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독하더라도 혼자 마시는게 차라리 편하다
집안에서 술을 즐기는 사람은 나뿐이다
홀로 시작했고
지금도 혼자 마신다
물론 마음이 맞는 술친구와 공통의 관심사, 인생 이야기를 하며 기울이는 술잔이 제일 값지다
그러나 의무적으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곳에서 억지로 함께 마셔줘야 하는 술자리는 고역이다
다행인 건 그런 술자리는 점점 발길을 끊게 되고, 이전에 회식이라는 명목으로 부담스럽게 참석해야 하는 자리도 환경적 변화와 함께 내게는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내가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술자리는 혼술.
내 혼술의 시작은
고단한 하루 퇴근 전 간단히 나를 위로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싶은 짧은 시간의 활용이었다.
지금이야 혼술이라는 말도 생겼지만
내가 혼술을 시작한 7-8년 전에는 혼자 그것도 짧게 앉아 안주도 없이 마시기란 용기가 필요했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는
육아의 고독함과 인생의 고단함을
아이가 잠든 밤 혼자 집에서 마시는 맥주로 달랬다.
술이 세지는 않아서 많이 못 마시는 게 다행이었고
워낙 바쁜 삶이라 취할 정도의 시간도 없이
잠시 조용히 혼자 식탁의자에 앉아 정적을 느끼는 새벽.
그 30분이 마치 현실의 고독함에서 잠시 나를 우주(?)로 보내주는 듯한 위로를 주었다.
사회생활의 이슈와
개인사의 이슈가 얽혀 정말 혼자가 되었을 때에는
회사 앞에 내 단골 혼술 집으로 갔다.
거긴 혼술을 하기에 정말 안 어울리는 시끌벅적한 분위기
주로 회식을 하러 오는 단체 손님들 사이에서
나는 혼자 오는, 그것도 긴 시간 머물지도 않고 20-30분 사이에 맥주 1-2잔 만을 마시고 일어나는
이상한(?) 손님이었을 수도 없다.
그러나 마흔이 넘어, 온갖 삶의 이슈에서 허우적댈 때는 누가 나를 어떻게 보든 신경 쓸 에너지가 없다는 것이 다행이었을까?
그 20-30분 사이에 나는
'인생이... 이렇게도 괴롭고 고독할 수가 있을까?'
'나는 왜 살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살다 보면 다시 좋은 날도 올까?'
울다가 웃다가 쓰다가 읽다가 그 길면서도 짧은 20분 뒤에 바로 일어난다.
크게 취하지도 않아서 나는 그저 커피 한잔을 한 것 같은 시간이지만
왜 내가 혼술을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나의 삶이 지독하도록 고독하기 때문인 것 같다.
지독하게 고독한데 왜 술까지 혼자 마시냐면
누군가에게 이런 모습을 공유하고 싶은 생각도
누군가의 영혼을 내 푸념으로 오염시키고 싶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마음은 들끓는 감정들로 가득 차 있는데
억울함, 안타까움, 분노와 원망, 그리움, 허무함...
그것들을 다 정의할 수 없는 일상을 살다 보니
그 짧은 20-30분 사이에 내 안에 있는 감정들을 하나씩 확인하게 되는 것 같다.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는
나아져있다.
알코올 중독이나 알코올 의존이 될까 걱정하기엔 내가 마시는 양이 적어서
그저 나는 술을 커피정도로 생각한다.
그리고 고맙게 생각한다
내가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이라
내가 혼술을 하는 사람이라
내 고독과
인생의 허무함을
이렇게라도 마주할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