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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성킴 Nov 02. 2021

볶음밥을 만들었다

쉬운 요리는 없다

정안이는 계란 알레르기라서 계란이 없는 볶음밥을 먹는다. 중국집에서 먹는 볶음밥은 꿈도 못 꾼다. 입이 짧은 아기지만 굴소스가 들어간 볶음밥은 한 그릇 뚝딱 하는 일이 많아서 볶음밥을 자주 만들어 준다. 볶음밥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겠지만 나는 요리에 크게 재능이 있는 편이 아니라 재료에 최선을 다한다. 그냥 볶으면 끝나는 듯 보여도 재료를 준비하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린다.

보통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야채는 당근, 양파, 애호박, 버섯이다. 감자가 있으면 넣고 없으면 빼고. 고기는 주로 간 소고기를 넣는다. 돼지고기를 넣으면 정안이가 소화를 잘 못하는 것 같아서 소고기를 넣는다.

줄만 잡아당기면 아주 작게 다져주는 그런 도구가 있지만 칼이 도마를 치며 내는 소리가 요리를 좀 더 잘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 칼로 다진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안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에 만들어 놓는 편이다. 정안이가 배가 고파질 시간이 되면 다져 놓은 재료를 꺼낸다.

1.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아 향을 낸다.

2. 그런 다음 양파를 먼저 볶는다. 양파 색깔이 투명하게 변할 때쯤 나머지 야채들은 볶아 준다.

3. 마지막으로 고기를 넣고 익을 때까지 계속 볶는다. 이때 소금을 조금 쳐 준다. 굴소스를 넣을 거기 때문에 많이 치지 않는다.

4. 찬밥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한 끼 먹을 밥만 해서 그때그때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따뜻한 밥을 넣어서 그런가 조금 질어지지만 더 소화가 잘 되겠지 하고 만다.

5. 굴소스를 0.5 스푼 정도 넣어준다. 굴소스 자체가 msg라서 아이들이 먹기는 안 좋다곤 하지만 외식하면 이보다 더 한 것도 먹을 거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6. 같이 볶아주다가 무염버터를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잘라서 넣어 준다. 볶음밥이 조금 더 고소해진다. 가염버터를 사용하면 더 짜질까 봐 무염 버터를 넣는다.

7. 맛있게 먹는다.

국물은 손도 대지 않을 걸 알았지만 그래도 담아본다. 오늘 새 식판을 샀기 때문이다.

볶음밥을 자주 해서 먹일 때 가끔 죄책감이 들 때도 있다. 다른 엄마들처럼 식판 가득 다양한 재료로 만든 반찬을 놓아준다면 그 죄책감이 조금은 덜할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하지만 아기가 잘 먹는 것을 더 많이 먹이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먹어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 지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았다. 열심히 만든 볶은밥을 한 그릇 먹어 주니 엉망이 된 주방을 치우는 건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언젠가는 뭐든 잘 먹는 나이가 되겠지? 무엇이 먹고 싶은지 정확히 말해주는 그런 날이 오겠지? 오늘도 엄마가 한 밥을 잘 먹어 주어 고마워.

세상에 쉬운 음식은 없다. “간단하게 국수나 먹을까?”는 있을 수 없는 문장이다. 볶음밥도 마찬가지. 그냥 냅다 넣고 볶으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사랑이 없는 볶음밥이다. 사랑이 담긴 볶음밥은 절대 쉽지가 않다. 잘 먹어 줄 것인지 아닌지를 요리하는 내내 생각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만든 요리는 그 어떤 요리라 해도 절대 쉬운 요리가 아니다. 그 어떤 것도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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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킴

제주에 살고 있습니다. 평생 아이와 여행하며 사는 것이 제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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