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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성킴 Mar 15. 2021

잔디가 깔린 마당의 로망이 있다면

봄에 마당의 잡초를 먼저 뽑아보세요

 봄이 왔다고 설레어하는 것도 잠시뿐, 이 많은 잡초를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우리 집은 단층짜리 단독주택이고 집 입구 쪽에는 잔디가 심어져 있다. 또 다른 한편에는 작은 밭을 일굴 수 있는 자리도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이 모든 자리는 잡초들이 꿰차고 있다.


 

 처음엔 이것보다 더 심했다. 가을이었는데 도저히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을 수준의 잡초가 아니었다. 관리되지 않은 채 1년이 지난 (아니면 2년) 마당은 엉망진창이었다. 집주인이 와서 잡초를 죽이는 약을 쳤고, 그렇게 겨울이 왔다. 많이 춥지 않은 겨울에는 간간히 잡초를 뽑았다. 그러다 봄이 왔다. 겨울과는 자라는 속도부터 다르다. 어? 여기에 언제? 싶을 정도로 무섭게 퍼져나갔다. 이제 더 이상 손으로 똑 뽑을 수 있을 정도의 뿌리 깊이가 아니다.

 민들레의 악명은 익히 알고 있던 터라 민들레 씨를 불 때도 집 앞에서는 절대 불지 않았다. 혹여나 우리 집 마당에 씨를 틀까 봐. 하지만 어디서 날아 들어온 민들레는 우리 마당을 점령했다.

 민들레의 뿌리는 정말 크고도 단단하다. 손의 힘으로는 불가능해서 농협에 농자재를 파는 곳에 가서 낫과 곡괭이를 사 왔다. 호미를 사러 갔는데 호미한 쪽이 칼날로 되어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위험해 보여 곡괭이를 사 왔다. 그리고 잡초를 죽이는 농약을 샀다. 농약은 쉽사리 덜컥 살 수 있는 게 아니고 신분증을 제시하고 직원과 상담(?)을 하고 구매할 수 있었다. 예전에 앞집 할머니에게 들은 바로는 비료도 아무나 사는 게 아니고 제주도에 농부로 등록되어 있는 사람만 살 수 있다고 했는데 확실치는 않다.

 아주 큰 민들레 잎을 곡괭이로 쳐내니 하얀 진액이 나왔다. 너도 아프다고 할 줄 아는구나. 새삼 잡초도 살아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꽃 한 송이도 꺾지 말라고 하면서 어째서 잡초는 이리 쉽게 죽어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에는 쑥들이 자리를 잡았다. 쑥도 잡초가 될 수 있구나. 쑥을 뜯어 음식을 해 먹지 않는 나에게는 잡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특히나 제주의 쑥은 육지의 쑥보다 향이 적어서 떡이나 국을 해 먹기에는 별로라고 한다. 차라리 덩치가 큰 민들레가 낫겠다 싶을 만큼 정리하기 별로였다. 엄마 따라 쑥 캐러 좀 다녔으면 쑥쑥 잘 뽑았을까.


 한 편으로는 정안이가 매일 무당벌레를 보면서 또! 또! (찾았다는 뜻이다) 외치는 저 잡초밭을 없애자니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대신 흰나비가 날아오기 시작했으니 또 다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니 미안한 마음을 조금 덜어야겠다.

 잡초를 뽑고 나면 손이 아리다. 안 쓰던 손가락 근육을 써서 그런가 욱신욱신하게 아려온다. 그리고 밤에는 꿀잠을 잘 수 있다. 밤에 잠이 오지 않는 사람에게 볕 아래서 잡초 뽑는 일을 추천한다.

 넓은 잔디밭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에 살아도 잘 살 것이다. 그만큼 부지런하고, 꾸준하다는 뜻이니까.

 나는 오늘도 아파트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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