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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성킴 Sep 15. 2023

오사카에 다녀왔습니다

에필로그

 “우리 다음 주에 오사카 갈래?”

 옆동네 문화센터에서 동네친구와 운동을 하고 나오는 길에 남편의 연락이 왔다. 뜬금없이 웬 일본? 싶었지만,

 “그래. 가자! “

 안될 건 없었다. 안 갈 이유가 없으니 내일이라도 떠날 수는 있다. 마침 그다음 주에는 남편의 생일이 끼여있으니 생일 기념으로 다녀오면 되겠다는 생각이 그 짧은 순간 머리를 스쳤다.


 전화를 끊고, 남편은 바로 오사카행 티켓을 3장 끊었다. 제주-일본 직항은 오사카 뿐이라 딱히 선택지가 없다. 다음 단계로 오사카유니버셜스튜디오 입장권을 구매했다. 안타깝게도 익스프레스티켓은 구매가 불가였다. 닌텐도 월드 확약권 또한 구매할 수 없었다.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만 4세 아이와 놀이기구를 실컷 탈 생각은 없었다. 가서 오픈런을 하면 되니까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남편 퇴근 후 함께 마지막으로 호텔을 예약했다. 호텔 역시 가고 싶은 곳은 예약을 할 수 없었다. 하루하루 다른 숙소를 잡을 수도 있지만 아이를 데리고 이동하기엔 무리가 있을 거 같아 연박이 가능한 다른 숙소를 선택했다.

 이게 무계획형 인간의 여행이다.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의 연속이 되는 것. 숙소 또한 예약하고 난 이후에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았다. 고민하는 사이 예약이 마감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후기를 읽을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 오사카 숙소. 이제 다됐다. 티켓, 숙소, 유니버셜 스튜디오 입장권. 이것만 예약되어 있다면 3박 4일 오사카 여행은 충분하지 않을까.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이라 처음 해외에 나가는 사람인 마냥 들떠서 잠을 이룰 수 없는 며칠이었다. 가기도 전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겨우 2박 3일 같은 3박 4일이라 너무 짧은 것 같아서 자꾸만 아쉬운 마음이 든다. 정안 11개월 때 브리즈번-애들레이드 여행을 끝으로 우리의 해외여행은 멈추었다. 다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 지금 정안은 만 4세가 되었고,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첫 해외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너무 들떴던 탓일까. 우리는 티켓 예약 과정에서 정안의 영문 이름 스펠링을 여권과 다르게 적어버리는 실수를 했다. 그런데 여권을 펼쳐보기 전에는 그걸 몰랐다. 정안의 ‘정’을 당연히 ‘Jung’로 알고 있었는데 세상에 여권에 ‘Jeong’로 표기한 게 아닌가! 도대체 믿어지지 않았다. 4년 전 우리는 무슨 생각으로 저 스펠링을 골랐던 걸까? 내 이름에 ’ 성‘자는 ’Sung’를 쓰고 있어서 당연하게, 아무런 의심 없이 지금껏 자연스럽게 ‘Jung’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뒤늦게 알게 되어 항공사로 전화를 했더니 수수료 2만 원을 내면 스펠링 수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 이 정도면 싸게 하나 배웠다치자. 공항에 가기 전에 알게 되어 너무나 다행이다.

 가만히 앉아있자니 아이를 데리고 하는 여행이라 뭔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 주말에는 카페에 앉아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을 짜보았다. 옛날 사람이라 종이와 펜을 들고 앉았다. 손으로 적어야 안정을 느끼는 타입의 아날로그형 인간이다. 막상 여행 갈 때는 이 종이를 놔두고 갈 확률이 더 높지만 그래도 일단 적고 본다. 3박 4일 계획을 짜야하는데 겨우 2일을 짜놓고 대충 3일 날에는 쇼핑데이라고 적어 놓고 끝내버렸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여행이니까 하하.

 짐을 싸는 것도 출발 하루 전 밤에 큰 트렁크에 이것저것을 넣었다. 짐을 쌌다는 표현보다는 넣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짐 싸는 것도 짧은 시간 내에 끝났다. 우리 둘이 하던 여행과 달라진 점은 여행 가방 안에 비상약이 더 많이 늘어나고, 체온계를 챙기고,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이 하나 더 들어간다는 정도이다. 정안이 잠들고 그제야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고, visit japan 사이트에서 정보를 입력했다. 출발하기 전날 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설레는 부푼 마음을 안고.


 우당탕탕 우리 가족 일본 여행이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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