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물 아홉이다. 97년생, 만 나이로는 스물 일곱, 한 달 뒤면 생일이 지나 만으로 스물 여덟이 된다.
4대 보험 받으며 정식으로 출근했던 나이가 스물 셋이니 어느덧 사회생활 7년차가 되었다. 그동안 나는 세 개의 직장을 다녔고 서로 한치의 연관도 없는 일을 했다. 전혀 다른 성격의 직장, 전혀 다른 성격의 동료들을 거치면서 단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호칭이다.
이름이 아닌 영어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는 곳도 있었고 한글 별명을 따로 지어 불러야했던 곳도 있었다. 예를 들어 내 이름이 계절이라면, '시즌' 또는 '여름' 과 같은 식으로 서로를 부르는 거다. 물론 평범하게 이름으로 부르는 곳도 있었다. 다만 모든 곳에서 뒤에는 꼭 '님'자를 붙였다.
계절님, 계절님. 나도 당연히 누구님, 누구님. 팀장님에겐 팀장님, 매니저님에겐 매니저님, 같은 직급이거나 굳이 직급으로 부르지 않아도 될 때는 이름으로 (혹은 닉네임으로) '누구님'. 7년 동안 한 번도 변한 적 없었다.
그러다 최근, 처음으로 '계절씨'라고 불렸다. 상대는 8살 어린 신입 직원이었는데, 순간 당황스러웠다. 얼굴을 마주보고 서로를 지칭할 때는 한 번도 날 '씨'라고 부른 적이 없었던 사람이! 꼬박꼬박 서로를 '~님'으로 불러왔는데! 메신저에서 갑자기 계절씨, 하고 불렀다. 이유가 뭘까.
단순히 의존 명사 하나가 이렇게 거슬릴 줄이야. 분명 '씨'도 존칭은 맞는데, 왜 썩 유쾌하지 않을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씨'를 이렇게 정의한다. 대체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쓰는 말. 나와 동료 관계이니 사실 문제는 없는 말이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자꾸만 꼰대기질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본인은 열 살이 어리든, 열 살이 많든 상대가 어떻게 불러도 아무 상관 없단다. 나만 신경 쓰는 거구나. 내가 그동안 상호 ~님으로 부르는 것에 익숙해져서 유독 어색하게 느끼는 건가 싶었다. 면역이 없어서 그런 건가.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뭐든 분명 그 직원은 예의를 차린 말이었을 테고 실제로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굳이 티를 내지 않고 그냥 저 사람의 스타일인가 보다, 하고 넘기는 중이다.
사소한 것들을 구태의연하게 넘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