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걸 해도 될까
작년10월 브런치에서 연재하던 뜨개일지를 마무리하고 3개월 뒤인 25년 1월, 연재 내용을 기반으로 한 <분노와 낭만의 뜨개일지>를 출간했다.
▶ 참고글 : 브런치에서 출간까지
https://brunch.co.kr/@thiseason/63
그 후로 뜨개와 관련한 이야기를 브런치에 적진 않았지만 여전히 뜨개를 하며 살았다. 자투리실을 고민하며 미니 실타래 키링을 만들기도 했고 뜨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아란 스웨터도 떴고 좋아하는 연예인의 심볼을 만들어 남몰래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소소한 뜨개일상을 꾸준히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다.
난 원래 소설을 쓰던 사람이었는데 에세이를 작업하며 소설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아직도 메모장에는 쓰임을 다하지 못한 소재가 넘쳐나고 2만자 이상 작업했다가 멈춘 이야기도 있다. 전부터 쌓아둔 단편들도 역시나 세상 빛을 보지 못한 채 숨어있다.
공모전에 접수했다 떨어진 소설도 있고 지인들에게만 보내줬던 소설도 있고 오로지 나만 알고 있는 소설도 있다. 이걸 브런치에 하나씩 올려보고 싶었다. 소설은 많은 사람에게 읽혀야 그 진정한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데, 나만 가지고 있자니 답답해서 브런치에 올리고 싶었다.
다만 지금까지 올렸던 글과 너무나도 결이 달라 고민했다. 내가 쓰는 소설은 대개 누군가 죽고(...), 사라지고, 상처를 받고, 어둡고 축축하다. 가볍고 유쾌하게 썼던 에세이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밝은 글을 보고 날 구독해주신, 찾아주신 분들에게 이렇게도 다른 글을 선보이는 건 일종의 배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미치자 도저히 소설을 올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 브런치는 반 년 동안 방치되었다.
이제는 생각이 정리됐다. 처음 생각했던 대로 고이 잠들어있던 소중한 소설을 꺼내 브런치에 올려야겠다. 이 글은 그에 대한 일종의 양해문이다. 예전과 같은 정기 연재는 아니겠지만 뜨개 에세이 역시 종종 업로드할 예정이다. 이계절의 브런치 시즌2 같은 느낌으로 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