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착각이다
작가도 성장의 과정이 있다.
어딘가 나와 결이 맞지 않아 '무관심' 혹은 '비호감'이었던 작가와 그(그녀)의 작품이 어쩐지 세월을 지나 묘하게 공감이 되는 모멘트가 있다. 내게 그런 작가가 둘이 있는데 임경선과 곽정은이다.
곽정은은 연애상담가로서의 방송인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녀의 책을 직접 사고, 내 온전한 집중을 쏟아 읽은 적은 없었다. 서점에 들렀다가 신간코너에서 서서 읽거나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 정도였다. 내게 책은 소장할 가치가 있는 것만 사고, 읽는다는 생각 때문인가 그녀의 글은 결이 달랐다. 그리고 좀... 뭐랄까, 나랑 안 맞았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 사십 대 중후반이 된 그녀는 처음에 연애상담을 해주던 모습과 많이 달라져있었다. 이번에 나온 그녀의 신간을 또 서점에서 대충 서서 훑어봤지만 이 부분에는 상당히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고마웠다. 마치 내 머리와 마음속에 맴돌기만 했던 생각과 마음을 정리해 둔 느낌이 들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사실은 상대를 사랑한다는 핑계로 (대체 사랑이란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서 얻기를 원한다는 것을. 상대도 마찬가지. 그러나 그렇게 좋은 시절은 짧게는 몇 달, 길어야 3년을 넘기지 못한다. 결국 내가 누군가에게 원하는 것이 사랑이든, 무엇이든 사실 그건 남이 아니라 스스로에게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아는 사람만이 결국 사랑도 하는 것 같다.
지금 돌아보니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연애와 사랑 그리고 결혼과정도 같았던 것 같다. 사랑이라고 믿었으나 나의 그리고 그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고 요구하느라 바빴고 결혼으로 연장된 이후에는 나와 너뿐만 아니라 각각의 가정과 둘의 아이의 요구사항까지 그저 들이밀었던 것 같다. 결혼은 3년보다는 훨씬 긴 시간이었지만 그 패턴은 같았던 것 같다. 이제야 보인다. 아.. 그랬었구나. 그럼 이걸 깨닫고 난 뒤, 나는 '사랑'을 그리고 '관계'를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싶은가? 그것부터 자신에게 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