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5톤짜리 포크레인을 사버린 우리, 포크레인의 구매는 신중해야 한다. 굴삭기를 구매할 때의 주의사항과 팁에 대해 경험한 선에서 말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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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레인은 작업 능력에 따라 보통 농공용 굴삭기, 02, 06, 10 이런식으로 나뉜다. 농공용은 0.7톤 정도로, 정말 농업용으로 간단한 일을 거들때 사용할 수 있다. 그래도 100삽 이상의 작업력을 보여준다. 서울에선 길이 좁고 사람이 많으므로 주로 농공용 사이즈나 02를 쓴다.
02는 5톤이상으로, 궤도와 바퀴로 나뉜다. 궤도는 도로를 다닐 수 없고, 바퀴는 자동차 바퀴같은 것이 달려서 도로를 달릴 수 있다. 바퀴를 달게 되면 복잡해진다. 영업용이 아니라고 해도, 이동이 용이하여 영업을 뛸 수 있는 상황이 되므로 보험도 가입해야 한다.
궤도가 힘은 정말 좋은 듯하다. 어느날은 논두렁으로 처박혔는데도 꾸물꾸물 기어나왔다. 그러나 궤도 바퀴가 정말 무시무시하게 무겁고 이탈하거나 하는 경우 진짜 답이 없다. 포크레인 사용 초반에 돌많은 땅에서 트위스트를 추다가 궤도가 이탈했는데, 양양 촌구석에 당장 달려올 수 있는 출장팀도 없고해서 옆동네 주민 분과 5~6시간을 궤도를 다시 끼우느라 정말 피를 토할 뻔 했다. 어쨌든 가정용(?)으로 쓰려면 궤도를 사야한다는 것. 기억해두기!
농공용 굴삭기는 교육을 이수받은 농민에 한해 군에서 임대를 해주는데, 하루 사용료가 4~6만원 사이이다. 02 굴삭기를 하루 부르면 60만원을 드려야 한다. 땅은 매일매일 조금씩 손댈 일이 있었으므로, 우리는 머리를 굴리다가 02를 사기로 한다.
2~4m되는 나무를 심고 옮길 수 있고 큰 돌을 옮길 수 있으며, 거름망을 빌리면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땅의 돌을 망으로 쳐서 골라낼 수도 있다. 땅을 파서 우물을 만들 수 있다. 각종 건축에도 사용가능하다. 배송온 철근, 각관과 판넬등을 지게차를 부르지 않고도 내릴 수 있다.
02는 작업 범용성에 의해 가장 인기가 많은 사이즈의 굴삭기이다. 그래서 상당히 몸값이 높다. 그 말은 즉, 중고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고를 사도 중고가가 유지되는 마법의 사이즈이다. 난 아빠의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아 지방에서 구입을 했는데, 영업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아주 상태좋은 포크레인이었다. 사장님이 상당히 양심적이셨음. 심지어 처음엔 1년만 쓰고 다시 팔아달라고 하시며, 산 가격 그대로 쳐주겠다고 하셨다. (띠용) 그러나 의외로 포크레인은 정말 쓸 일이 많아서, 3년이 지났지만 다시 팔지는 않을 것 같다. (사장님은 간혹 전화 오셔서, 다 썼냐고 안팔거냐고 물어보셨다)
보통 가정용은 영업을 뛰다 은퇴하는 굴삭기를 산다. 그러나 굴삭기는 고장나면 진짜 돈이 팡팡팡! 들어간다. 출장을 불러야 하는데, 한번오는데 무조건 50만원이상이다. 스스로 기계를 좀 만질 줄 안다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나, 자동차 수리점을 하시던 분도 포크레인을 만지기는 까다롭다고 하셨다.
특히 볼보! 볼보는 배전이 까다롭게 되어있어, 현대 포크레인보다 더 수리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공업사에서 출장이 불가하다. 양양은 동해에 있는 볼보 대리점이 전부여서, 그쪽에서 불러야하는데 양양에 단독 출장으로 올 경우 비용이 높았다.
포크레인은 뒷감당이 어려우므로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상태 좋은 것(이걸 구별하는게 상당히 어려움)을 사도록 하자. 일단 궤도는 궤도의 닳음 정도와 작업 시간을 반드시 체크해야 할 것 !!
포크레인을 잘 사용하려면 구리스를 계속 쳐줘야 하는데, 와우...!
구리스를 넣어줘야하는 포크레인의 관절은 스무곳이 넘는다. 구리스 한 번 넣고나면 탈진...! 자동 주입기도 있는데, 십몇만원 하길래 에잉~ 하면서 수작업 펌핑 하는걸 샀다가 죽어나고 있다...
