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혼이야기 01.
이혼을 염두에 두고 살았었고, 먼저 이혼을 제안한 것도 나였지만 나는 가끔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이혼을 했다니... 그것도 다시 혼삶을 시작한 지 5년이 훌쩍 지났는데 말이다. 다시 싱글의 삶을 시작했을 때에는 갑자기 당한 교통사고처럼 그냥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신기하게도 그 시절에 내가 에너지와 의욕이 극심하게 출렁였고, 아이가 사무치게 그리운 마음과 (나는 공교롭게도 그 시절 일 때문에 해외에 있었다.) 여기저기 몸이 아팠던 기억만이 남아있다. 이혼 후 어떻게 살아갈지, 나와 비슷한 삶의 경험을 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최근의 일이다.
나는 일단 그들의 이혼과정이 궁금하지 않다, 상대가 얼마나 나쁜지 나와서 성토를 하는 것도 피하고 싶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고 보니 나 역시 한때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고 나 역시 이 모든 결과는 상대의 탓이라고 여겼으나 내가 상대를 '개새끼'라 여겼다면 그쪽 입장에서도 나는 만만치 않은 '썅년'이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간에 바람, 도박, 폭행이 아니었다면 더 이상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 만만치 않은 한 '고집'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 두 고집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여 치졸하고 진흙탕스러운 배틀을 이어갔으리라. 그냥 부딪히는 두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나는 이점을 인지한 뒤에는 이혼을 하고 싶다며 나를 찾아오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참고로 이혼은 어린아이가 커서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여 듯이 '희망'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다. 이혼은 정말 할 수 없어하는 것이다. "이혼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 진짜 이혼하는 사람들은 어느 날 정말 교통사고처럼 이혼하게 된다. 또한 이혼 뒤 전 배우자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지 않는다. 그 성토를 들어준다고, 심지어는 참여한다고 해봤자 다 같이 나오지 않을 우물을 파며 삽질하는 꼴과 같다.
대신 나는 이혼 후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제프 베조스가 이혼할 때에는 언론은 천문학적인 그들의 재산분할에만 관심을 쏟았지만 그들의 이혼성명(?)에는 "성공적이었던 우리의 OO 년의 결혼생활을 마무리한다"는 의미의 문장이 있었다. 성공적이었던 결혼생활이라?? 그렇게 성공적이어서 이제 그 장막을 닫아야 하는 타이밍을 안다는 뜻인가?? 데미 무어와 브루스윌리스는 어떤가 이혼 이후 서로의 결혼식에도 참석하고 아직 '가족'이라며 투병 중인 전 남편을, 전 남편의 현재부인과 아이들과 함께 돌본다. 정말 이게 가능한 것인가??? 가장 신기한 것이 셰릴 샌드버그 Ex Facebook COO다. 그녀는 5-6년 전 몽키서베이 창업자였던 데이브와 사별한 후 (사실 데이브와는 셰릴의 두 번째 결혼이었다) 1년 전 다시 탐 벤탈과 결혼했다. (그러니 셰릴에게는 세 번째 결혼) 여기서 내가 주목한 것은 결혼의 횟수가 아니다. 셰릴은 전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인 데이브의 기일에 그녀의 페이스북에 "세상은 the Great man"을 잃었고 그가 얼마나 훌륭한 남편이고 아버지였는지와 함께 추모와 사랑을 고백한다. 얼마 뒤 그녀는 현 남편과의 결혼기념일을 세상에 알리면 "Tom, you are my everything (하트하트하트하트)"라고 또 포스팅을 한다. 우와...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이들의 마음에는 방이 여러 개가 있어 이렇게 따로따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나는 이제 아이아빠로만 남은 전 남편과 지금은 큰 갈등도 없지만 큰 소통도 없이 지낸다. 그저 아이의 양육과 학교생활 등에 필요한 내용들을 이메일이나 문자로 공유할 뿐이다. 아이를 데리고 있던 주에는 사진을 공유해서 아이가 무엇을 했는지, 주 양육자인 아이아빠는 아이의 성장 (치과에 다녀왔다면 관련 상황 공유, 학교에 행사가 있다면 누가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유한다. 그러나 나는 데미무어나 셰릴샌드버그와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마음에 방을 철저히 나눠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지금은 지금이다로??
물론 모든 서구인들이 저런 할리웃 셀러브리티나, 유명인들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원수 지고 사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적어도 지나간 일에 쿨한 것은 맞는 것 같다. 나의 과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떠나보낼 수 있다면 떠나보내고 현재와 미래로 move on 하는 것. 그것만큼은 내가 배워야 할 점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