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이혼에 필요한 것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혼하는데 실질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뭐냐고 물어보면 이 세그먼트에 속한 사람들이 다 같이 이야기할 답을 안다.
'경제적 능력, 바로 돈'
이혼은 두 사람이 각자로 분열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유닛으로 묶여있던 공동의 재산이 최소 반으로 줄어든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반보다 훨씬 못 미치는 비율이 될 수도 있고, 아예 '0'이 될 수도 있다. 이후 생활유지를 위해 필요한 월소득도 반 또는 그 밑으로 떨어지는데 두 손이 한 손으로 줄어드니 그 손을 대신할 비용은 늘어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혼에 '돈'이 필요한 건 냉엄한 현실이다.
그러나 '돈'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멘탈'이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홀로 서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혼은 좀 더 하드코어의 홀로서기이다. 가족단위로 살 때는 크고 작게 서로 공유하고, 주고받는 것이 있다. 같이 살았지만 상대 배우자가 기여한 게 없어서 내가 다 해왔다 생각하는 경우조차도, 실제로 완전히 남이 되는 과정을 겪어보면 이전에 모든 것을 완벽히 혼자서 한 것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새로 집을 얻어야 하는 경우는 살림살이도 줄고, 가족 구성원의 일부 (또는 전부)가 빠지더라도 여전히 비슷한 양의 삶의 의무가 있는데 처음부터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면 이내 그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를 깨달을 것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힘이 두 세배로 들고 (비용도 들고), 어찌어찌 해결은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둘러둘러 더욱더 어렵게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특히 아이들을 양육하는 경우에는 양육에 당장 필요한 서포트를 구해야 하고, 양육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가족단위의 삶에서 혼삶으로 전환되는 기간 동안 어려움이 생각보다 많다. 특히 이혼이라는 적지 않은 충격(?)을 주는 의사결정을 실행한 뒤에는 몸과 마음이 너덜해져있고, 에너지도 높을 리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가 충격이 있다. 그래서 이혼하려면 일단 돈도 필요하지만 '멘탈'이 더 필요하다.
종종 누구 때문에 이혼을 못 한다 (자식, 부모 등등, 특히 부모가 반대를 해서, 부모의 마음에 대못을 박을 수 없어라는 이유)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저건 누구 때문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스스로 때문인 것이다.'
이를 비난하거나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누구든 의견이 있고, 생각의 자유가 있다. 결혼은 누구나 다 같이 축하하며 승인(?) 하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더라도 이혼은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기에 그 의사결정은 오롯이 혼자, 그 결정에 책임을 지고 (남탓하지 말고) 꿋꿋이 이후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멘탈'이 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멘탈이 되지 않는 사람이 이혼이라는 결정을 하지도 않겠지만 섣불리 하더라도 이전의 비슷한 패턴으로 다시 누군가 삶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사람을 찾고 또 같은 이유로 상처받는 반복을 할 수도 있다.
멘탈이 된 사람은 누구를 다시 만나고 말고에 상관없이 이혼 후의 삶에 완벽히 홀로 설 수 있다. 일단 스스로가 홀로 서야 그다음이 가능하다. 흔들리는 멘탈을 가지고는 아이를 대하든, 또 누군가를 만나든 확신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멘탈이 된 사람은 홀로 계속 살든, 누구를 만나든 굳건하다. 다시 흔들리지 않고, 다시 같은 반복을 하지 않는다. 이혼이라는 결정으로 인해 삶의 교훈을 얻고 스스로에게 맞는 삶을 일구어나간다.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이혼이라는 결론이 상대 때문이라는 비난도 하지 않는다. 묵묵히 나가가며 굳건한 자신만의 성을 쌓아간다.
물론 내가 이혼을 할 수 있는 멘탈인지 아닌지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스스로 강건한 사람이라도 이혼으로 이한 후유증은 사람을 한없이 흐물 하게 하며, 아무리 멘탈을 준비하여 그 준비된 멘탈에 비해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일들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적어도 보통의 멘탈이상이라면 이혼을 통해서 조금 더 단단한 멘탈로 거듭나기는 한다. 적어도 내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후의 멘탈은 사후에 하나씩 시간을 거듭해 가면서 좀 더 업그레이드로 재탄생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