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eun Choi May 10. 2016

카시오 시계 뒤의 감정들

Emotions behind My Casio Watch

물건에 담긴 감정적 삶

Emotional Life of Objects


[한국어는 아래에]


Day 121: 9 May 2016, Melbourne


Objects are a source of emotions. Due to their materiality, functionality, aesthetics or history of acquisition, objects gain emotional significance over the years of possessing. With such emotional power, they provoke a sense of nostalgia or sentiment. This is a series of emotional stories behind the objects I own.


Here’s the emotional life of my watch, which is on my left wrist right now. It’s a classic Casio digital watch: matte black with gold linings, small enough for my tiny wrist to look normal.


One day in January this year, a friend messaged me. “I wanted to gift you a present.” People do this to me often, and I get overtly excited for an unexpected present. Most of the time, however, they just return what already belonged to me, or give me something that was indeed expected. And I’d get disappointed.


So when he messaged me earlier that week that he had something for me, I had the lowest expectation possible. When we finally caught up for some juice, however, I couldn’t believe what he took out from his pocket. It was a Casio digital watch that I’ve wanted for years. Lowered expectation coupled with an actual surprise gift made my day, and the next following days whenever I looked at my wrist. I immediately took off my analog watch and put this watch with numbers and alphabets. I couldn’t hide the happy grin on my face while pressing the three golden buttons to set the clock and an alarm.


Let’s rewind 15 years; I was not even 10 but I’ve already decided to be a tomboy. I simply wanted everything that my brother had or did, and one thing he wasn’t, was a girl. So I refused to wear skirts or dresses. Only t-shirts and trousers. I hated the color pink. Blue was my favorite color.


My possessions inevitably reflected the chosen identity. So it was only natural that I asked for a digital watch for my birthday. My brother just got his for his birthday two months ago! Nevertheless, until my friend handed me the watch early this year, I never got one. Digital watch, usually chunky and bulky in size and essentially ‘masculine’, wasn’t for a girl. While mom occasionally mentioned but didn’t stop me from dressing up not like a girl, she did refuse to buy me a boy’s watch.


The next few years, I received a few watches for my birthday but they were never the chunky digital watch. At least I insisted on not wearing a ‘girl’s watch’, those with pink straps, crystal stones and tiny in size.


A couple years ago, when I went to a secondhand clock shop — a tiny one filled with clocks of different styles and owned by an old man who fixes all my broken watches so skillfully — I pointed at a series of Casio digital watches. This time, mom let me try it on. She stopped buying clothes for me since a few years back, as I had a strong penchant for and against certain styles. So I guess she let me at least try a watch that I’ve desired for so long.


I left the shop with an analog Casio watch of simple and clean design. She said the digital one doesn’t look nice on my tiny wrist. I’m looking at it as I type. I think it’s fine. It’s not a watch for a girl who wears skirts with frills and laces, but it goes well with my lightly washed high-waisted jeans and a pair of Nike runners.


That’s how I grew emotionally attached to my watch. My childhood stories that lingered on and linked to recent memories made this piece of metal and plastic on my wrist unique. When I see the watch, I see faces of the people involved in the story, and I surely don’t blame mom for not letting me have it. The watches she’d chosen are pretty damn cool too. They just weren’t digital watches.


Thanks for reading. I’m Jieun Choi, a student, creative, photographer and writer currently based in Melbourne, Australia. While I stopped posting on Instagram, come see my old photos.


121일: 2016년 5월 9일, 멜버른


소유물들은 감정의 원천이다. 실재성, 유용성, 미관이나 얻게 된 경로 등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물건은 감정적 중요성을 가진다. 그러한 강한 감정적 힘은 향수나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다음은 내 시계의 감정적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 이 순간 내 왼쪽 손목에 차고 있는 이 손목시계 말이다. 전형적인 카시오 전자시계이다: 윤이 나지 않는 검은색에 금빛으로 세밀한 부분이 디자인된, 얇은 내 손목이 정상적으로 보일 만큼 작은 시계이다.


