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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eun Choi Feb 21. 2016

달이 뜨는 밤

When the Moon Rises

A pale white light from the moon on a pitch black night made everything look like a black and white photography.
창백하게 하얀 달빛이 새까만 밤을 비추며 모든 것이 마치 흑백사진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20 February 2016, Melbourne


I traveled the West coast of Australia for two weeks. For someone who has a phobia of weird trees and is not too fond of wild nature, it was a seemingly irrational decision to do so. But I was in Australia for a year with opportunities to travel and last thing I wanted to do was go to touristy and crowded destinations that mainly sits on the East coast of Australia.


Until the very last minute I wasn’t sure if I made a mistake of voluntarily putting myself into situations that I would not enjoy, because I fear of and panic in front of a grand nature. I landed in Perth, bought cheap camping gears and stocked up on canned food and water but my anxiety grew even more.


Two weeks later I was on a flight back to Melbourne with fond memories of being out in the nature, hundreds and thousands of kilometers away from civilization. I have faced my fear and replaced parts of it — I didn’t conquer the fear entirely. I still shiver at weird-looking trees — with indelible memories that will last.


Here is my favorite story.


That night we were camping at the Cape Range National Park. The day was short, especially when there was no civilization around. Before it was even 8pm, everything was jet-black. And we were one of three cars in a massive camping area. Only light we could rely on was from our torches and the stars.


Countless number of stars filled in the pitch black sky as if a blanket of stars was wrapped around it. Yet it was still too dark to see what is in front of us. With a torch in each hand, we walked to the beach to see how the night has changed the look of it. I will never forget the number of stars that we have seen lying down by the beach, listening to the sounds of wave coming in and out.


It didn’t take us long to realize that the moon was missing. The sky was clear and stars were glittering from every part of the sky with occasional shooting stars. So the moon wasn’t behind a dark cloud. It was simply not there.


It wasn’t a sign of apocalypse or anything, although not having heard of a moonrise made it feel like one. Apparently just like sun rises every morning, the moon does too.


The moon started rising around 10 pm. One side of the sky got brighter every minute, and slow and steady, the moon rose from behind a tree. The bright white light uncovered the darkness in the air. It was so bright that this time, we didn’t need a torch to go to the beach.

Walking on a soft white sand barefoot relying on a moonlight was otherworldly. By this wide, open seashore it was just five of us mesmerized by the scenery before us. The sound of waves coming in and out added to the mystique of that moment.


A pale white light from the moon on a pitch black night made everything look like a black and white photography. When I close my eyes I can still vaguely see the moon’s reflection on a wavy water and the dark silhouettes of my friends slowly roaming around the beach.


We lied down once again on a sandy beach. This time, we couldn’t see as many stars, as the brightness of the moon subdued the stars around it. It was still surreal and sublime.


We would have slept on the beach if it weren’t for the heavy wind that kept blowing sand into our eyes. But no one really slept well that night for the heavy wind that shook our tent the entire time. So we woke up to the sunrise that shed away the darkness as if nothing ever happened.

Thanks for reading.

I’m Jieun Choi, a student, creative, photographer and writer currently based in Melbourne, Australia.
 Come see the photos I took on my Instagram.


호주 서해안으로 이 주간 여행을 갔었다. 이상하게 생긴 나무들을 무서워하고 자연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겉으로 보기에는 논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내린  듯했다. 하지만 나는 호주에 일 년 동안 있으면서 내게 주어진 여행을 할 기회를 관광객이 천지인 곳들을 가면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대체로 유명한 관광지들은 호주의 동부 해변에 있는 편이다.


사실 막판까지도 나는 자발적으로 내가 선택한 그 상황을 내가 즐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광대한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며 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퍼스에 내려서 싼 캠핑 기구들을 사고 캔에 들은 음식과 물을 샀지만 내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졌다.


이주 뒤 나는 문명에서 수 백, 수 천 킬로미터가 떨어진 자연에서 보낸 좋은 시간을 간직한 채 멜버른 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을 마주했고 그 일부를 – 아직 나의 공포를 전부 넘어서지는 못했다. 아직 이상하게 생긴 나무를 보면 떨곤 한다. –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바꾸어 왔다.


다음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다.


케이프 레인지 국립공원에서 캠핑을 하는 밤이었다. 가까운 곳에 도시가 없었던 터라 날은 짧게 느껴졌다. 밤 여덟 시가 되기 전에 모든 것은 깜깜해졌다. 그리고 우리는  넓디넓은 캠핑장의 유일한 차 세 대 중 하나였다.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빛이란 손전등과  별빛뿐이었다.


수많은 별들이 촘촘히 밤하늘을 채웠고 이는 마치 별이 박힌 이불이 하늘을 덮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발 밑에 무엇이 있는지 보기 어려울 정도로 깜깜했다. 각자 손에 손전등을 들고 우리는 밤이 된 후의 바닷가의 모습을 보러 갔다. 그날 밤 모래사장에 누워 파도가 들어오고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바라본 별의 개수를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달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늘은 맑았고 별은 사방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으며 이따금 별똥별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니까 달은 짙은 먹구름 뒤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달은 그냥 하늘에 떠있지 않았다.


지구 멸망이나 뭐 그런 건 아니었다. 단지 달이 뜬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느껴지기는 했다. 알고 보니 매일같이 해가 뜨듯이 달도 뜬다고 하더라.


달은 밤 열 시정도가 되자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늘의 한 부분이 밝아지기 시작했고 조금씩 조금씩 달이 나무 뒤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밝고  하얀빛이 공기를 덮고 있는 어두움을 걷어냈다. 달이 뜬 후는 손전등 없이도 바닷가로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밝아졌다.


오직 달빛에 의존하며 보드라운 백사장을 맨발로 걷는 것은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듯했다. 이 넓고 열린 바닷가에서 우리 다섯 명은 눈 앞에 펼쳐진 경관에 홀린 듯 말을 잇지 못했다. 파도가 들어오고 나가는 소리가 이 순간의 신비로움을 더했다.


창백하게 하얀 달빛이 새까만 밤을 비추며 모든 것이 마치 흑백사진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달빛이 파도치는 물결 위에 비치던 모습과 그 앞에서 움직이던 친구들의 실루엣이 아른거린다.

우리는 백사장에 또다시 누웠다. 이번에는 전만큼 별이 많지는 않았다. 달빛이 주변의 별빛을 약하게 보이게 했다. 비현실적이었고 숭고한 느낌까지 들었다.


강한 바람이 자꾸만 모래를 불어 대지 않았더라면 바닷가에서  잠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텐트 속에서도 밤 새 휘몰아치던 바람에 우리는 모두 잠을 설쳤다. 다음날 우리는 해가 어둠의 장막을 걷어낼 때에 일어났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생이자 창작자, 사진가 그리고 작가입니다.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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