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대한 기대가 촌스럽다 하더라도
주말이라 마을버스의 간격이 길다.
이제 장갑을 끼지 않아도 될 만큼 밤이 춥지 않다.
정류장에 서서 닥치는 대로 글을 읽으려다 그냥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몰랑거림이 일었다. 아까 카페 가는 길에 팝콘 터지듯 개화 중인 개나리를 보았는데 그 때문인 것 같다.
봄이 오는데 아직 목이 시리다. 내 기준에서 봄은 목과 발목을 드러낼 수 있는 날씨여야 한다. 아직은 겨울이다. 다들 봄이 왔다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노랗고 하얀 꽃망울들을 찍어 올리지만 그들도 나처럼 밤, 귀갓길에 ‘으, 추워.’라고 중얼거릴 것이라는 걸 안다.
봄은 사실 큰 일교차 때문에 늘 따듯하기보단 은근히 추운 계절로 기억하고 있다. 늘 손발이 차가운 나는 초여름은 되어야 양말을 벗었다. 봄밤에 벌벌 떨며 곁에서 벗어줄 옷이 없는 남자친구를 곤란하게 한 경험이 몇 년 쌓여서 그런지, 봄이 따뜻하다는 기대를 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정확히는 낮의 따스함에 속지 않는다.
버스에 탔는데 뒤에 사람이 없으니 글이 계속 써진다.
오늘은 개화 중인 개나리를 본 탓인지, 포장한 닭강정 탓인지 약간 설렌다. 봄에 대한 기대와는 별개로 치고 싶은데 은근 이렇게 자주 설레는 날이 많아진다. 아직 20대다 이건가.
20대의 후반 길을 쫓기듯 달리는 나이길에서
코로나라는 전 세계를 뒤흔드는 바이러스에 내 일상의 공간을 빼앗기는 요즘이라 해도
나는 자주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