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할 수 없는 가족

by 이계절

고민이 많다.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마는, 너무할 정도로 통제가 안 되는 가족 때문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를 전혀 지키지 않고 조연 정도면 적당히 만족하고 사는 나.

그리고 절대 주인공이 아닌 인생을 상상하지 못하는 동생.

우리는 전혀 다른 자매다.


서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가족이니 사이 좋게 살고 있었다. 중학교를 넘어간 시점부터는 크게 싸운 적도 없다. 사실 네 살의 터울은 싸움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고1의 언니가 초6의 동생과 싸우는 건 너무 유치하고 보잘 것 없으니까.


싸운 적은 많이 없어도 내가 동생을 혼낸 적은 많다. 중학생인 동생이 가출을 했다든가, 부모님에게 상처주는 말을 했다든가, 하는 일이 발생하면 주로 내가 혼냈다. 혼내는 것도 나, 달래는 것도 나. 엄마가 없으니 엄마의 자리를 대신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문제는 동생이 성인이 된 후부터다. 나는 대학을 갔고 동생은 대학을 가지 않았다. 그러니 네 살의 터울이라고 한들 동생이 성인이 되고 곧장 직장을 다녔을 때, 나는 학생이었다. 서로의 삶이 다르고 바쁘니 전만큼 주의 깊게 살피지 못한 것도 있다. 이제 성인인데, 알아서 앞가림 하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한 지붕 아래서 같은 집안 교육을 받고 자랐으니 미성년자 때까지는 비슷하게 성장한 것 같았는데, 지금은 아예 딴판이 되었다. 이미 성인인 동생을 어떻게 나무라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머리 다 큰 사람을 무작정 때려서 고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애초에 때려본 적도 없지만.


가정사를 자세히 적을 수는 없지만 얼마 전 동생은 술 때문에 실수를 했다. 슬프고 억울해서 과음했다가 본인을 억울하게 만든 사람을 찾아가 왜 그랬냐! 하며 꼬장을 부렸다. 난 새벽 두 시에 동생을 데리러 가야만 했고 상대에게 길고 긴 사과를 했다. 다행히 상대에겐 괜찮다는 말과 언니분까지 끌어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는 너무나 예의 넘치는 답장을 받았다.


동생은 술을 자주 마시지 않는다. 분기에 한두 번, 마실까 말까. 근데 꼬옥 슬플 때 술을 마셔 사고를 친다. 새벽에 남의 집으로 찾아가 억울하다 호소하는 게 내 동생이라니.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내 욕을 했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했다가, 대체 왜 그러냐 했다가, 병신이냐고 쌍욕을 했다가.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을 받아냈다.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아니다. 그냥, 이성적으로. 제발 상식선에서 살아달라는 말이다. 온가족이 모여 동생을 타일렀고 동생은 울며 잘못을 빌었다. 아니, 우리가 아니라 네가 잘못한 상대에게 잘못을 빌어야지.


가족은 끊을 수 없다는데 이런 게 쌓이고 쌓이면 언젠간 절연하는 날이 오지 않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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