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분노와 슬픔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감정들의 나날들

by Gino

나이를 먹는 것이 다행이지 싶은 때가 가끔 있다.

젊은 날은 싱그러웠지만 지혜가 부족했고 그래서 감정을 다루는 일에 서툴렀다. 미친 듯이 달아올랐다 급격히 식기도 했고 뒤돌아보니 이게 아니라 저걸 한번 더 돌아봤어야 하는데 그런 눈이 없었다. 세월 속에서 경험이라는 것이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준 셈이다. 그리고 책임이 점점 늘어가고 점점 더 숨 가쁜 삶을 살면서도 이전처럼 서툰 감정 씨름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마흔을 살아가는 어느 날....

미칠 듯한 분노가 나를 삼킨다.

도무지 어디에 쏟아낼 수도 없는...

“안 돼 안 돼

지금 이걸 쏟았다가는 애먼 사람에게 화풀이

주변 동료 선후배들에게는 꼰대

가족들에게는 분노조절장애로 찍힐지 몰라

이 분노를 건강하게 풀어야 해”


체력이 부족해서 감정마저 불분명해졌나

운동을 시작해본다

여기저기 아픈 것 때문에 그런가

비타민도 챙겨 먹어본다

마음을 달래준다는 책도 읽어본다


그런데 이 분노의 감정은 그 자리에 있다

화가 난다

뭔가 이제까지 살아온 날들에 억울하고

그렇게 울그락불그락하다

한없이 슬퍼지기도 한다.

오늘도 그러한 마흔의 나날들 중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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