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이혼이야기
돌싱을 대상으로 한 예능프로그램이 뜨면서, 간혹 팀원들이 농담 반으로 나더러도 한번 나가보라고 한다. ㅎㅎ 그렇다 나는 이제 나의 신분(?)을 꽤나 편안하게 생각하는 '다시 싱글' 6년 차의 삶을 살고 있다. ('돌싱'보다는 나는 '다시 싱글'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이제 사십 대 중반이 되니 그 어떠한 팩트이든 나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또 다시 묵묵히 살아가는 나를 본다.
굳이 묻지 않는데 나서서 얘기할 필요가 없듯이 누가 물어보면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내가 아이가 있어서 아이 얘기를 하다 보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남편분은요??"하고 묻는데 사실 이건 "How are you?" 또는 "오늘 날씨가 참 좋죠?"와 같은 큰 의미를 둔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아.. 아이 아빠요??" 하면서 그에 맞는 가벼운 대화를 이어간다. 간혹 같은 사람이 디테일을 모른 채로 '남편분은??"해당하는 질문을 두 번 이상 물으면 그때는 내가 가볍게 웃으면서 답한다.
"아.. 저는 남편은 더 이상 없고요. 현재로서는 아이의 아빠로만 남아있습니다"
그러면 조금 당황하면서도 웃으며 넘어가는 사람도 있고
아주 깜짝 놀라면서 급 "죄송합니다!!" 하는 사람도 있다.
"죄송은요... 제가 이혼한 게 OO님 탓도 아닌데요. 이제 다 지나갔고 저는 지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마 내가 일하고 살아가는 환경이, 이렇게 얘기해도 크게 무리 없는 배경이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숨길 필요도 없고, 대단히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 내가 '척'을 할 필요도 없는. 그런 환경에 감사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렇지 못한 환경도 있음을 잘 알기에. 이제 '이혼'이라는 키워드가 대단히(?) 새롭지는 않아도 그래도 이혼한 세그먼트에 속하는 사람들은 느낀다. 아직까지는 한국사회는 그 이전의 세상과 크게 다름없는 틀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 병원에서 건강상의 대화가 오가도 "결혼하셨나요?"는 질문을 받고 (좀 더 과학적으로 물어보면 어떨지.."임신의 가능성이 있나요?"같은...), 한국사람이라면 일정나이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배우자가 있어야 한다는 가정. 각종 마케팅서베이도 이에 대한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사람도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혼이 별게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이혼은 별 것이 맞다. 개인적으로 큰 트라우마이고,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나머지 공부를 해야 하는 '숙제'같은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큰 관점에서 본다면 이슈가 없는, 어려움이 없는 삶이란 없다. 하나하나 이유 없는 삶이 없고, 쉬운 삶이란 없다. 언젠가 마음의 성난 파도가 조금 잦아들었을 때 내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지금이 그때인 것 같다.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별거인, 그러나 대단히 특별한 이벤트라기보다 인생에 거쳐가는 많은 이슈 중의 하나 중에 '이혼'이라는 이슈가 내게 온 것이라는 눈으로 본다면 '이혼'의 이야기보다는 그저 사십 대 중반의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혼'이라는 키워드를 쳐보면 이혼변호사, 상간녀/남, 결정적증거모으기, 전 배우자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피해자인지 이런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휴우...
이런 자극적인 콘텐츠 말고,
이혼 헬(Hell)경험기 이런 거 말고
(이런 콘텐츠는 굳이 내가 하나 더 보태지 않아도, 이미 많다)
그저 시간이 좀 지나
과거에 있었던 일을
조금 더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을 즈음
나를 남이 바라보듯
조용히 바라볼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Source - MBN 돌싱글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