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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성킴 Sep 26. 2021

쓸만한 컵이 없다.

 캐나다 코스트코에서 6개가 세트로  머그컵이 이제 하나 남았다.  깨지고 하나만 남은 것이다. 어쩌다 보니 이고 지고 밴쿠버에서 제주도까지 왔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살림을 채울 때도 컵을 새로 사지는 않았다. 2 살림에 머그잔이 10개는 되었으니 충분하다 싶었다. 나는 물도, 커피도, (tea), 주스도 모두 머그컵에 담아 마신다. 자주 이사를 하고, 자주  먹다 보니 이제 집에 남은 컵이  되지 않는다. 여름이라 주로 유리잔을 사용해서 머그잔의 필요성을  느끼다가 날이 선선해지니 깨진 머그컵이 아쉽다.


다이어트하던 시절 매번 다른 색상으로 잘 썼던 머그컵들


   , 우유   마신  싱크대로 직행하는 컵들은 많을수록 좋다. 정안이 혼자 사용하는 컵은 4개가 있다. 설거지가 귀찮은 나는 저녁 식사   번에 몰아서 한다. 어쩔  저녁이 되면  컵이 없어서 종이컵을 사용할 때도 있다. 분리수거를  때마다 "오빠 나는 환경파괴범이야. 나중에  받을 거야." 읊조리지만 설거지를 자주 하는 사람으로 변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브런치로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발라 먹으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렸다. 오늘은 머그잔아닌 텀블러다. 천천히 오래 커피를 마시려면 머그잔보다는 얼음도  녹고, 표면에 물이 맽히지 않는 텀블러가  낫다. 거기다 쓸만한 컵이 없다. 유리잔을 쓰기엔 그만한 양을 먹고 싶지 않고, 머그잔을 쓰기엔 쓸만한 컵이 없었다. 사이즈가 좋아서 자주 쓰던 컵이 모두 깨졌으니 쓸만한  없는 것이다. 나머지 컵들은 손잡이가 불편하거나, 크기가 너무 작거나, 너무 무겁거나 하는 이유로 자주 손이 가지 않는다. 내가  것들이 아니고 어디서 하나씩 받아  것들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실 이 글은 본격 새 컵을 사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구구절절 새 컵을 사야 할 이유에 대해 나열한 것이다. 요리에 취미가 있거나, 주방 살림에 애정이 있어 그릇이나 접시에 대한 욕심이 없는 편이다. 필요한 그릇은 엄마에게 갈 때 조금씩 받아 온다. 비빔면이나 국수를 해 먹을 때 낼 냉면용 그릇이 없어 불편했지만 사진 않았다. 그러다 엄마에게 받아왔다. 하지만 컵은 조금 다른 문제다. 모든 마실 것을 좋아하는 나다.(흰 우유 제외) 좋아하는 것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왕이면 예쁜 컵에, 이왕이면 좋은 컵에 이왕이면 내 맘에 드는 컵을 쓰고 싶어졌다. 인터넷으로 예쁜 머그컵을 이래 저래 보지만 컵은 직접 보고 들어 보고 사고 싶어졌다. 택배가 왔는데 생각보다 무겁다면? 생각보다 손잡이가 작다면? 이래저래 고민하다 역시 컵은 직접 들어봐야지 하는 확신이 들었다.

 컵은 어디에 가서   있는 걸까? 막상 컵을 사려고 하니 어디서 사야 하나 하는 기본적인 것부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디서 시작을 해야 하지?  번도 그릇 매장에 가서 컵을 사보지 않았는데 컵도 브랜드가 있겠지? 기본적인 필수품인데 어디서 사야 할지도 모르다니. 대형마트나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 굳즈로 나온  말고는 눈여겨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이럴  제주도라서 조금 아쉽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서 주방 코너를    둘러본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텐데. 제주도에서 쇼핑은 지레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다음에 육지   사지 .’하며 미루게 되거나, 없어서 불편한  없으니 말자 하며 아예 포기한다. 온라인 쇼핑도 마찬가지이고, 오프라인 쇼핑도 마찬가지이다.

 머그잔 하나 사는  제주도에서의 전체적인 쇼핑  자체를 언급할 정도인가. 그만큼 마음에  드는 컵을 사고 싶은 것이다.

 예전에 속옷 사는 것을 미루는 글을  적이 있다. 속옷은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해 있는 것만 계속 돌려 입게 되는데  사소하고 없어도 되는 물건인 머그컵이 어째서 이렇게 사고 싶은 걸까. 마음에  드는 컵은 아마  하루의 시작을 기준 좋게 만들어  것이다. 컵을 나무 식탁에 놔두고 가만히 들여다 보기만 해도 행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음에 드는 머그컵을 사면  컵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그 머그잔이 얼마나 나에게 작은 행복을 주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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