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해독이 필요한 시간

마흔에게 필요한 인생 해독 주스

by Gino

얼마 전부터 해독주스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양배추, 브로콜리, 당근, 토마토를 물에 넣어 끓이고

냉장고에 보관해두었다가

아침마다 사과를 같이 넣어 갈아 아침식사 대신 먹는다.

다이어트에 좋다며 몇 해 전 인기를 끌었던 해독주스를

다이어트보다는 갈수록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고 힘들어져서 먹기 시작하였다.


해독주스는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간다.

재료를 씻고 썰고 다듬고 하는 데에만도 시간이 들고

끓이고 다시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도 뭔가 귀찮고

그냥 먹자니 맛이 참... (없다)

그래서 사과나 바나나를 넣어서 같이 갈아먹으려면 아침마다 추가의 손품을 팔아야 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변비를 해결하는 조금 더 쉬운 음식은 없나 싶었지만

해독주스가 나의 화장실 타임을 줄이는데 상당히 효과가 있어서 어쩌다 몇 달 이상을 먹게 되었다.

해독주스.JPG

그러다 생각한다.

아... 이 해독주스가 장내의 독소를 걸러내 주는 것처럼

인생의 독소를 빼주는 주스가 있으면 좋겠다.

마시면 뭔가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해독해주는 그런??


얼마 전 또래의 동료와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까지 달려온 회사생활로 지금 목과 마음에 독이 많이 쌓인 것 같다고... 이 독을 먼저 빼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보면 나는 내 몸과 마음이 이미 독소와 그것들이 뿜어내는 탁한 기운에 몸과 마음이 흐물흐물 망가져 지금에 이른 것을 인지하지 조차 못 했다. 그 시기를 알고 더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 달릴 때와 멈출 때를 스스로 알고 행동에 옮기는 그는 참 현명하구나. 그날 그와 짧은 대화를 나누며 서둘러 뭔가를 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하느라 이미 대부분의 에너지를 써버린 나를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되었다. 고맙다. 이 날 내가 산 밥값이 아깝지 않은 깨달음을 얻었네..


마흔 즈음이 되면

어떠한 라이프스타일에 있던, 어떠한 삶을 살아왔든 한번 즈음 몸과 마음의 해독이 필요한 나이가 되는 듯하다. 소진된 느낌, 멍한 기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드는 건 해독의 시간을 알리는 전조일지도.. 늘 뭔가를 넘치도록 의욕을 보여야만 했던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인간으로 살아왔기에 그 전조가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다. 지금 이 시간과 이 상태가 내 안의 독소를 빼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이렇게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아도, 이대로 주저앉아버릴지 모르겠다는 불안의 시간도 결국 지나갈 것이며 나는 다시 일어날 것, 그리고 내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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