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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성킴 Mar 10. 2021

사탕반지 하나가 행복이 될 수 있을까

그런 행복의 시기가 있다


Cheap wine, drunken nights, bowling alley

Pillow and a mattress on the floor

I know we're supposed to want way more
We might never leave the valley
We got everything we need at the corner store
I don't care what's in store
'Cause if we're gonna die, let us die sugar-coated
Oh, we don't got a dime to our names, but we're loaded
Oh, we got all we'll ever need
I think our grass is pretty green
We make our own luck
No wonder the neighbors are jealous
We don't cheat at Monopoly
Already won the lottery
Don't need no diamonds, you're my rock
And I'm okay with a Ring Pop
And we'll never afford a Picasso
We can get it on at the get and go
Paint me like Rose, you can be Leo
Our one bedroom feels like a castle
Popcorn ceiling, linoleum floor
We could build a fort


(생략)




 요즘 즐겨 듣는 ‘Ring pop’이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뭐 돈은 없지만 나는 너와 함께라 행복하다는 뻔한 그런 내용이다.

 더 이상 우리 부부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어린 연인은 아니지만 나는 이 노래의 도입부 가사를 들으면 리치먼드 월마트 앞에서 사진을 찍고 놀던 우리가 생각난다.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는 날, 그리고 심심한 밤이면 근처 월마트로 향했다. 한국 과자 몇 개, 식빵, 계란 같은 것들을 사는 게 다였다. 그냥 마트에 무언가를 사러 가는 게 목적이 아니고 거기는 그냥 우리의 놀이터였다. 핼러윈 시즌에는 가면을 쓰고 머리띠를 썼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미니어처를 보며 어떻게 장식할지 꾸며 보곤 했다. 세븐일레븐에서 1달러짜리 커피 한 잔을 들고 무작정 걷기만 해도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오빠 직장 근처의 아파트에 살면서 우리는 자주 편의점을 털었다. 편의점에서 먹고 싶은 걸 잔뜩 사서 배가 터질 때까지 먹는 걸 우리는 편의점을 털러 가자고 말하곤 했다. 메인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모든 게 완벽한 메뉴를 먹을 수 있었다.

 제주도에 와서 우리의 가장 행복한 외식장소는 맥도널드이다. 정안이가 잘 먹는 맥너겟과 프렌치프라이, 햄버거를 사면 장난감을 주는데 이 이상 뭐가 다 필요한가? 우리는 맥도날에서 한 끼를 먹으며 오늘 우리 뭐하지라던가 오늘 어땠어? 하는 얘기를 나눈다. 주위는 시끄럽고, 패스트푸드답게 빨리 나온 음식을 순식간에 먹고는 나서야 한다. 어차피 정안이는 오래 앉아서 잘 먹을 수 없는 아기이다.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져 더 못 먹고 더 제대로 앉아있을 수 없으니 여기가 우리에게는 딱이다.


 

 하지만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뭔가를 더 원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러고 싶지는 않다. 이것 또한 욕심이라는 것도 안다. 사람은 살면서 언젠가는 물질적인 무엇인가가 우리 이름으로 되어 있어야 하는 시기가 온다. 아무것도 없이 행복하기만 하는 시절은 보내주고, 내 소유의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그런 시기, 그런 것들이 행복의 크기를 말해 주는 그런 시기. 무언가를 증명해서 결과를 내어야만 하는 시기. 그런 것들이 효도가 되고, 나의 살아온 날의 가치를 증명해 준다.

 노래 가사처럼 정말로 사탕 반지 하나로 모든 것이 괜찮았던 시절이 있었다. 엄마, 아빠라는 타이틀이 생기고, 나이가 30대 중반이 되고 나니 그런 시절은 지나고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정안이에게 하나를 사더라도 좋은 걸 사주고 싶고, 좋은 옷을 입히고 싶고,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 졌다. 나는 부모님의 희생 덕분에 그런 것들 누렸고, 나 스스로 쌓아 올린 부가 없었기에 중요함을 알지 못했다. 필요한 것은 살 수 있어서 딱히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 것들이 없던 순간도 있었다. 정안이에게는 더 많은 경험과 교육의 길을 열어 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책임의 무게를 지어야 하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사탕반지 따위로 해결될 일이 아니기에.

 하지만 정안이가 스스로 행운을 만들어가고, 이웃의 부러움을 살만큼 행복한 우리의 모습을 닮을 수 있으면 좋겠다. 물질적인 것으로 배울 수 없는 것들. 그런 것들은 가슴속 가득 채워주고 싶다. 햇살이 좋아서, 바람이 시원해서, 같이 손을 잡고 길을 걷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그래서 행복한 기분을 잔뜩 느끼는 사랑이 넘치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것도 욕심일까?

 나는 이렇게 어른이 되어 가고, 나의 아기는 천천히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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