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8월이 된 요즘, 한없이 무력한 인간에 대해 생각한다.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평소의 루틴을 붙잡고 살고 있지만 쏟아지는 악재와 자연재해 사고 기사를 보며 오늘은 좀 겁이 났다.
물론 안타까움과 함께 대상을 알 수 없는 분노도 일었지만 나도 똑같이 연약한 존재라는 걸 생각한 후 곧바로 겁을 먹고 말았다.
카페에 앉아있는 지금도 끝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이 돌아가는 운전길 사고로 이어질까 봐 두려움이 쌓인다. 오늘 죽는다고 할 때 아쉽지 않을 인생이 어디 있을까. 당장에 팔이나 다리 중 하나가 절단된다고 생각해도 너무 끔찍하고 아깝다. 아깝다는 말이 맞을 진 모르겠지만 참 아까울 것 같다. 내가 가진 전부를, 전부 잃고 싶지 않다.
내가 가진 전부 혹은 일부를 잃을까 봐 두려움 속에 사는 게 당연한 걸까, 아니면 언제든 잃을 수 있단 생각으로 과감하게 행동하며 살아야 할까. 늘 소심하고 겁이 많은 나는 전자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오늘은 좀 다르다. 오늘은 용기를 내고 싶어 진다. 하루를 제한 없이, 겁 없이 보내고 싶다.
마음에 늘 찝찝하게 남아있는 관계가 있다. 잘잘못을 따지기도 애매한 사이가 되어버린 관계, 서로 상처 준 관계, 애정은 있으나 어째서인지 연락은 하지 않는 관계, 꿈에서 가끔 나를 괴롭히는 관계. 오늘 그중 몇 사람에게 연락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무력한 인간이 연대를 통해 살아간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물론 그 또한 중요하지만, 무력하기 때문에 용기를 내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이러나저러나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때가 있다면 평소와는 달리 효율성을 따지거나 후폭풍에 대한 걱정 없이 용기를 내보는 것이다. 칼로리나 다음날 배탈에 대한 걱정 없이 마라탕을 먹는 것도 그날의 용기일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도 다 용기다.
인간은 참 연약한 존재이다. 나의 태도, 생각, 경험을 벗어난 일에는 늘 ‘어째서’라는 질문과 함께 부정하기도 한다. 나를 지키기 위한 본능이자 두려움 때문이라 생각한다. 연약함과 무력함을 느낀 장마철 오늘, 작은 용기가 내일을 맞이할 동력이 되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오늘은 버티게 했다. 또, 늘 두려운 관계는 언젠간 끝맺음을 시작해야 한다고 배운 하루였다. 관계의 찝찝함을 늘 달고 산다는 것은 1년 365일이 장마라는 것과 같다. 정리하기 위해 연락하고, 시작하기 위해 연락하는 용기가 모두에게 생기길 바란다. 방법은 쉽다. 무력함을 인정하는 순간 허무함이 밀려오기도 하는데 그때 용기를 내면 된다. 물론 그냥 잠을 자도 된다. 아침해는 늘 답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