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충분히 게을러도 좋은 이유 -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두 달 동안의 치열했던 이직 기간이 끝났다. 결국 내가 원하는 UX 분야로 이직을 했다.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50군데 지원서를 넣었고, 8번의 면접을 보았다. 결국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들어가게 되었고, 지금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직을 하고 업무를 마치고 나면 번아웃 현상이 종종 나타나곤 했다. 이직하기 전, 기획을 해뒀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일정만 잡을 뿐, 결국 실행하지 못했고 그랬던 나 자신에게 크게 실망했었다.
사람다움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었던 이 글을 쓰기 전까지도 메모장에 있는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보았고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었다.
하지만 이런 적당한 게으름은 극복하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이 적당한 게으름이 발생할 때 오히려 재밌는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었다. 노래 가사를 써본다던지, 시를 써본다던지..!
사람은 언제나 열심히 일하고 무언가를 성취한다. 하지만 그만큼 여유는 사라지게 되고 무언가에 깊게 고찰하기 어렵다. 게으름을 적당히 이용해보자는 주제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찬찬히 써 내려가고 있다. (사실 써내려 가다 보니, 변명처럼 느껴지는 건 안 비밀..!)
여기서의 게으름은 하기 싫어서 놓아버리는 게으름이 아니다. 부지런했을 때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거나, 과부하가 걸렸을 때, 조금은 게으름을 피우고 휴식을 취해보자는 취지에서 글을 작성해본다.
내 뇌는 업무 중에만 활동한다고 생각했다. 업무 중에 논리력이 필요할 땐 좌뇌를 쓰기도 하고 미적 감각이 필요할 땐 우뇌를 쓰곤 한다. 그래서인지 번아웃이 자주 오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때가 많았다. 그리고 집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앉아있을 때는 뇌에게 휴식을 준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무언가에 집중할 때, 오히려 활동이 감소하며 휴식을 취할 때도 뇌는 계속해서 활동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경과학자 마커스 레이클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MRI 기기 속에 누운 사람들에게 문제를 풀게 했고, 문제를 풀 때와 풀지 않을 때의 두뇌 활동을 비교했다. 문제를 풀 때, 두뇌의 활동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는 인지 활동을 하고 있을 때, 두뇌의 활동이 활발하다는 기존의 이론에 반하는 다소 충격적인 연구결과였다.
다들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었을 거다. 대학교에서 조별 과제를 할 때면 모든 조원들이 모여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오히려 이런 순간에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았고, 나와도 너무나도 보편적이고 누가 봐도 뻔한 아이디어들만 나오곤 했다.
하지만 조별 모임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집에 돌아갈 때나 샤워할 때, 가만히 멍을 때릴 때 신박한 아이디어가 나오곤 했었다.
내 몸이 휴식을 청하고 뇌에게 휴식을 주었을 때 내 두뇌의 특정한 부분이 작동하게 되는데 이 특정 부위는 앞서 말한 레이클 교수가 발견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NM)’라고 한다.
멍을 때리거나 명상을 하고 난 뒤, 머리가 맑아지며 창의적인 생각이 마구마구 쏟아지는 것 또한 레이클 교수의 연구와 연관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CB5ZKi2XPI
결국 우리의 뇌는 디폴드 모드 네트워크를 통해 활동을 하며 과부하에 걸리지 않게 되고, 유연한 사고와 함께 다양한 사고를 하도록 도와준다. 이렇듯이, 적당한 게으름은 창의적인 생각이라는 황금알을 낳게 해 준다. 이런 생각들은 잘 이용하면 앞으로의 세상을 좀 더 재미있고 편리하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한다.
사실 난 개미보다 베짱이에 조금 더 가까운 사람이다. 물론 열심히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당한 휴식과 함께 많은 것들을 생산해내는 것을 좋아한다. 종종 이런 삶들이 내가 치열하고 열심히 살지 않는 건가 하는 회의감에 빠지게 한 적도 있다. 하지만 30대가 다 되어가는 어른이 된 요즘, 오히려 베짱이도 개미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 뿐, 둘 다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열심히 일을 하는 개미와 같은 사람들도 세상을 바꾸는 일원이 될 수 있지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통해 나온 좋은 멜로디와 가사로 노래하는 베짱이와 같은 사람들 또한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24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하루에 1, 2번 정도 바쁜 일상에서 적당히 게을러보자. 업무를 하다가도 쉬는 시간에 건물 밖으로 나와 하늘을 쳐다보기만 해도 내 두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작동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기계와는 다르게 합리적인 사고와 함께 감정적인 사고 또한 펼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휴식 없이 계속해서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위해서 하루, 30분 정도라는 적당한 게으름을 내 뇌에게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을 바꿀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는 황금알을 낳게 해 줄지도 모른다.
THIS.는 Do Something Meaningful이라는 슬로건으로 의미 있는 디자인 활동을 하는 디자인 커뮤니티입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비핸스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공유합니다.
https://www.behance.net/THIS_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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