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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성킴 Oct 19. 2021

시작은 어떻게 시작하나요?

작심빵일이 작심삼일이 되게 하는 방법

 '작심빵일'

 친언니가 나를 부르던 별명 중 하나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를 가장 잘 꿰뚫어 본 단어가 아닌가 싶다. 말 그대로 나는 마음만 먹지 시작은 하지 않는 사람이다. 작심삼일도 나에게는 대단한 일이 되곤 했다.

 마음을 먹는다, 생각을 한다, 계획을 짠다. 하지만 그것이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는다. 가장 쉬운 예는 다이어트다. 다이어트를  것이라고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날씬해진  모습을 상상하며 어떻게 운동할 것인지, 식단은 어떻게  것인지 계획을 짠다. 하루에 삼십 분씩 걷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점점 강도를 늘여가자 처음부터 너무 많이 하면 지쳐서 못해, 나는 나를  아니까 아주 소소하게 시작을 하자.  먹는다고 생각을 하면  먹고 싶어 지고, 먹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을 하니까 먹는 것도 갑자기 줄이지 말자 조금씩 천천히 줄여서 장기간으로 잡고 시작하자.  그럴싸한 계획들을 적어 내려간다. 시작은 언제? 아직 하지 못했다.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말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그만큼 힘들다는 말인데, 나는  시작을 시작하기가 남들보다  힘들다.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일까.

  번째로 나는 계획형 인간이 아니다.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어떠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에 다다르는 것에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다. 즉흥적이고 우발적으로 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연히 시작했는데 즐거움을 느끼거나,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만한 그런 일들에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계획을 하고 나면 거기에 이미 진이 빠지는  같다. 계획을 하고, 상상을 하고 실현을 하려고 하는데 이미 계획단계에서  에너지를  써버린 거지.

 두 번째로 나는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인간이다. 방금 한 엄마와의 전화 마지막 인사말도 "운동해 ~ 나가서 한 시간 걷고 들어와."로 끝났다. 전화하기 전에 나는 나가려고 했었다. 걸으려고 했었다. 몸이 무겁기도 했고, 오전에 비가 한바탕 쏟아진 후에 하늘이 너무 맑아서 바람이 너무 시원해서 나는 걸으려고 했었다. 나가서 한 시간 정도 걸은 후에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한잔 하면서 남편이 사놓은 소설책을 읽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엄마가 나가서 운동하라고 하자마자 나는 운동하러 나가고자 하는 욕망을 잃었다. 날씨가 애써 나를 유혹했는데, 그 유혹이 거의 성공할 뻔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에게 운동을 하라고 하니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흡사 공부하려고 했는데, 지금 딱 책 펴려고 하는데 엄마가 "너 공부 안 해? 얼른 공부해!" 하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듯한 그런 기분이다. 아주 일차원적이고 유아틱 한 사상이다.

 시작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은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기 마련이다. 시작을 하지 못하면 시작이 안된다.

 아주 어릴 때부터 언젠가 나는 내 이야기와 사진들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했다. 한 달에 두 번, 이것이 내가 정해 놓은 양이다. 너무 많은 목표를 잡으면 나는 뒤로 나가떨어질 게 뻔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숫자를 생각했고, 그것이 한 달에 두 번이다. 내가 목표를 이루었을 때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인 이유는 제대로 된 성취감을 맛보지 못해서 일 것이다. 일 년 정도 브런치를 적어 내려가면서 스스로 대견하기도 했고, 지금껏 잘해 왔던 것들을 망치고 싶지 않아 꾸준히 써 내려가고 있다. 어쩌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될 때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억지로 하는 것 말고, 타의가 아닌, 진짜 내가 원하는 일 그런 일이라면 나 같은 사람도 움직이게 된다. 나를 누워 있지 않고 앉아서 무언가를 쓰게 만드는 힘. 그것은 바로 '나'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아주 쉬운 답이 여기에 있었다. 무슨 일을 하든 언제나 나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나의 마음에 따라서 움직인다면 나는 더 이상 작심빵일이 아닌, 작심삼일 나아가 지금처럼 일 년을 꾸준히, 평생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더 많이 쌓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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