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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버거운 분들에게

by 콩지




A의 오늘은 대놓고 힘들었다.

알 수 없는 마음 정도가 아니다.

밀려오는 사건들을 온몸으로 막아냈는데,

외출 직전 화장실 하수구가 역류했다.

악취와 불편함에 외출복 차림으로 발라당 누워버렸다.

위로를 원했으나 사람이 없었다.

권태와 우울에 숨을 쉴 수가 없다.

정말, 오늘이 버겁다.



A뿐만이 아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여름이 반가우면서도 두려웠던 오늘

꽃가루인지 씨앗인지 모를 것들이 눈송이같이 휘날리던 오늘

연이어 쉬느라 무슨 요일인지도 몰랐던 오늘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버거웠다.


공원에서 숨바꼭질을 하던 어린이들도

기를 쓰고 보이지 않는 척 연기하던 엄마들도

창가 자리에 앉아 여름의 첫날을 즐기던 젊은이들도

마음 한 구석은 저릿했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행복한 것은 없다고 느꼈고,

즐거움으로만 가득한 날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행복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진심으로 즐겁지 않아서가 아니다.


건드리면 터지는 일이 살아온 세월만큼 쌓여서,

꾸역꾸역 지치지 않고 어제까지 쌓여서,

자신의 앞 날이 걱정돼서,

24시간 오늘 중 몇 분 몇 초를 감정의 소강상태로 만든다.

웃다가도 슬그머니 입꼬리가 내려가는

행복하다고 말하더니 곧 한숨을 쉬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마음이 되어버린다.

‘나만 이런 걸까?’ 불안하기까지 하다.


그럴 때,

나는 사랑함으로써 순간을 이겨낸다.

생뚱맞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힘들 때마다 자주 이 방법을 써먹었다.

일단, 엄마를 사랑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엄마에게 적당한 가격의 와인을 선물하고,

그녀의 기쁨을 사랑으로 받는다.

나를 사랑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나에게 샌드위치를 정성스럽게 만들어 주며

정성과 시간을 선물한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참 쉽다.

좋아하는 것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


사랑이 있는 곳에 고통은 없다.


서로가 고통스러운 연인에겐

사랑을 의심할 수 있는 문장이겠고,

지금이 고통스러운 분들에겐

사랑이 해답이라는 문장이겠다.

어디에도 사랑을 두지 않는 사람은 없다.

표현하지 않아 잠시 잊었을 뿐.

버거운 오늘의 마무리는

그렇게 하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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