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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eun Choi May 09. 2016

보이지 않는 것의 힘

Power of the Invisible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볼 수 없다는 거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It is only with the heart that one can see rightly;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 ‘The Little Prince’, Antoine de Saint Exupéry


119일: 2016년 5월 7일, 멜버른


며칠 전, 어려서부터 이런저런 악기를 배워왔다고 쓰긴 했지만, 사실 음악에는 별 조예가 없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딱히 노래를 잘하지도, 박자를 잘 맞추는 편도 아니었다. 그래도 어디를 가나 항상 음악을 들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아마 그랬던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항상 배경음악이 나오고 장면에 따라 달라지는 것에, 그리고 때로는 장면의 느낌을 결정할 만큼 강력한 음악의 힘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어디를 가나 음악을 들었다. 특히나 어디론가 떠날 때마다 새로운 음악을 찾아들었다. 시간이 지나 그 음악을 꺼내 들었을 때, 처음으로 내 가슴을 울렸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곤 했기에. 시간 여행을 하듯이 말이다.


마치 향기와 같달까. 한 친구는 만나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는 당시에 쓰던 향수를 일부러 그만 쓴다고 했다. 몇 달 뒤, 혹은 몇 년 뒤, 그 향기를 다시 맡았을 때만큼은 그 사람과의 추억이, 그 사람의 존재가 온전히 돌아오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좋아하던 사람들도 비슷했던 것 같다. 성격이나, 함께할 때의 즐거움에 더해서 나는 그들의 목소리나 향기가 좋았다. 눈을 감았을 때 들려오는 굵직한 목소리라든지, 방금 뽀송뽀송하게 세탁한 면 티셔츠에서 나는 향기 같은 것 말이다.


소리와 향기.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것의 힘은 그렇게 전해졌다.


어제 한 친구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외모만 보고 관심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아니, 배부른 소리 같지만 싫다고 말이다. 겉모습 넘어 본인의 진정한 면모를 보아주었으면 좋겠다는 게 친구의 요지였다. 반대의 경우라면 모를까, 이쁘장한 얼굴 덕분에 기대하지도 않은 대우를 받아 왔다며, 털털하게 고민을 내뱉는 친구의 모습은 참신하다 못해 당혹스럽기마저 했다. 머릿속에서 생각이 오고 갔지만, 딱히 무슨 말을 내뱉지 못했다.


물론 객관적인 (혹은 주관적인) 아름다움에 따라, 외모와 그다지 관계없는 것들에서 유불리한 대우를 받는 것은, 불공평한 만큼 팽배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겉모습만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피상적인, 그리고 덧없는 것들을 너머 진짜 알맹이를 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반대로 외면에만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웃어넘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스타이자 영화감독인 Casey Neistat는 이에 대해 촌철살인의 말을 전한다:

“남에 관해 판단을 내리는 사람은 그러지 않는 사람에 비해 낮은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있다. 판단을 내리지 않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남을 마구 판단하는 못된 이들을 압도적인 긍정심과 넓게 열린 마음으로 물리쳐야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졌다면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정으로 신경을 끌 것이다. 왜냐하면, 누군가 당신에 관해 판단을 내리고 있다면, 그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Casey Neistat

외면은 사실 내면이 드러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겉만 번지르르한 빛 좋은 개살구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속이 시꺼먼 사람은 아무리 치장을 해도 어두울 수밖에 없으며, 내면으로부터 따스함을 내뿜는 사람은 얼굴에서 빛이 난다. 그 말을 친구에게 해주고 싶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어렸을 때부터 몇 번이나 읽은 책 ‘어린 왕자'에 나오는 이 구절은 사실 너무나도 당연할뿐더러, 시간이 지날수록 진해지는 곰국처럼 그 의미가 진하게 여운을 남기는 말이다. 게다가 다양한 나라와 문화에서 온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몇 번씩 가슴에 새기게 되는 말이다. 피부와 눈동자 색깔, 키나 몸무게와 같이 눈에 뻔히 보이는 것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생이자 창작자, 사진가 그리고 작가입니다.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진을 올리지는 않지만, 과거에 제가 찍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


Day 119: 7 May 2016, Melbourne


Although I wrote a few days ago that I’ve learned a handful of musical instruments growing up, it’s more accurate to say that I’m not so talented in music. I was not a good singer nor had a good sense of rhythm. However, anywhere I went I always listened to music.


I think it started this way; I was mesmerized by the scenes in movies and TV shows where the soundtrack plays and how it alters the mood, even to a degree that the music determines the mood of the scene.


Therefore, I listened to music anywhere I went. Especially when I went somewhere new, I chose new music. Later on, when I find that music, it would immediately bring back to that first moment that touched my heart: as if I was time-traveling.


Scents are like that. One friend told me that after a breakup, she intentionally stops using a perfume she’s been using. She added that after a few months, or even years, when she smells that aroma again, she gets a flashback of the fond memories and the person’s existence.


Sound and scent: The power of the invisible and the intangible was felt that way.


It was the same with the guys I liked. Other than their personality and the fun we had together, I like their voice or the way they smelled. Like their low-tone voice that resonates in my mind when I close my eyes, or the smell of a freshly laundered cotton t-shirt.


Yesterday, a friend confessed that she feels uncomfortable that people she meets for the first time seem to be interested in her only because of her appearance. She said that it may sound whiny but she even “hates” how that’s how the society works. Her point was people should see the truthful aspect beyond other’s appearance. It was original, if not confusing to hear her disclose her discontent that may have been misunderstood.


I’m not unaware that people are often treated better for their objective (or subjective) beauty even when appearance has nothing to do with the situation. Nevertheless, anyone who cares more than the physical appearance would be able to see beyond the superficial and ephemeral façade of appearance and see the kernel of truth inside. If someone only cares about the looks, then one just needs to walk away and not give a sh**. A YouTube phenomenon and a director Casey Neistat poignantly comments on the judgmental people:

“Judgmental people are of a lower moral authority than those who don’t judge. We, people who don’t judge, we have a responsibility to crush, to destroy those mean, judgmental bullies, and we do that with an overwhelming positivity, and we do that with our extreme open-mindedness. And when you subscribe to those values, you really stop caring what other people think, because chances are, if other people are judging you, they’re wrong.” — Casey Neistat

I believe inner beauty emanates through one’s looks. While I know that appearance can be deceptive, I believe that someone with a dark mind would not be able to hide it and those with a warm heart would inevitably convey the warmth of his/her heart. That’s what I wanted to but failed to tell my friend at that time.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This phrase from one of my all-time favorite books is not only true but also lingers in one’s mind and its meaning becomes more truthful as time goes by. Moreover, every time I meet more people from different countries and cultures, I remind myself of how accurate the phrase is. Things like the color of skin or eyes, height and weight that one can clearly see with bare eyes are unimportant.


Thanks for reading. I’m Jieun Choi, a student, creative, photographer and writer currently based in Melbourne, Australia. While I stopped posting on Instagram, come see my old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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