중장비용 공업용 구리스도 비싸다. 처음에 포크레인 샀다고 하니 아빠가 선물로 카트리지 구리스를 주셨는데, 잘 쓰다가 다 써서 새로 주문하려고 보니 너무 높은 가격에 놀랐다....! 아빠한테 더 고마워할걸...끙
중장비 기사님들 까페에 가입해서 살펴보니, 이 구리스는 구리스계의 샤넬이다 뭐 이렇게 부르고 계시더라고.. 요즘은 그냥 극압그리스 고하중 이렇게 검색해서 나오는 것 중 적당한 가격의 것을 쓰고 있다.
며칠 전 구청 건설기계과에서 전화가 왔는데 포크레인 정기 검사를 안했으니 과태료 50만원을 내란다. 최대 300만원까지 부과되고 한달 이후 부터는 3일 경과시에 10만원씩 올라간다고. (네??)
검사관련 안내를 받은 적도 없다고 하니, 그걸 고지할 의무가 없댄다. 포크레인 갖고 있는 사람들은 원래 알아서 해야하고 건설기계 관련 법이 올해부터 강화되어서 과태료가 쎄졌다고. 업무용도 아닌데.
그런데 왜 과태료가 50만원이나 나온 시점에서 안내하냐고 하니 너무 많이 나올까봐 그런다고 참내.
일단 과태료 내고 이의신청해보라는데 어이가 없네. 진짜 기가 막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하지 않는다.
Ep1
이 못된 집성촌 마을의 심보는 외지인에게 한없이 고약했고, 양양에 1미터에 가까운 눈이 온 날 동네에 제설 작업을 하는데 마지막 집으로부터 200미터 이상 떨어진 우리집만 남기고 동네 제설작업을 했다. 군에서 나오는 차량임에도 우리집 앞 길만 남기고 돌아간 걸 보니 기가 막혔다.
흥 !! 우리에겐 포크레인이 있지! 포크레인으로 쭉 밀고 나갔다가 들어오니 눈은 한방에 치워졌다. 집이 다 지어지면 600만원씩 마을발전기금을 내라고 찾아온다는데 어림없다 이사람들아!
Ep2
우리땅 아래 논을 경작하는 아저씨가 계신데, 우리에게 굉장히 못됐게 굴었다. 일부러 사람 자고 있는 새벽 5시에 차를 돌리러 들어와서 경적을 빵!! 울리고 가기도 하고 (미친놈!) 우리 땅이 원래 자기 땅이었는데 10년 전에 팔았다며 배 아파하기도 했다. 마을에 우리에 대해 험담을 하고 다니는 것은 물론, 마을에 착하게 굴어야 눈도 치워주지 라는 말을 서슴치 않고 했다. (마을에 무상노동력을 제공하라는 거겠지! 최저 연령이 54세인 마을에 우리가 들어왔으니!)
아무튼 이런 아저씨가 논에서 트랙터를 갈다가 논두렁에 고꾸라진 것이다. 트랙터가 논두렁에 처박혔고, 굴삭기를 부르면 60만원씩이나 하니 우리를 찾아와 민망한 듯 굴삭기를 좀 빌려줄 수 없겠냐고 했다. 그 아저씨 웃는 걸 처음으로 봤다.
속은 "하 참!" 싶었지만 , 흔쾌히 빌려주었고 트랙터는 무사히 구출되었다.
그러고 " 고. 고마워~~" 하고 쌩 사라지더니 쌀을 한 포대 갖고 찾아왔다.
Ep3
시골 사람들의 땅 욕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널린게 땅인데도 그 한 뼘이 너무너무너무 소중한지, 엄청 예민하게 군다. 우리 땅과 뒤쪽으로 맞닿은 땅의 주인은 가관인데, 그 땅을 우리 나무가 가린다며 우리가 심어놓은 측백 30그루를 어느날 무단으로 들어와서 베고 가버렸다. 그냥 상식이 없다. 당연히 우리는 형사 고발을 했고, 고의성이 입증되어 재물손괴로 벌금을 드셨다.
아무튼 나무를 심을 때 포크레인은 빛을 발했다. 제대로 한번 가려드려야겠다. 싶어 2미터 이상의 나무들을 50그루 사와서 포크레인으로 두 명이서 하루 만에 쏙쏙 심어 넣을 수 있었다
자....시골에서 포크레인은 필요한 게 맞죠...?
땅사고 나면 굴삭기 삽시다. 까짓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