는 경비원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귀가 밝기도 하고 기민한 기질 탓에 오히려 그런 일들이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오래 하지는 못했지만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이었던 사람들도 나쁜 사람으로 변하기 하거든요. 저는 매번 약자의 입장이니까요. 그 몇 번 빼고는 대부분 떠돌면 자급자족 했던 것 같네요. "
" 고생하셨군요, 아무래도 인간은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거나 유별나 보이는 것을 배척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래도 배우자 분을 만난 뒤로는 행복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두 분이 함께 한 뒤로의 생활은 어떠셨나요? 조금이나마 나아졌나요? "
" 아주 행복했지만, 사회적으로 저의 상황은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그녀가 사회생활을 하고 저는 집에서 집안일을 하거나, 그녀가 오면 반겨주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집안일도 서투른 편이어서 오히려 사고를 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그녀가 집안을 보고 화를 낸 적도 있었죠. 그럼에도 그녀는 저를 사랑해 주었어요. 저도 그녀만이 삶의 이유였기에, 온 힘을 다해 마음을 주었죠.
때로는 저의 존재가 그녀에게 짐이 되었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녀는 저를 내치지 않았습니다. 그런 고충을 알기에 저는 그녀를 더욱 사랑했습니다. 그녀가 하늘로 떠나기 전까지요. "
늙은 치와와의 등 뒤로 동이 트고 있었다. 그의 후방에서 해가 떠올랐기에, 슬퍼 보이는 그의 얼굴이 떠오르는 태양과 상반되어서 더욱 슬퍼 보였다. 이따금씩 가늘게 새어 나오는 힘없는 그의 호흡소리 때문인지, 어쩐지 그가 더 늙고 초라해 보여 안쓰러웠다.
그는 동이 트는 것을 등 뒤로 느꼈는지, 나에게 시간을 물었다. 오전 7:38분이었다.
늙은 치와와는 슬픈 검은 눈동자로 나를 마주하며 말했다.
" 갑작스럽지만 이제 갈 시간이네요. 오늘 그녀의 기일이거든요. 그녀와 처음 만났던 골목에 갑니다.
그녀를 보내주었을 때도 그 골목을 지나갔거든요. 오늘은 비가 왔으면 좋겠네요. 왠지 그녀가 올 것만 같거든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좋은 말벗이었습니다. "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갈 준비를 했다. 나 역시 일어나서 그와 인사를 나누고 보낼 준비를 했다.
그는 일어나서 악수를 권하는 나를 꼭 안아주었다. 작은 그의 몸집에서 손가락처럼 작은 그의 갈비뼈들과 척추들이 느껴졌다. 어쩐지 뭉클하고 슬퍼졌다. 눈물이 나올 뻔하는 것을 애써 참았다. 내가 그보다 슬플 리가 없으니까. 그는 나와 포옹을 끝내고는 다시 한번 나를 보며, 카페 출입구로 향했다. 나는 어쩐지 마음이 안 좋아서 그를 배웅하는 겸 같이 카페건물을 나왔다.
멀어지는 노인을 보며 나는 연초에 불을 붙였다. 담배연기가 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불투명하게 가려주었다.
' 그는 그녀와 헤어진 골목에 가겠지. 그 골목에 비가 온다면 그녀가 다시 올까 봐. '
나는 자리로 돌아왔다. 점장을 보이는 남자와 직원을 보이는 여자의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 루루 어디 갔어? 갔나? "
"아까 나가던데요? 또 그 골목에 가는 거겠죠. "
" 먹을 것 좀 챙겨주려 했더니, 딱하지. "
" 주인이 버린 것 같은데, 우리가 키우면 안 돼요? "
" 안돼. 컴플레인 들어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