올해 초 어느 날,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너한테 줄 것 있어.” 자주 이런 말을 듣곤 하는데, 기대치 않은 선물이라는 말에 과도하게 신이 나곤 했었다. 하지만 내가 빌려준 것을 돌려주거나 혹은 이미 내가 기대하고 있는 것들은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난 실망하곤 했다.


그래서 친구가 그 주 초에 내게 줄 것이 있다며 문자를 했을 때 나는 기대치를 최대한 낮추었다. 그리고 드디어 카페에서 만났을 때 친구가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을 보고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몇 년이고 원했던 카시오 전자시계였다. 낮은 기대치에 말 그대로 깜짝 선물에 나는 온종일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 후 며칠간 손목을 내려다볼 때마다 미소를 짓곤 했다. 차고 있던 아날로그 시계를 벗고 숫자와 알파벳이 적힌 새 시계를 찼다. 금색 버튼 세 개를 눌러가며 시간과 알람을 맞추며 나는 행보한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다.


15년을 되감기 해보자. 10살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이미 톰보이가 되기로 마음먹었었다. 단순히 오빠가 가지고 있고 하는 모든 것들 따라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여자아이’다운 것은 오빠와 관계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치마나 드레스를 입기를 거부했고, 오직 티셔츠와 바지만 입었다. 분홍색을 싫어했으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은 파란색이었다.


내가 가진 것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내가 선택한 정체성을 반영했다. 그랬기에 내 생일에 전자시계를 선물해달라고 조르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두 달 전에 오빠도 생일 선물로 받았는걸! 하지만 친구가 내게 시계를 건네준 올해 초 그 날까지 나는 한 번도 전자시계를 갖지 못했다. 보통 두툼하고 크며 ‘남자 같은’ 디자인인 전자 손목시계는 여자인 내게 어울리지 않았다. 엄마는 내게 여자처럼 입지 않는다고 가끔 한마디씩 하곤 했지만, 내가 바지만 입는 걸 멈추지는 못했다. 하지만 남자아이용 시계를 사는 것은 거부했다.


그 후 몇 년간 생일 선물로 시계를 받곤 했지만 원했던 커다란 전자시계는 아니었다. 적어도 ‘여자 같은 시계’, 분홍색에 크리스털이 박혀있고 자그마한 시계는 차지 않겠다고 나는 고집 부렸다.


몇 년 전, 친절한 할아버지가 망가진 시계를 고쳐주시는, 다양한 종류의 시계로 가득 찬 작은 중고 시계 가게에 갔을 때 나는 줄지어 있는 카시오 전자시계를 가리켰다. 엄마가 한 번 차보라고 했다. 몇 년 전부터 옷에 대한 확고한 호불호를 알게 된 후부터 내 옷을 사지 않는 엄마는 내가 오랫동안 원했던 시계를 적어도 차보기는 하게 해주었다.


깔끔하고 단순한 디자인의 아날로그 카시오 시계를 갖고 그 가계를 떠났다. 엄마는 전자시계가 내 작은 손목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했다. 이 글을 쓰면서 내 손목을 바라봤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스와 주름 장식이 달린 치마를 입는 여자아이에게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내가 입고 있는 밝은색 하이 웨이스트 청바지와 나이키 운동화와는 어울리는 편이다.


이게 바로 내 시계와 감정적으로 묶여버린 이유이다. 어렸을 때의 이야기가 최근의 기억에까지 맞물려 내 손목에 놓인 이 플라스틱과 금속으로 만들어진 기계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 시계를 볼 때마다 나는 이야기와 관련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걸 갖지 못하게 했던 엄마를 탓하지 않는다. 엄마가 사준 시계들도 꽤 멋진 것들이었기에. 그 시계들은 다만 전자시계가 아니었을 뿐이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생이자 창작자, 사진가 그리고 작가입니다.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진을 올리지는 않지만, 과거에 제가 찍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