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지역 내 초등학교가 하나씩 폐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폐교한 초등학교 중 한 곳에 사무실을 얻었다. 학교 외관은 남겨두고, 내부 인테리어만 새로 단장해 문화예술공간으로 새롭게 운영하는 곳이다. 지자체에서 직접 관리하며, 내부 공간 중 일부분을 관내 청년 예술가들에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인테리어를 새로 했다지만 교실마다 넓게 나 있던 창문, 그 너머로 보이는 운동장, 정체를 알 수 없는 화단 식물들은 그대로였다. 모든 초등학교는 같은 시공사에서 작업하는 건지 궁금할 정도로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와 닮은 곳이었다. 물론 창에는 커튼 대신 블라인드가 달려있고 커다란 스탠드 에어컨 대신 천장형 에어컨이 달려있으며, 운동장에는 풀이 무성하지만 말이다.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는 아직 살아남았지만 전교생 수가 반의 반토막이 났다. 한 학년에 40명 씩 여섯 학급이 있었으니 난 1400명이 넘는 학생들 틈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는데, 지금은 전교생이 352명이다. 뉴스에서 매번 인구 절벽을 얘기할 때는 체감이 되지 않다가 북적대던 교실 소음이 반의 반으로 줄었다고 생각하니 이제야 와닿는다.
나는 파주에서 태어나 파주에서만 산 파주 토박이다. 파주는 지금, 구 도심이었던 금촌과 문산 인구가 많이 줄고 대신 운정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운정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GTX와 고속도로 노선 확장으로 인해 타 도시에서도 많이 이사오는 추세다. 운정에서 서울까지 30분 내외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운정 신도시에는 저출산이 무색하게 신설학교가 많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동네마다 학교가 모두 있다. 내년에도 개교 예정인 고등학교가 있고 내후년에도 중학교가 개교한다.
파주 안쪽, 지역 단위가 '동'이 아닌 '읍'과 '면', '리'인 그곳들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노인 복지회관, 요양원과 요양병원 등이 많고 자연스레 노인보호구역도 많다. 어린이보다 노인이 많은 곳들이다. 이렇다보니 초등학교는 점차 사라지고 빈 건물만 곳곳에 남았다.
교실 하나를 나눠 작은 나만의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얼핏보면 이게 학교인지 평범한 사무실인지 잘 티가 나지 않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부분들이 남아있다.
예를 들어 나무 신발장이 그렇다.
교실 문 바로 옆에 격자로 널찍하게 뚫어놓은 나무 신발장에 실내화 주머니, 혹은 운동화를 올려 놓았었다. 번호와 이름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어 빈칸을 보고 결석자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파도 학교 가서 아파야 한다는 게 당연했던 그시절에는 결석이 아주 드문 일이긴 했지만.
창문 잠금 장치도 그렇다.
미닫이 창문틀의 정 중앙을 뚫고 작은 걸쇠 (이걸 걸쇠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를 밀어넣어 고정하는 방식. 학교를 제외하고는 보기 힘들다. 아니, 나는 학교에서만 봤다. 겨울이면 꽁꽁 잠그고, 여름이면 활짝 열어 건너편 창문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맞바람을 치게 했다.
초등학생 때는 '즐거운 학교생활'이라고 자각하지 못했지만 작은 것들이 하나씩 새록새록 떠오르는 걸 보니 아무래도 행복한 6년을 보낸 것 같다. 매일 행복하진 않았겠지만 적어도 매일 슬프진 않았다.
지금은 사무실이지만 이곳에 앉아있으면 초등학생이 된 것만 같다. 많이 커버린 모습으로 초등학교에 다시 찾아오는 일은 낯설고 재밌다. 계속 그때의 이야기가 생각나고, 가만히 있어도 새로운 기억에 묻혀있던 화석 같은 추억이 발굴된다. 흙먼지를 털어 닦아보면 모두 좋은 추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